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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RT ZOOM IN] 궁중음악이면 어떤가, 흥만 즐기면 그만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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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로 많은 것들이 보기 힘들어졌다. 학생들이 사라진 교실과 관중 대신 큰 천으로 가려진 경기장 그리고 썰렁한 유흥가 등.
아마 그중에 이런 장면도 있을 것이다. 달리는 버스 안에서 마이크를 잡고 한 곡조 뽑는 일이다. 또 비좁은 통로가 아쉽다는 듯이 몸을 흔들며 춤추는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이런 일은 당연히 위험해 사고 예방을 위해 경찰이 단속도 하지만 흥이 많고 신명이 넘치는 민족에게는 잘 먹히지 않는다.
조선 그림에도 주체못하는 신명을 그린 것 같은 장면이 있다. 큰 잔치에 구경 온 백성(百姓) 노인의 춤 모습이다. 정교한 필치여서 대머리 백발까지 확인될 정도인데 실제 이는 도화서 일급화원이 총출동해 그린 것의 일부다. 
부연 설명하면 1719년 봄. 숙종은 환갑을 앞두고 기로소에 들어가기로 작정했다. 기로소는 요즘으로 치면 보훈처를 장차관 이상을 지낸 원로 대신만으로 한정한 곳이라고 할 수 있다. 나이 70이 넘어야 들어가는데 군왕 예외조항으로 숙종이 들어간 것이다. 그래서 궁중에서 성대한 행사가 열렸다. 이때 기로소에 새로 든 원로 대신이 11명이 기념 화첩을 만들어 가졌다.
그중 한 장면에 춤추는 백발노인이 있다. 잔치가 열린 곳은 궁밖 기로소. 궁중 행사가 끝난 뒤 편히 잔치를 즐기라고 왕이 음식과 술을 하사했다. 또 흥을 위해 궁중 악단도 보냈다. 그림 속 악단원이 성장한 것은 이 때문이다.
성대한 잔치였던 만큼 구경꾼도 많았다. 그중에는 눈에 띄는 사람이 백발노인 둘이다. 한 사람은 덩실덩실 춤을 추고 다른 한 사람은 뭉그적거리고 있다. 그런데 악단이 연주하고 있는 것은 신명 나는 트로트가 아니다. 정통 궁중아악인 처용무다. 궁중음악은 시중 음악과 달리 느리고 장중하다. 쉽게 흥을 돋는 음악이 아니다.
그런데도 백발노인은 옆의 노인까지 잡아끌면서 ‘이때 아니면 언제 궁중음악 장단에 춤을 추어보겠냐’는 태도다. 맨발의 죽장 노인은 계면쩍어하며 꾀나 사양하는 눈치다. 


‘여보게, 여민동락(與民同樂)이 따로 있나 함께 즐기면 그만이지’라는 노인 음성이 들려오는 듯하다. (《기해기사계첩》의 「기로사연도(耆老私宴圖)」 중에서)

글/사진 관리자
업데이트 2024.11.21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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