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제목: 청주공예비엔날레 2017, ‘HAND+품다’
전시기간: 2017.9.13-2017.10.22
전시장소: 옛 청주연초제조창
글: 김세린(공예 평론가)
2년에 한 번씩 개최되는 청주공예비엔날레는 현재 진행형의 공예 문화와 경향을 한자리에서 보여주는 자리이다. 그런 만큼 다채롭고 새롭고 어떻게 보면 친근하면서도 낯선 현재 공예의 면모가 그대로 드러나 있다.
이번 주제는 ‘Hands+품다’이다. 조직위원회는 사람의 손으로부터 공예 그 이상의 것을 만들어가는 ‘Hands+’에 지역과 세계를 포용하고자 하는 동사 ‘품다’가 더해졌다고 말한다. 그런 의도에서인지 이번 전시는 공예 본연의 모습이나 구체적인 형상, 쓰임보다는 현대의 사회, 문화 속에서 표출되는 공예의 다양성을 드러내는 데에 집중한 듯 인상도 있다.
전시장 입구
전시는 크게 기획전, 아카이브, 세계관으로 구성돼있다. 세계관에는 9개 나라의 문화에 담긴 현대공예가 대거 선보여 각 지역이 가진 특성과 개성을 소개했다. 출품작들은 공예 자체뿐만 아니라 그 속에 각 지역 사람들의 인식, 생활, 문화이 투영돼 있다는 점에서 이채로웠다.
아카이브는 금년에 10회째를 맞은 청주공예비엔날레의 과거를 돌아보는 기획이다. 사진, 영상, 리플릿, 도록 등 청주공예비엔날레의 발자취를 담고 있는 여러 미디어물과 기타 관련 기념물을 한 공간에 소개함으로서 햇수로 20년이 된 비엔날레의 역사와 지향점을 되짚어보며 현재를 반추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다만 협소한 공간에 지나치게 많은 정보과 전시물이 놓여있어 한 눈에 살펴보기에는 어려웠던 점은 다소 아쉬웠다.
기획전 입구
이번 비엔날레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메인 기획전이다. 기획전 테마는 ‘RE:CRAFT’이다. 다시, 새롭게 돌아보고 현재와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공예문화를 보여주기 위한 기획이다. 이 전시는 우리에게 익숙한 공예의 물질적 모습을 다른 영역과의 융합을 통해 공예가 가진 또 다른 가치를 전달하려 했다. 전시는 공예작가 뿐 아니라 디자인, 건축, 미디어, 음악, 퍼포먼스 등 다양한 분야의 작가 50인의 협업 및 단독 작품을 4개의 세션을 통해 선보였다.
노해율
배인숙
시작은 각각의 방에서 출발한다. ‘우주: 7개의 방’으로 이름 지어진 방에는 미디어 아티스트들이 풀어간 ‘공예’ 그리고 공예에서의 ‘물성’에 대한 이야기가 소개돼있다. 따라서 처음 발을 들여놓으면 굉장히 낯선 인상을 준다. 일반적인 공예 전시를 생각했을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우려와 달리 현장에서는 낯설음이 곧 친근함으로 변모하는 체험을 맛보게 된다. 병처럼 생긴 오브제에 손을 뻗으면 바람과 함께 흔들리고, 섬유 조직과 같은 물질이 끊임없는 융기하는 등 여러 운동이 반복하면서 만들어지는 패턴은 관람객에게 ‘물성’이라는 막연한 단어를 훨씬 더 친근하게 인식하게 해준다.
또 공예에 사용되는 재료가 가진 고유의 소리는 공예 재료의 또 다른 면모를 보여주는 것같아 흥미를 유발한다. 실제로 어른과 아이들이 함께 보고 느끼면서 또 다른 의미의 공예적 흥미에 다가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데루히로 야나기하라 <도자기> 2012-2016
동양양 <사람들은 경잘할 때 서로 북돋아준다 NO.1~8> 면사, 비단, 양가죽 등 2017
공예에 대한 개념과 물성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본 다음에 만나는 세션은 ‘공예의 시선’이다. 이곳에서는 ‘우주: 7개의 방’보다 구체화된 공예 면모와 만나게 된다. 앞에서 물성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공예 모습을 보여주었다면 이곳에서 공예가 과거와 현재를 관통하는 모습으로 소개되고 있다.
청화백자, 베틀작업 등 전통 공예기술을 바탕으로 한 것은 물론 우리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스피커, 패드의 받침 등 현재 사용하는 일상용품까지 한 자리에 모여 있다. 설치미술적 성격의 작업도 있지만 그렇다고 현재적 공예의 고민을 놓고 있지는 않다.
과거부터 주어져온 공예의 역할과 본질, 일상용품으로서의 역할과 쓰임 그리고 기성품과 기계생산의 발달로 수공예 영역이 이전보다 현저하게 축소된 요즘의 현상 등 공예의 정체성에 대한 여러 다양한 견해들이 펼쳐져 있다. 아울러 2015년 청주공예비엔날레와 공예트렌드페어에서 제시됐던 현대의 기계문화와의 융화에 대한 견해를 이번에도 재차 탐색하고 있다.
이창화, 김혜경 <리듬-그리다> 2017
김주리, 김중현, 박정선 <휘경(揮景): 걷다> 2017
세 번째 세션은 공예에 내재된 심미 구조에 대한 탐색이다. 공예의 가장 기본인 쓰임, 장식을 넘어 일상 속에 전개되는 예술성과 심미성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것으로 이번 전시 중 가장 난해한 세션이기도 하다.
이런 인상은 아마도 복잡한 동선이 야기하는 혼란에서 비롯된 것도 적지 않은데 실제로 관람객들은 이 동선에서 헤매면서 작품을 놓치고 지나가는 경우도 허다했다. 전시는 ‘우주: 7개의 방’과 마찬가지로 시각, 청각 등 공감각적인 요소를 적극 도입, 관람객의 직접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일상 속 놓여있던 공예품이 어느 순간부터 쓰임이 아닌 바라봄의 대상으로 전환되어 가는 다양한 모습을 미디어 협업작품을 통해 보여준다.
4번째 세션 ‘품다’의 전시 모습
그리고 전시는 다시 ‘품다’로 돌아오는데 마지막 세션인 이곳에서는 오늘의 공예란 현재에 만들어지고 사용되고 장식되는 공예로서 결국 오늘을 사는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문화임을 말해주고 있다. 이런 개념은 비엔날레에 참여한 작가의 작품, 그들의 작업 모습, 그들이 살아가는 도시 문화를 병렬적으로 벽과 바닥에 투영해 생활과 사회 속에 놓여있는 공예의 현재성을 재인식하게끔 한다. 특히 이곳에는 편히 앉을 수 있는 의자와 누울 수 있는 빈백을 가져다 놓아 관람객이 오랜 시간 머물며 공예의 현재적 의미를 스스로 생각해볼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그동안의 청주비엔날레는 공예의 역할에서 본질, 쓰임에 이르기까지 공예가 지닌 다양한 면모와 정체성을 논하는 장이 돼왔다. 이에 대한 현재적 인식을 전시라는 시각적 요소를 통해 풀어내기는 쉽지 않아, 전공자가 아닌 이상 기획 의도가 일반에게 어렵게 느껴졌던 것도 사실이다.
이번 비엔날레 역시 미디어 융합, 탈경계가 중심으로 들어와 있어 쉽게 접할 수 있는 테마는 아니다. 하지만 우려와는 달리 명확하게 제시된 주제와 융합 작품은 관람객에게 흥미를 유도했고 실제로 많은 관람객이 적극적인 참여와 관심을 보여 이전보다 훨씬 일반에게 친근하게 다가간 느낌이 크다. 물론 미디어아트의 특성으로 인해 어두웠던 배경과 캡션 그리고 복잡했던 동선은 다소의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러나 10회째를 거치며 윤곽을 좀 더 분명해지고 있는 독자적인 개성도 그렇지만 공예가 맞닥뜨리고 있는 다종다기한 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의사개진 자세는 다음 비엔날레를 또 한 번 기대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