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제목: Myosotis 다정화–이재원展
전시장소: 부산 갤러리 이배
전시기간: 2016.9.6 – 10.2
글: 김세린(공예평론가)
흙으로 빚어진 단단한 질감의 육면체들은 마치 하나의 바위를 연상시킨다. 비석처럼 생긴 뽀얀 석토 분장의 입체물은 구조의 끝에서 중심을 잡아주는 듯하다. 도토와 유약으로 빚어낸 도자공예 고유의 질감과 이를 부각시키는 구성의 형태는 이재원의 작품이 가진 특유의 개성을 더욱 끌어올린다.
재미 도예가 이재원은 최대한 형태를 배제하고 미니멀한 구성과 단순한 형상으로 자신을 표현한다. 한국계 미국인의 필연적인 고민인 민족성과 성에 대한 끊임없는 성찰과 탐색의 과정이 그녀의 작품에 내재한다.
그녀는 수많은 타일을 이어 완성된 하나의 형태로 만들고 각기 다른 육면체를 쌓아올려 새로운 구성을 완성한다. 유약의 색채, 기물의 형태 그리고 상감 등 표면의 각기 다른 장식기법으로 단순한 형태의 구성물에 외피마저 차별화시킴으로써 하나가 되었을 때 조화의 개성을 부여한다.
<빛에 대한 기억 Ⅲ> 자기토, 유약, 석토, 판성형과 상감 2015 ⓒ갤러리이배
<봄비> 자기토, 유약, 판성형과 상감 2009 ⓒ갤러리이배
<기억의 편린 2> 자기토, 혼합재료, 판성형, 2016 ⓒ갤러리이배
작품에는 시간의 연속성이 존재한다. 그녀의 고민과 성찰의 흐름은 형태의 단순화와 파편화를 수반한다. 오랜 고민의 커다란 줄기는 단순해지지만 거기에 또 다른 가지들이 펼쳐진다. 시간에 따라 조금씩 변화하는 그녀의 작품은 그러한 성찰의 결과물이다.
과거의 작업에 현재의 작업물이 더해져 새로운 구성으로 작품이 재탄생되는 그녀의 작업은 이 작품에 또 어떤 입체가 더해져 새로운 작품이 완성될까 하는 기대감마저 들게 한다. 그녀는 낯선 이국에서의 생활에서 느낀 순간순간 삶의 편린과 성찰을 이러한 입체의 구성과 구축을 통해 표출한다.
<언 땅 어디엔가> 자기토, 유약, 석토, 판성형과 상감 2000, 2015 ⓒ갤러리이배
<이화> 자기토, 유약, 판성형과 상감 2010, 2015 ⓒ갤러리이배
그녀의 글자는 흙이다. 입체물의 완성과 완성된 입체물의 구성은 그녀의 기본적인 문장이자 언어의 완성이다. 외피의 질감과 문양 그리고 색채는 그녀의 삶과 생각을 더욱 구체적으로, 상세하게 살을 붙여준다. 그녀는 작가노트에 자신의 작업을 ‘손으로 생각하며 섬세한 감성으로 미로(迷路) 속에 미로(美路)를 찾아가는 중’이라고 밝혔다.
그녀의 작업은 결국 그녀의 삶과 생각을 형상화 하는 과정이다. 단순하면서도 구체적인, 그리고 정적이면서도 역동적인 그녀의 작품은 끊임없이 자아와 정체성에 대해 성찰하며, 열정적으로 작업하는 그녀 자신만의 궤적 그 자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