은밀한 감상의 대상 - 해남 녹우당 미인도 2023.01.11
요즘 송혜교가 너무 예쁘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디가 예쁜지 도무지 모르겠다는 사람도 있다. 개인차도 큰데 시대에 따른 갭은 얼마나 클까.누가 그렸는지 알 수 없는 이 조선시대 미인도는 1982년에서야 알려졌다.필자미상, <미인도>, 18~19세기, 종이에 채색, 117.0×49.0cm, 녹...
겸재의 폭포 그림, 바위 절벽 그리기 <여산폭> 2022.08.16
겸재 정선(鄭敾, 1676-1759) <여산폭廬山瀑> 비단에 먹, 100.3×64.2cm, 국립중앙박물관 (덕수 5597)용산 국립중앙박물관 서화2실에서 2022년 9월 중순까지 공개되는 시원한 폭포 그림 한 점이다. 겸재 정선의 폭포 그림은 수도 없지만, 개성의 박연폭포, 금강산 구룡폭포, ...
혜원 신윤복의 산수 2022.04.13
신윤복 <계명곡암溪鳴谷暗> 종이에 수묵담채 47.7x59.4cm 간송미술관산뜻한 채색과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한 뛰어난 묘사로 인기 높은 풍속화가 혜원의 특기 분야이지만, 화원 출신으로 기본기를 갖춘 그는 산수나 영모화 같은 다른 화목도 조금씩 남겨 전해지고 있다. 혜원의 풍속도 중에서도 배경의...
김두량 부자의 춘하추동 경치 2021.11.21
김두량, 김덕하 <춘하도리원호흥경도> 1744년 비단에 수묵담채 8.4x184.0cm 국립중앙박물관<춘하도리원호흥경도> 부분김두량, 김덕하 <추동전원행렵승회도〉부분, 1744년 비단에 수묵담채 7.2x182.9㎝ 국립중앙박물관세로 8cm 남짓에 가로 180cm가 넘는 좁고 긴 ...
지팡이 없이 등에 자루를 멘 <포대화상> 2021.04.12
짐을 넣는 큰 주머니를 ‘푸대자루’라고들 말하곤 하는데, 이 말은 ‘포대’ 혹은 ‘부대’에서 온 것이다. '대(袋)'가 주머니를 일컫는 말이어서 등에 짊어지고(負) 다닐 정도로 큰 자루는 부대(負袋), 물건을 감싸듯(包) 담는 것은 포대(包袋)라고 부르며 베(布)로 짜서 만든 것은 포대(布袋), 마(麻)...
[신축년 특집] 우리 옛 그림 속의 소(2) - 김홍도, 이인문, 심우도 외 2021.02.24
삶 속의 소윤두서 이후 풍속도가 많이 그려지는 시기가 되면 그림에서 보다 다양한 소가 인간들의 삶 중의 한 컷으로 등장한다. 김홍도(1745-?)가 남긴 행려풍속도나 산수화 중에는 소가 포함된 그림이 상당히 많다.먼저 김홍도가 서른 네 살 때 강희언의 집에서 그렸다는,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행려풍속도 병풍...
[신축년 특집] 우리 옛 그림 속의 소(1) 2021.02.09
2021년 소의 해를 맞아 우직하게 어려움을 헤쳐나갈 수 있게 우리 옛 그림에 등장하는 소의 모습을 찾아보았다. 한반도의 옛 그림들 중에 12간지의 동물들을 각각 찾아보자면 소 그림은 비교적 흔한 편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호랑이나 용, 말 그림이 더 많기는 하겠지만 소는 대대로 농경 사회가 이어져 ...
베개에 기댄 채 보시라 - 동기창과 심주를 따라 그린 산수도 두루마리 2020.12.09
강세황 <방 동현재 산수도>강세황 <계산심수도>아픈 사람에게는 어떤 선물이 좋을까. 집안에 갇혀 꼼짝하지 못하는 마음을 헤아려 넓은 세상의 아름다운 모습을 화면에 담아 시름을 잊도록 해주는 선물이라면 그 순간만큼은 아픔도 잊고 고마움만 남을 것이다.조선 후기의 화단을 호령하던 실세 ...
[한글날 특집] 16세기, 전쟁 중에 임금이 한글로 백성에게 내린 교서 2020.10.08
선조국문교서, 1593년, 75x48.8cm, 보물 951호, 개인 소장.1593년 선조 임금이 백성들에게 내린 교지로 한글로쓰여져있다. 임진왜란 중 선조가의주에 피난 가 있을 때인데, 한글 글씨를 쓴 사람은 명확치 않다. ‘유서지보(諭書之寶)’라는 어보가 세 곳에 찍혀 있다.당시 임금은 의주로 피난 가...
중인들의 선비 풍류 <사인휘호> 2020.08.05
강희언 <사인휘호士人揮毫> (≪사인삼경士人三景≫ 중) 종이에 수묵담채, 26x21cm, 개인머리에는 갓을 쓰거나 벗거나, 복장도 다소 자유로운 남자 5명이 마루 바닥에 앉아 있다. 사방이 트인 너른 정자 안에서 서화를 그리거나 쓰고 있는 네 사람과 이를 지켜보는 한 사람인데 이들은 서로 친숙한...
장대한 자연의 파노라마 속 인간 군상 <강산무진도> 2020.06.23
조선 후기 가장 뛰어난 화가 중 하나로 꼽히는 이인문이 그린 8미터가 넘는 긴 두루마리 그림 강산무진도가 2019년에야 국가적 문화재(보물 제 2029호)로 공식 지정된 것은 늦은 감이 있다. 김홍도와 동갑내기 친구였던 이인문은 김홍도와 비교했을 때 조선을 대표할 만한 개성을 드러내지 못했던 탓인지 조금...
갈대를 딛고 바다를 건너가는 달마 2020.06.17
연담, 혹은 취옹을 호로 쓰는 김명국은 대담하고 간략한 필치로 선승의 정신세계를 표현한 달마도로 유명한 대가이다. 두 차례에 걸쳐 일본에 통신사로 다녀온 조선을 대표하는 화원으로, 일본에서 그의 인기가 매우 높았던 면도 있고 통신사행을 통해 그의 그림이 영향받은 바도 커 보인다.1636년 병자사행의 부사...
희망의 보살, 미륵불이 내려와 중생을 제도해주시길 <미륵하생경변상도> 2020.06.10
고려에서 물려받은 것 중 가장 자랑스러운 유산 중 하나인 불화. 그려진지 7백, 8백년 된 그림에서 나오는 아우라를 자주 느끼고 싶지만 쉽게 마주할 수 없다는 아쉬움이 큰 그림들이다. 고려시대 불교 그림 중에서 수월관음도, 아미타여래도, 관음보살상 등을 많이 보았을 텐데, 오늘 살펴볼 것은 <미륵하...
북한산 중흥사에서, 1857년 봄의 금란계 2020.06.03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된 19세기 중엽 중인 모임을 그려 화첩으로 묶은 계회도이다. 그림 앞쪽으로 세 쪽에 걸쳐 써 있는 서문에 의하면, 안시윤이라는 사람이 정사년 음력 3월 보름에 자사재(自思齋), 묵재(默齋)라는 사람들과 북한산을 유람하다가 중흥사에 묵게 되었고, 그곳에서 여러 벗들을 불러 모임을 가진...
계곡 소나무 밑에서 바느질하는 스님 - 심사정 <보납도> 2020.05.27
‘보납補納’이라는 한자어가 낯선 이들이라도 그림의 승려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아볼 수 있다. 옷 해진 데를 꿰매고 있는 그림이다. 補자와 納자 모두 ‘깁다’, ‘꿰매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계곡물이 졸졸 흐르는 시냇가에 딱 앉기 좋게 휘어져 자란 늙은 소나무 등걸에 한 승려가 앉아서 가사 같아 보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