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제목: 트릭스터(TRICKSTER)전
참여작가: 서현욱, 오세린, 오화진
전시기간: 2018.6.25 - 7.28
전시장소: 서울 신한갤러리 역삼
글: 김세린(미술평론가)>
작가는 작품을 제작하기 전 구상을 한다. 생각을 정리하면서 자기 손으로 이를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한다. 그 과정은 즐거우면서도 치열하고 고되다. 순간을 즉흥적으로 담기도 하지만 그 즉흥의 순간 직전까지 작가는 고민한다.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 그렇기 때문에 작품은 작가의 생각을 온전하게 담은 상징물이자 관람객에게 이를 전달하는 매개이다.
굉장히 당연하게 치부되는 논리이지만 이 당연함은 작품을 빚어나가는 작가의 고뇌와 노동, 그리고 관람객과의 치열한 소통이 담보되어야 성립된다. 신한갤러리 역삼에서 열리고 있는 서현욱, 오세린, 오화진 3사람의 그룹전 ‘트릭스터(TRICKSTER)’는 작품을 사이에 둔 관람객과의 치열하고도 유쾌한 소통을 전면에 세웠다.
전시 주제인 트릭스터는 대중문화에서 자주 쓰이는 개념이지만 친근하다면 친근하고 생소하다면 생소한 개념이다. 매니아들에게는 낯익지만 이에 친숙하지 않는 관람객에겐 전시의 흐름을 따라가기 다소 난해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느낌도 들었다.
애니메이션 루니툰쇼의 벅스바니
트릭스터는 신화, 설화의 해석에 처음 등장했다. 도덕적 관습이나 사회적 규약보다는 안팎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때로는 틀을 흔들기도 하고 영리하게 판을 재정립하기도 한다. 혼돈을 가져오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일들은 사회적으로, 일상적으로 좋은 결말을 맺는다. 이들은 자유롭고 익살스럽게, 때로는 진지하면서도 사회적 통념과 다른 변칙적인 행동을 하지만 명분은 분명하며 생각보다 그 명분은 정의로울 때가 많다.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 잭 스패로우
여러 설화에서 나오는 영리하면서도 예측 불가능한 토끼나 여우 그리고 그리스로마 신화의 헤르메스나 북유럽 신화의 로키 등이 대표적인 태초의 트릭스터로 꼽힌다. 현대 대중매체에서는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의 잭 스패로우, 애니메이션 루니툰쇼의 벅스바니, 봉이 김선달의 김선달, 전우치전의 전우치 등이 대표적인 트릭스터 캐릭터들이다.
이들 트릭스터는 주로 대중매체나 책을 통해 접하게 되는 게 보통이다. 그래서 우선 이들 작가와 작품에서 트릭스터가 어떻게 표출될지가 우선 궁금했다. 트릭스터는 유쾌하고도 다채로우며 그리고 입체적이면서도 돌발적인 문화적 함의와 성격을 담고 있는 용어이기 때문에 전시 역시 이러한 성격을 담고 있지 않을까 하는 예상도 있었다.
전시에서 트릭스터를 둘러싼 관계는 그간 매체에서 선보인 트릭스터와는 사뭇 다르다. 전시는 주제를 중심으로 ‘작품’과 ‘작가’, ‘관람객’이 주요 요소를 이룬다. 흔히 대중매체에서는 작가의 의도가 한쪽 방향으로 시청자나 독자에게 전달된다면 여기서는 작가가 관람객의 생각을 놓지 않고 이야기를 전달하고자 한다. 그 때문에 이 전시에서 작품에 담긴 함의가 매우 중요하다. 한편으로 트릭스터를 풀어간 작가들의 방식이 매우 흥미롭게 보였다.
금속공예가 서현욱, 오세린, 섬유공예가 오화진은 자신이 지닌 고유의 작업기법과 재료를 써서 트릭스터를 구축했다. 상상력과 각각의 생각은 트릭스터가 지닌 세계관이며 작가가 작품을 구현해낸 손과 기술은 트릭스터를 구축하는 도구이다. 이렇게 완성된 작가의 트릭스터는 관람객에게 제시된다. 즉, 세 작가의 작품주제는 관람객에게 제시하는 세 가지 트릭스터이다.
서현욱
서현욱은 샤먼과 그외 미신적인 의미에서 형성된 인과관계와 현재의 괴리를 다룬다. 통념으로 당연하게 여겼던 여러 감정과 생각은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견해는 트릭스터가 지닌 주요 트릭으로 자리한다.
서현욱 철 컬러MDF 전자기기 2017 ⓒ신한갤러리 역삼
오세린 <베트남프로젝트> 혼합매체 가변크기 2018 ⓒ신한갤러리 역삼
오세린 <새들은 날기 위해 머리를 없앤다>(부분) 단채널비디오 2018 ⓒ신한갤러리 역삼
오화진 <개인의 문화 #세상을 디자인하다 ‘조물조물조물주’>(본체)
Wool PVC 재봉틀 그 외 손바느질 2018 ⓒ신한갤러리 역삼
오화진 <개인의 문화 #세상을 디자인하다 ‘조물조물조물주’>(본체)
Wool PVC 재봉틀 그 외 손바느질 2018 ⓒ신한갤러리 역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