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명: FABRIC DRAWING–composition of space 정다운展
전시일정: 2016.10.7–10.27
전시장소: 서울 스페이스 선+
글: 김세린(공예평론가)
경계를 넘나드는 일은 기준에 따라 혼선을 수반하기도 하지만 새로움을 창조 과정이기도 하다. 도자기 타일을 공예품으로 때로는 건축 부자재로 생각하고 각기의 영역에서 고유의 관점으로 서술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고유의 물성(物性)을 살려 꾸밈과 쓰임의 영역을 확장하고 혼합을 수반하는 실험은 분명 결과에 관계없이 또 다른 새로움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일이다.
<Fabric Drawing #34>, 116.8x91.0cm Fabric Frame 2016 ⓒ 정다운
최근 공예계에는 회화, 미디어 등 다양한 분야와 콜라보한 작업이 증가하는 추세이다. 여기에서는 쓰임으로 대변되는 공예적 용도 부여가 흐릿해지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사용 재료가 다른 분야와 조합되면서 오히려 재료 고유의 물성과 특징은 부각되기도 한다.
정다운은 섬유공예의 주된 재료인 ‘천(Fabric)’을 이용해 이러한 실험을 지속한다. 천의 기본 구성인 가로와 세로의 짜임. 작가는 그 짜임에서 오는 선을 최대한 살려 캔버스에 반복적으로 감아낸다.
<Fabric Drawing #35>, 116.8x91.0cm Fabric Frame 2016 ⓒ 정다운
캔버스는 작가에게 재료의 본질과 재료 자체의 다양한 맺음을 통해 완성되는 효과의 극대화시키고 회화적 요소를 부여하는 도구이자, 한 폭이라는 회화적 작품단위를 완성시키는 구성물이다.
작가는 캔버스에 천을 당기고 묶고 프레임을 감싸는 등 행위를 반복한다. 일상의 쓰임이 부여된 천 공예품을 완성한다기보다 캔버스를 통해 회화라는 또 다른 영역을 끌어들임으로써 천의특징 중 하나인 평면화를 이뤄낸다.
<Fabric Drawing #42>, 각 22.7x15.8cm Fabrics Frame 2016 ⓒ 정다운
행위의 반복은 쉴 새 없이 천과 프레임을 맞닿게 한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통해 천은 팽창과 확대를 반복하면서 천이 지닌 고유의 조직과 물성을 부각시킨다. 그리고 고유의 시각효과도 완성된다. 작가는 작가노트를 통해 이러한 작업을 ‘선, 면, 공간을 구성해 시각적 성격을 완성하는, 천으로 그림을 그리는 회화’라고 정의하고 있다.
정다운은 공예 재료인 천이 가진 고유의 물성과 조직을 획으로 회화의 조형언어와 결합해 상상과 창작의 결과물을 도출해 냈다. 재료 고유의 물성과 다른 영역과의 조우와 실험을 통해 빚어낸 다채로운 효과들은 천이 가진 또 다른 언어를 보여준다.
정다운 <Fabric Drawing-untitled> Fabric Colored Stripes Frame 2016 ⓒ 정다운
그리고 천의 물성이 가진 다양한 성격에 대한 흥미를 갖게 한다. 천에 부여된 공예적 역할 즉 쓰임이 소극적으로 적용된 것은 다소 아쉽지만 실험과 폭넓은 상상을 통해 완성된 새로운 조형언어는 다음 작업에 대한 기대와 호기심을 자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