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명: Salutation of Beatrice – 이윤희展
전시기간: 2016.10.28 ~ 12.4
전시장소: 서울 갤러리 JJ
글: 김세린(공예평론가)
머리가 깨질 듯한 현실이다. 다사다난함은 도를 넘었다. 굉장히 자극적인 뉴스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플롯은 단순하고 뻔하다. 여러 등장인물은 개성 넘치지만 주변에서 별로 만나고 싶은 캐릭터는 아니다. 희망보다는 굳이 접하고 싶지 않은 불쾌함과 찝찝함 그리고 절망이다.
‘아등바등’이 꿈을 갈구하며 달려가는 희망가가 아닌, 정말 ‘아등바등’ 끝이 보이지 않는, 희망이 약속되지 않은, 희망이 결국엔 절망으로 돌아서는. 현재의 사회풍조를 대표하는 단어가 된 건 아닌가 모르겠다.
이윤희
이윤희의 개인전 ‘Salutation of Beatrice’은 서울시립미술관의 신진미술인 전시지원 프로그램에 선정돼 열린 전시이다. 작품은 기본적으로 단테의 신곡을 모티브로 한다. 그렇기에 고부조(高浮彫), 접시, 환조 등 다양한 조형 속에는 인간의 여러 표정과 행동이 담겨있다.
야수와 같은 광기부터 평화까지. 그리고 어떠한 감정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도록 도자의 단단한 장식외피 안에 표정을 덮은 은유와 음흉, 상처를 상징하는 사람까지. 단테의 거대한 서사시 <지옥> <연옥> <천국> 속의 군상처럼 이윤희 작품에서는 사회적, 관계적, 개인적 영향을 거친 희노애락의 본능이 느껴진다.
이윤희
우선 인간군상의 표정이 시선을 끈다. 그만큼 도자로 빚어낸 표정은 인상적이다. ‘경쟁이 심해질수록 사람들은 자신의 꿈과 신념을 찾는다’라는 작가의 글이 힌트이다. 이들은 왜 이 같은 표정을 짓고 그와 같은 외모를 보이는지 그리고 궁극적으로 왜 신곡을 모티브로 삼았는지를 알려준다.
이윤희
신곡의 시작은 절망이다. 길을 가로막는 야수는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게 한다. 하지만 불현듯 나타난 베르길리우스는 희망을 준다. 그리고 베아트리체.. 그녀는 이상향과 희망을 선사하고 신의 존재를 인정하게 한다. 절망에서 희망까지. 경쟁이 치열한 현대사회에서 꿈을 위해 나아가는 노력이 결코 헛되지 않음을. 그 끝에는 우리의 베아트리체가 기다리고 있음을 작가는 작품을 통해 이야기한다.
이윤희
전시기간 중에 드러난 사회, 정치적으로 불쾌하고 불편한 현재의 상황. 그리고 뉴스를 틀면 끊임없이 절망과 분노를 빚어내는 불쾌한 이야기와 아직 보이진 않지만 그 끝은 결국 희망을 위한 것임을 단테의 신곡과 더불어 이윤희 작품은 그 일단을 보여주는 듯하다.
이윤희
이윤희
다채로운 삶과 사람의 군상은 원형, 몰드, 캐스팅, 전사, 청화 등 여러 기법을 통해 표출된다. 사람의 외피는 물론 흘러내리는 안료를 통한 감정 표현, 접시 안에서 어지러이 엉겨버린 사람들까지. 감정의 파편, 사람의 행동 하나하나에 작가는 그에 맞는 기법들을 적용한다. 같은 형상이 필요한 군상에는 캐스팅을 단단한 외피가 필요할 때는 기물의 외피에 물질을 부착해 다른 질감을 부여하는 전사나 첩화 등을 사용해 표현한다.
이윤희
이윤희
신곡의 마지막 <천국>편처럼 언젠가 닿을 신념과 꿈의 여정 끝에는 베아트리체로 대변되는 희망과 이상향 그것을 상징하는 뭔가를 직접 마주하게 될 것이다. 너무나 캄캄하고 어두운 절망의 끝에서 휩쓸리지 않고 자신의 굳건한 신념과 꿈을 무기로 나아간다면.
이렇게까지 아등바등하며 ‘도대체 무엇을 위해 이렇게 사는 것일까?’ 라는 질문을 되뇌이며. 하지만 그러면서도 다시 놓지 못하는 이유는 아마도 아직 보지 못한 나의 꿈 그 끝에 ‘무엇이 있을까’라는 호기심과 그래도 ‘언젠가는 도달하겠지’ 하는 희망이 한 켠에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