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제목: 도깨비의 꿈 – 김성복展
전시기간: 2018년 2월 21일 – 2018년 3월 24일
전시장소: 사비나미술관
글: 김세린(공예평론가)
오랜 시간 한국인에게 도깨비는 장난스럽고 괴팍한 성격을 가진 신과 인간의 중간 경계에 있는 신비한 존재로 비춰졌다. 전래동화 등 각종 매체에서 표현되는 도깨비의 모습은 기분파이면서 동시에 어떤 면에서는 공평하다. 사람과 같은 성격에 일화를 보여 다른 신비한 존재보다 친근하다.
김성복 <금 나와라 뚝딱> 대리석, 화강암, 사암 2017 ⓒ사비나미술관
소원을 비는 사람이 정말 노력하며 살아온 사람이면 도깨비는 함께 공감하고 어려움을 해결해주거나 소원을 들어준다. 반면 악인(惡人)에 대한 응징은 직설적이고 통쾌하게 해낸다.
과거부터 전해온 이런 도깨비의 면모는 현대 대중매체를 통해 꾸준히 재해석되었다. 가깝게는 근래 방영된 tvN 드라마 ‘도깨비’와 지난 주에 종영된 투니버스의 애니메이션 ‘신비아파트-고스트볼X의 탄생’을 들 수 있다. 이러한 재해석은 어릴 때부터 고전적 도깨비의 이미지를 접한 사람은 물론 아이들에까지 현재적 시각에서 전통적 도깨비에 대한 인식 형성과 착하게 살면 소원을 이뤄주는 도깨비의 상징적 의미를 알려준다.
그렇다보니 요즘 도깨비는 다시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드라마, 애니메이션은 물론 뮤지컬까지. 마트에서는 도깨비 방망이(요즘 어린이들은 도깨비 배트라고도 한다)가 불티나게 팔린다. 이는 재해석을 통해 현대인에게 각인되어 다시 대중화된 도깨비의 현재를 보여주는 하나의 현상이라 할 수 있다.
김성복 <금 나와라 뚝딱> 스테인레스 2018 ⓒ사비나미술관
조각가 김성복전은 아이부터 노인까지 100여명에 이르는 사람들의 꿈을 모아 조각과 공예의 다양한 기법으로 풀어낸 전시이다. 기복과 희망을 동시에 지닌 전통적 도깨비의 의미가 작품 전체를 관통한다. 과거부터 전해져온 전래동화에 나타난 도깨비의 상징에서 출발해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꿈과 만난 도깨비의 현재적 의미가 담겨있다.
사람들의 꿈을 풀어낸 전시인 만큼 작품의 형태와 스토리 역시 매우 다채롭다. 도깨비 방망이 형태를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것에서 도깨비에게 비는 소원 형태이나 주체를 상징하는 오브제까지 있다. 재료도 다양하다. 그 동안 주로 사용했던 화강암은 물론 사암, 대리석 등 다양한 석재들이 쓰였다.
<금 나와라 뚝딱>은 다른 여러 종류의 돌로 만든 도깨비 방망이를 한데 모아놓은 것이다. 전래동화의 삽화를 통해 친근한 모습으로 조각한 뒤 여러 색을 입혀 돌이 지닌 각각의 질감을 살렸다. 오뚝이 원리를 써서 쓰러지지 않게 했다. 그 중에 스테인레스로 제작된 크고 것은 단단한 갑옷과 같은 느낌을 주면서 강인한 도깨비의 인상을 함축적으로 담았다.
김성복 <도깨비 정원> PVC 2018 ⓒ사비나미술관
이런 도깨비 방망이에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소원을 들어주거나 또는 벌을 주는 도깨비의 인상과 오뚝이같이 희망을 갖고 오늘을 사는 사람들의 모습이 상징적으로 담겨있다.
또 다른 작업인 <도깨비 정원>은 색과 크기가 다른 도깨비 방망이가 집중적으로 배치해 꾸민 작업이다. 서로 다른 재료와 크기가 보여주는 흥미 외에 도깨비 이야기의 희화적인 성격을 상징하고 있다.
<도깨비의 꿈> 나무에 채색 2017 ⓒ사비나미술관
반대로 <도깨비의 꿈>은 전반적으로 친근하고 따뜻한 느낌이다. 나무로 만든 <도깨비의 꿈>은 아기자기한 사물에서 사람, 새까지 다채로운 군상으로 구성돼있다. 나무를 깎아 채색을 입힌 작품에서 느끼는 인상은 마을에 서있는 장승과 비슷하다.
<도깨비의 꿈>(부분) 나무에 채색 ⓒ 사비나미술관
사람들이 기도하는 대상은 사람마다의 생각, 종교, 사상 등 여러 이유에 따라 다르다. 여기에서는 성배, 염주와 같은 기도 대상은 물론 동물, 새, 책처럼 기도와 꿈을 상징하는 사물들을 사람 모습과 나란히 배열돼 있다.
김성복 <바람이 불어도 가야한다> 스테인레스 ⓒ사비나미술관
이들은 하나로 모여 사는 세계와 꿈과 희망이 공존하는 세계를 상징한다. 굳이 도깨비라는 존재에 의존하지 않더라도 희망을 갖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현재처럼 보인다.
이외에 전시에는 고난을 이겨내며 꿈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을 상징화한 <바람이 불어도 가야한다> 등 다양한 작품이 있다.
김성복 <바람이 불어도 가야한다> 스테인레스, 우레탄도장 ⓒ사비나미술관
전시는 한창 유행하는 도깨비를 친근하게 풀어내 아이들도 재미있게 볼 정도로 흥미롭다. 그리고 도깨비라는 모티브를 통해 오늘을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유쾌하면서도 묵직하게 ‘그래도 희망은 있다’는 화두를 던져준다. 또 개개인이 나아가는 꿈의 길에 대한 용기와 위안도 전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