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명: 2021 공예트렌드페어
전시기간: 2021년 11월 19일-21일
전시장소: 코엑스
글: 김세린(공예평론가, 이화여자대학교 한국문화연구원 연구교수)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KCDF)에서 주관하는 공예트렌드페어는 1년에 한 번 3일간 개최되는 공예 관련 대규모 전시이자 판매의 장이다. 매해 많은 공예인들이 참여하고 다채로운 작품과 관련 콘텐츠들이 선보여져 한 해의 공예를 총결산하고 현재의 공예 경향을 읽을 수 있는 자리이다.
올해 공예트렌드페어는 주제관, KCDF(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사업관, 아트&헤리티지관, 브랜드관, 창작공방관, 대학관으로 구성되었다. 전시장 한 가운데에 주제관이 설치되어 있으며, 양 옆에 각각의 관에 해당하는 부스가 설치되었다. 그 중 주제관은 이번 공예트렌드페어의 전시 의도와 현재 경향을 보여주는 관이다. 국내외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 71인의 작품으로 구성된 주제관은 참여 작가 개개인이 지닌 정체성과 고유의 기술이 담긴 작품이 디스플레이 되었다. 이를 전시 공간 중심에 배치하고 다른 관들을 양 옆에 고루 배치함으로써 제작자의 손기술과 정체성을 담은 공예가 현재 문화와 삶 속에서 어떤 모습으로 대중과 함께 소통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전시 구성이었다.
주제관 작품 일부
현대 공예에서 쓰임은 세부 비중의 차이는 있지만 이전보다 넓어졌다. 기존의 일반적인 쓰임이었던 일상의 생활공예품에 작가의 생각을 표현하고 대중과 소통하려는 매개인 오브제적 공예가 주요 쓰임 중 하나로 더해져 정착했다. 전시는 과거부터 이어온 일상의 쓰임을 넘어 현재 자리한 공예의 광범위한 쓰임을 아우르고 있다. 기성품이 널리 확산되면서 위축되었다고 생각하는 공예가 실제로는 여전히 일상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여기에 작가의 정체성이 더해졌음을 전시 배치를 통해서도 알려준다. 하지만 기성품과 대비해 새삼스럽게 느껴지는 공예에 대하여 앞으로 어떻게 나아갈 것인가에 대한 과제도 동시에 관람객과 현장의 참여 작가들에게 제시했다.
현장 부스에 선보여진 공예품의 특성을 고려한 다양한 디스플레이 형태
아울러 작가의 정체성과 기술이 적용되어 있는 일상공예품은 오브제적 공예와 또 다른 형태의 현재적 쓰임을 보여주었다. 분명 작가의 개성이 반영된 여러 조형, 장식적 요소들이 적용되었음에도 이전에 비해 장식이나 여러 요소들이 실제 사용할 때 불편하지 않게 실용적인 형태와 어우러진 작품들이 많았다. 이는 현재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여러 트렌드와 작가의 정체성이 조우한 공예품들로 이를 위해 작가가 설계부터 얼마나 많은 고민의 과정을 거쳤는지 느낄 수 있었다. 실제 현장에서는 이를 구입하는 소비자들도 많았다. 이러한 현장의 반응은 작가의 정체성을 집약한 조형물 뿐 아니라 실생활에 사용하는 공예품에도 작가의 정체성을 살리면서도 실용성을 겸비해 대중과 소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의 기저에는 유행보다는 자신의 개성과 취향을 중요시하는 요즘 소비패턴과 코로나19 이후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증가하면서 자신이 직접 의자나 도마 등 공예품을 만들어보는 취미생활이 증가한 현재 상황도 반영되어 있다. 자신이 만든 것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관련 콘텐츠를 소비하면서 자연스럽게 수공예품에 대한 관심도 이전보다 증가했다.
기존에 전승으로만 인식되었던 전통공예도 마찬가지였다. 전통공예가 지닌 고유의 개성과 원천기술에 현재 트렌드의 적용을 시도하고 여러 생활용품에 반영한 작품들이 증가했다. 전통공예 본연의 문화적, 기술적 이음을 유지하면서 현재를 담은 작품들은 대중이 전통공예에 대해 옛 문화라는 이미지에서 과거부터 이어온 오늘의 문화로 호기심을 갖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이러한 현상은 이전에 비해 다양해진 작품의 스펙트럼 증폭과 콘텐츠 증가로 이어졌다. 실제 이번 전시에 나온 국립무형유산원,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여러 공방 및 주제관 출품작은 이러한 전통공예의 현재를 읽기 충분했다.
전통 공예기술을 활용해 제작한 공예품 일부(국립무형유산원,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부스. 그 외에도 많은 부스에서 이러한 작품들이 다채롭게 선보여졌음)
2021년 현재의 공예는 여러 사회적 현상과 맞물려 이전에 비해 복합적인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편으로는 작가의 개성을 살리면서 자연스럽게 일상의 삶과 함께하려는 모습이 이전에 비해 점차 확산되고 있다. 여기에는 그간 공예와 관련된 창작자, 이론가, 기관, 매개주체 등 여러 사람들의 노력이 함께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이 지속된다면 앞으로 삶과 함께하는 공예 본연의 모습이 확산될 것이라 생각한다. 이번 공예트렌드페어는 이러한 공예의 현재와 앞으로의 방향을 보여준 전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