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제목: 장인이 피워낸 꽃
전시기간: 2016.5.27.-8.31
전시장소: 국립무형유산원 기획전시실
글 : 김세린(공예평론가)
꽃은 흔하면서도 귀함의 미학을 지녔다. 주변에서 흔히 보고 느낄 수 있기에 흔하면서도 흔하다. 꽃에 보여주는 색채와 형태는 그 자체가 영감을 불러오며 오랜 기간 일상은 물론 예술과 의례 등에서 쓰이며 상징과 은유로 바뀌었다. 꽃에 축적된 상징과 은유는 용도와 소재에 따라 본래 가진 형태의 함축과 특징, 정서를 반영한 다채로운 형상으로 재탄생된다.
일상 생활에서 의례까지 인간의 삶 한 가운데에서 있는 공예 역시 마찬가지이다. 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도자, 금속, 목칠, 섬유공예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가장 많이 다양한 의미와 용도로 활용되는 소재 중 하나이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문양, 장식의 의장으로 공예로 재탄생한 꽃의 형상 그 자체는 당대에 통용되었던 꽃의 의미와 정서, 경향을 알려준다.
국립무형유산원의 특별전 ‘장인이 피워낸 꽃’은 과거부터 이어져 내려온 꽃의 상징성과 일상성, 경향에서 출발한다. 꽃은 궁중의례와 일상에서 나란히 쓰였다. 조선시대 이전부터 궁중에서 각종 용도로 활용되는 꽃을 한지로 제작하는 화장(花匠: 현 중요무형문화재 궁중채화장)까지 존재했다. 또한 활옷, 댕기 등의 의류에서 가장 많이 사용된 장식의 소재 역시 꽃이었다. 이번 특별전은 이와 관련된 공예품과 도안 등의 유물과 국가무형문화재 보유자 작품이 대거 전시됐다.
故한상수(중요무형문화재 자수장 보유자) <자수 꽃, 새무늬 방석> ⓒ국립무형유산원
故한상수(중요무형문화재 자수장 보유자) <자수 꽃무늬 활옷> ⓒ국립무형유산원
꽃을 소재로 한 조선시대 유물과 現국가무형문화재 보유자 작품을 나란히 전시함으로써 전통의 전승이라는 전승공예의 기본적인 의미와 꽃이 지니고 있는 의미의 연속적인 활용과 확장을 ‘시간’과 함께 보여준다. 또 전통공예의 기본 형태에 새로운 의도가 반영된 작품들은 전통적인 형태와 의미는 물론 과거와 현재의 연속성과 경향을 동시에 엿볼 수 있게 한다.
박창영(중요무형문화재 갓일 보유자) <주칠 정꽃을 붙인 갓(주립)> ⓒ국립무형유산원
더불어 전시는 공예 전반에서 의장으로 쓰인 ‘꽃’이 아닌 ‘꽃’ 자체의 형태가 활용된 ‘지화(紙花)’ ‘윤회매(輪回梅)’ 등을 통해 전통문화에서 꽃 자체가 지닌 용도와 의미 그리고 활용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조선후기 북학파 문인들이 애호했던 윤회매(벌집에서 채취한 밀랍으로 빚어 만든 매화를 말한다. 벌이 꿀을 모아 저장하고 벌집에서 얻은 밀랍으로 꽃을 만드는 과정이 윤회와 비슷하여 이름붙여졌다)를 비롯해 영산재, 동해 한별신굿 등 전통 제례에서 죽음과 재생을 상징하는 장엄구였던 지화 작품은 꽃 자체가 지닌 상징과 은유가 어떠한 형태와 용도로 활용되었는지를 말해준다.
황수로(중요무형문화재 궁중채화 보유자) <윤회매> ⓒ국립무형유산원
해월스님(영산재 보존회) <영산재 부채난> ⓒ국립무형유산원
전시는 과거에서 현재까지 이어지며 ‘꽃’에 담긴 사회, 문화사적인 의미와 역할을 보여주는 기획이다. 용도와 의미에 따라 달리 쓰인 꽃의 면모를 제작부터 제의, 문인 사회에서의 활용까지 일관된 스토리라인을 최대한 드러냈다. 너무 흔하면서도 귀하게 그리고 다양하게 활용된 꽃에 담긴 다채로운 삶의 장면을 전통공예와 함께 보여준 기회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