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제목: 푸른 하얀 빛 靑白
전시기간: 2017.1.19.–2.4
전시장소: 갤러리 LVS신사
글: 김세린(공예평론가)
색은 다채롭다. 흰색이라 하더라도 그 안에 푸른색 또는 노란색을 함께 머금는다. 같은 안료를 쓰더라도 기물의 재료, 물성, 소성 온도와 같은 여러 변수 그리고 공정에 따라 발색이 확연하게 다르다.
푸른색과 흰색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폭넓은 사랑을 받는 색이다. 저변이 넓은 색 중 하나이다. 고구려 고분벽화부터 등장한다. 고분속 청룡(靑龍), 백호(白虎)의 푸른색과 흰색은 좌, 우의 방향을 나타내는 역할도 한다.
또한 푸른색과 흰색은 나주의 국가무형문화재 염색장의 쪽빛 천연염색은 물론 청화백자에서도 보인다. 이런 사실은 이 두 색에 대한 우리의 애호와 소비, 제작취향의 기호를 말해준다.
‘푸른 하얀 빛 靑白’전은 두 색이 지닌 이런 문화적 인식을 도자와 섬유공예를 통해 보여준 기획이다. 도자에는 담음, 저장, 장식 등의 역할이 있다. 또 섬유에도 의복, 거치, 장막과 같은 쓰임이 있다. 장르는 다르지만 ‘쓰임’과 ‘美’라는 공통적 속성을 지니며 인간의 삶과 함께 한다. 물론 제작자의 기술과 표현도 담겨 있다. 色은 그런 점에서 시대 경향, 소비, 당대의 표상, 작가의 사유와 표현 개성 등 다양한 요소들을 반영한다고 말할 수 있다.
전시 모습ⓒ갤러리 LVS신사
전시는 쪽의 천연 염색과 바느질을 중심으로 한 섬유예술가 장연순의 작품과 경기도 이천에서활동중인 경기도무형문화재 서광수를 비롯한 김세용, 유광열, 김복한 등 다양한 면모의 도예가 19인의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섬유와 도자 전시모습 ⓒ갤러리 LVS신사
전시장 정면에 걸린 장연순의 쪽염 공예는 안료를 만들기 위한 재료의 채취와 가공, 색을 입히는 공정부터 말해준다. 수확한 쪽의 숙성과 추출 과정을 통해 완성된 안료 그리고 이를 천에 입히는 과정은 오랜 시간과 숙련된 기술을 요한다. 그리고 자연 건조로 마무리되는 짙푸른 쪽빛 섬유는 천연 염료의 매력을 자연스레 드러낸다.
의복, 보자기 등 다양하게 쓰이는 쪽빛 섬유의 본질을 장연순은 여러 갈래로 주름지어 표현했다. 부채처럼 접혀진 천이 켜켜이 얹히면서 푸른색은 다채로운 모습의 변주를 보여준다.
섬유공예 전시모습 ⓒ갤러리 LVS신사
벽에 걸린 장연순 작품 아래에는 색과 형태가 다른 도자기들이 전시돼있다. 청자상감, 분청, 청화, 진사 등에도 모두 靑과 白이 기본이다. 이들은 물론 장식의 세부와 시유 방법, 소성 온도, 태토 등 각각의 특성에 따라 고유한 개성을 보인다.
이런 장식과 발색은 우리에게 익숙하다. 그 위에 ‘색’이라는 전시 모티브가 더해져 靑과 白의 스펙트럼이 폭넓은 점을 말해준다.
과거부터 이어온 ‘靑’과 ‘白’은 다양한 기법과 기형과 함께 어우러지면서 공예 문화가 가진 전통의 흐름과 그 맥락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과거와 현재를 잇는 문화와 미의식의 흐름까지도 상징한다. 이는 물론 같이 놓인 섬유공예에도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도자공예 전시모습 ⓒ갤러리 LVS신사
흰 벽에 걸린 쪽빛 섬유, 백색 좌대 위에 놓인 도자기. 전시는 소개작 하나하나를 靑과 白이라는 주제에 집중시키며 최대한 일관된 흐름을 보여준다. 아울러 섬유와 도자를 한 공간에 배치해 각 작품의 표면이 담고 있는 청백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끌어내 한눈에 비교할 수 있게 했다.
색은 인간의 삶 속에서 빼놓을 수 없다. 건축과 공예는 물론 우리가 먹는 음식에서도 색은 의미, 욕구, 표상 등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이 전시는 천과 그릇 그리고 장식물을 통해 ‘靑’과 ‘白’의 본질과 변주를 소개하고 있다. 아울러 그를 통해 이들 공예품을 사용하는 이들에게 색에 대한 문화적 인식을 새삼 환기시키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