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제목: 상상은 현실이 되곤 한다 – 김다예나展
전시일정: 2017.11.7.–11.13
전시장소: 서울 아트 드 보라
글: 김세린(공예 평론가)
전통 수공예품이든 오늘날의 기성품이든 디자인은 중요하다. 디자인은 외형의 꾸밈만 담당하는 것이 아니다. 어느 기물이든 갖춰야하는 기능적 성격 외에 외형의 꾸밈과 함께 고려되어 완성된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친다면 기물이 실용에서 밀려날 가능성이 크다. 그런 만큼 디자인은 공예에 있어서도 중요하다.
디자인적 사고는 어디에서 연유했을까 에는 많은 추론이 있다. 제작의 효율적 계획을 위해 시작되었다는 견해부터 ‘무엇을 만들까’와 같은 흥미에서 시작된 끄적임이 그 출발이라는 말까지 다양하다.
아마도 근원은 끄적임이었을 것이다. 공예품은 인간 생활 속에 필요한 여러 욕구에 의해 출발했다. 선사시대 돌도끼도 무엇인가를 빻고 분쇄하기 위해 고안되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세종실록』 오례의, <장구> 도설
디자인의 출발선상 역시 동일하다. 인간의 미적, 실용적 욕구의 끄적임에서의 출발과 그것을 평면화하고 현실로 구현해내는 것까지. 그리고 공예와 디자인은 평면화에서 현실로의 구현에서 조우한다. 그만큼 뗄레야 뗄수 없는 관계이다.
『세종실록』 오례의, <청화백자용준> 도설
요즘도 완성된 디자인의 외형과 기능 등 여러 요소에 민감하지만 도설(圖說)이나 견양(見樣), 근대 도안(近代圖案)으로 디자인을 완성했던 과거 역시 마찬가지이다. 미적 요소는 물론이고 실용적 요소까지 고려하는 태도는 현재와 크게 다르지 않다. 디자인을 작성하는 방식의 차이만 있을 뿐. 그렇기에 디자인과 공예는 인간의 여러 생각과 상상을 구현한 산물이라고 볼 수 있다.
김다예나
그렇기에 이번 김다예나 전은 의식의 흐름을 따라 디자인이 완성되는 근원을 반추하는 자리였기에 흥미로웠다. 전시는 완성된 디자인의 구체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보다는 디자인 자체가 ‘어디에서 시작됐는가’라는 근원적인 물음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김다예나
여기서 작가는 ‘상상’을 전면에 내세운다. 여기에서 상상이란 허무맹랑한, 작가노트의 표현을 빌리자면 ‘마법 같은 생각’을 시작으로, 이것이 현실에 들어와 완성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김다예나
작가는 이를 구현하기 위해 시계를 모티브로 삼았다. 스위스 시계 장인이 시계를 만들 때 소요되는 1년여의 과정에서 그들은 어떤 생각의 줄기를 따라 시계를 완성하는가를 구체적인 모티브로 잡고 그 안에서 펼쳐지는 작가의 상상을 평면으로 재현해냈다.
김다예나
하나의 디자인과 공예품이 완성될 때 밟게 되는 흐름을 작가는 시계를 모티브로 따라갔다. 그리고 시계의 기본적인 틀 안에 자신이 넣고 싶은 전통적인 머리꾸밈 장식을 요소요소에 배치했다. 이는 시계라는 기물의 기본적 용도 안에 인간의 상상을 반영해 완성하는 디자인의 흐름을 함축적으로 소개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별 생각 없이 사용하는 물건들 하나하나에도 인간의 생각은 응축되어있다. 젓가락에도 숟가락에도 실용과 미적 요소는 공존한다. 이것을 구현하고 완성하는 것이 바로 인간의 생각이다. 상상을 통해서, 경험을 통해서. 그렇기에 디자인과 공예에는 오랜 옛날부터 이어온 인간의 삶이 함께한다 말한다. 이번 전시는 디자인이 완성되어가는 의식을 흐름을 따라가며 디자인과 공예에 담긴 이러한 함의를 보여준다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