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제목: 프랑스 근현대복식, 단추로 풀다
전시 기간: 2017년 5월30일–2017년 8월15일
전시 장소: 국립중앙박물관
글: 김세린(공예 평론가)
단추는 흔한 만큼 누구나 하찮게 여긴다. 옷에서 단추 하나가 떨어져 나가도 그냥 내버려 두는 경우가 적지 않다. 보이지 않는 곳이나 지장이 없으면 제짝이 아닌 단추를 그냥 달기도 한다. 숫자를 세는 것이 서툰 아이에게 단추로 가르치기도 하고 또 인형 장식으로도 쓴다.
흔하고 하찮아 보여 쉽게 지나쳤지만 그 안에 특별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전시가 있다. <프랑스 근현대 복식, 단추로 풀다>전은 프랑스 근현대를 배경으로 단추에 쓰인 여러 기술과 기법, 그에 따른 모양과 형태,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유행과 경향 그리고 옷의 종류와 용도에 따라 다른 의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내준다.
너무도 당연한 존재처럼 여겼던 단추였기에 이런 식의 이야기는 말 그대로 흥미진진하지 않을 수 없다. 여기에는 오늘날 흔히 보는 플라스틱 단추도 들어있다. 여러 재료와 함께 플라스틱 단추도 소개해 ‘지금 여기’에 있는 단추가 다양한 재료와 기술 속에 탄생한 긴 역사의 일부임을 말해주면서 그 이야기를 시작한다.
다양한 재료와 기술로 만들어진 단추
전시는 우선 재료와 기술에 대한 이야기부터 출발한다. 플라스틱 단추가 탄생되기 이전, 즉 19세기에서 20세기 초에 사용된 재료는 정말 다양하다. 나무, 가죽, 유리는 물론 보석, 자개, 금속 등에 이른다. 이런 단추는 각 재료에 따른 기술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가죽, 나무, 유리, 금속은 공예 각각의 분야처럼 재료에 따라 세공기술이 다른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작은 크기를 생각하면 단추 하나를 만드는 데 드는 세밀한 기술력을 짐작해볼 수 있다. 그런 만큼 당시 단추의 가치는 높았고 재료가 귀할수록 또 고급 의복의 부가 가치를 높여 주는 역할을 했다.
다양한 재료와 기술로 만들어진 단추들(자개, 도자기, 가죽)
프랑스 근현대 단추의 모양과 장식은 놀랄 만큼 다양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꽃, 물고기, 풍경, 인물 등 문양의 폭이 상상 이상으로 다채롭다. 또 거기에 재료에 따라 쓰인 장식 기법도 풍부하다.
전시에서는 재료와 제작 솜씨 그리고 장식 기술을 하나로 묶어 단추에 대한 흥미를 일깨우고 있다. 그 외에 단추에도 쓰인 자개 기술로 장식된 공예품을 소개하거나 풍경 문양의 단추와 풍경화를 나란히 걸어 단추에 쓰인 문양과 기술이 시대의 산물임을 말해준다.
시대에 따른 프랑스 단추의 경향과 흐름
단추의 제작과 재료 설명에서 시작한 전시는 이후 시기별로 나눠 그 특징을 말해준다. 18세기부터 20세기까지를 나눠 ‘18세기 단추의 황금기’ ‘19세기 시대의 규범이 된 단추’ ‘20세기 예술과 단추’라는 타이틀로 이 시대 프랑스문화와 나란히 펼쳐지는 단추 이야기를 전한다.
고전주의 단추들, 보석과 자개로 제작된 단추
18세기 단추의 황금기에서는 로코코양식이 지배한 베르사유의 궁정 이야기를 시작으로 프랑스 혁명기까지의 단추를 다룬다. 단추의 황금기라는 타이틀은 화려한 의장, 장식 소재, 용도에서 비롯됐다. 나무, 구리, 강철, 금, 보석 등은 물론 금사와 은사 등을 정교하게 감아 패턴화시킨 장식단추까지 폭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또한 실제로 옷에 달린 모습을 소개해 단추가 18세기 로코코 문화의 당당한 주역이었음을 말하고 있다.
프랑스 혁명을 모티브로 한 단추 도안과 단추
혁명기의 단추 역시 시대를 반영하고 있다. 초상 단추는 말할 것도 없고 혁명을 상징하는 문양, 패턴, 그림이 들어간 단추에서 당시의 사회상과 정치 상황 그리고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단추가 말해주는 이런 상징성과 홍보적 역할은 18세기뿐만 아니라 이후에도 지속되는 것은 물론이다.
19세기 남성복 관련 사진자료(1857-1890)와 『재단사의 기법에 대한 백과사전식 개론』에 수록된 도판(1832)
19세기 시대의 규범에 소개된 단추는 과거의 수공예적 요소가 점차 규격화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렇지만 큰 틀로 보면 이 시대까지는 여전히 18세기적 분위기가 남아 있다. 18세기에 사용되었던 재료, 장식, 그림 문양은 여전히 19세기에도 확인된다.
하지만 좀 더 규범화 경향이 진행되면서 옷은 더 이상 기존의 맞춤복이 아닌 기성복 시대로 나아간다. 당연히 이런 경향에 영향을 받아 단추 역시 규격화되는 모습이다. 용도에 따른 형태와 규격이 제시돼있는 단추 견본판은 그 좋은 사례이다.
TW&Paris의 특허 단추(19세기 말)와 단추 견본판(19세기 말-20세기 초)
20세기 예술과 단추에서는 19세기에 시작된 기성복 시대와 함께 유행을 주도한 의상 디자이너들이 만든 옷과 단추를 시대의 잡지, 사진자료 등과 나란히 보여준다. 20세기의 단추는 18세기나 19세기의 단추에 비해 확실히 현대와 가까워 보인다. 옷 역시 어렴풋이 지금 유행하는 형과 비슷한 데가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시대의 단추는 이전에 비해 더욱 친근하게 다가온다. 20세기에도 초기에는 여전히 수공예 작업을 통해 단추를 만들었다. 그 뒤 기계화가 본격화되면서 기계 생산품이 급증한다. 그리고 모던한 옷이 주를 이루면서 단추의 전체적인 모습도 한결 단순화되는 양상을 보여준다. 전시에는 수공예적 요소가 남아있는 옷과 기계 생산을 바탕을 한 옷에 각각 쓰인 단추를 보여주며 1910년대, 1920년대와 같이 시대적 유행을 설명하고 있다.
1930년대 예술과 일상을 접목한 다양한 형태의 단추들, 도예가 루이즈 리차르 작품
갤러리스 단추
세마마로제 디자인 단추
<프랑스 근현대 복식, 단추를 풀다>전은 옷의 가장 작은 부속품에 불과한 단추를 주인공으로 단추가 달린 옷, 그 옷을 입은 사람들 그리고 그와 같은 단추가 달렸던 시대 이야기를 종합적으로 소개하는 전시이다.
전시는 프랑스 사람들의 이야기지만 서양의 근현대가 이식된 우리 현실에서도 그리 먼 이야기만은 아니다. 일상의 흔하고 작은 사물에 불과지만 들여다보면 그곳에도 사회 전체를 흐르는 분위기와 유행이 관통하고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흥미를 일깨운 전시가 아닐 수 없다.(*)
*사용된 도판은 전시도록에 수록된 도판입니다.
*이 전시는 9월9일부터 12월3일까지 국립대구박물관으로 옮겨 열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