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시 명 : PERCEIVE, FEEL & SENSE/Site-Specific Project – 김선애 전
전시기간 : 2016.5.1.–7.2
전시장소 : 서울 모즈갤러리
글 : 김세린(공예 평론가)
영국 도자기는 일상에서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동시에 트렌드를 주도하려는 표상적 성격을 지닌다. 가문과 자신, 전통에 대한 자부심. 강한 국력과 다양한 문화를 겪은 그들의 역사적 배경에서 비롯된 환경이 담겨있다.
또 ‘이것이 과연 공영방송에서 제작한 것이 맞을까?’ 싶을 정도인 BBC 프로그램에서 드러나는 강한 개성과 독립적인 취항 등. 영국 도자기에는 이런 자신들의 면모가 담겨 있다. 그리고 이는 현재까지 전통은 이어지고 있다.
김선애 <ceramic dress> Alexander MQ Fashion Show 2011 ⓒ 김선애
김선애는 영국에서 공부하고 현재도 런던과 서울을 오가며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런던에서는 디자이너 알렉산더 맥퀸와 협업을 통해 도자기 드레스를 런던 패션위크의 알렉산더 맥퀸 쇼(2011)에 선보이는 작업도 펼치고 있다.
그녀 작업은 카오링(백토)과 기형, 선과 색채를 중심으로 한 문양 표현을 통해 영국과 유럽의 도자 전통을 반영한다. 물론 현대의 일상과 미학을 담은 문양과 조형도 있다. 그리고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과 풍자를 통해 현재(現在)의 의미도 담아낸다.
이번 전시는 아름다움, ‘미(美)’에 대한 내용이다. 현대인이 미에 대한 욕망을 가장 노골적으로 표출하고 실행하는 공간인 성형외과를 모티브로 삼았다. 그리고 외모지상주의에 대해 ‘외적인 아름다움이 진정한 아름다움일까?’라는 문제의식을 제기한다. 이를 위해 거울과 장신구를 비롯한 다양한 도구들이 문양과 배치로 등장한다.
김선애< perceive, feel & sense > 2016 ⓒ 모즈갤러리
김선애 <perceive, feel & sense>(부분) 2016 ⓒ 모즈갤러리
김선애 <perceive, feel & sense> (부분) 2016 ⓒ 모즈갤러리
김선애 <perceive, feel & sense> 2016 ⓒ 모즈갤러리
<perceive, feel & sense>는 테이블과 벽에 부착한 화려한 접시장식이다. 얼핏 보면 유럽 고유의 장식문화를 재구성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미 사용한 접시를 가지고 장식한 것이다. 이미 한번 사용된 기물을 통해 개개의 사물이 지닌 ‘고유의 아름다움’과 ‘개성’에 대한 존중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아름다움은 본래 가지고 있는 것을 인위적으로 바꿔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본연에 개성을 더해 충분히 완성할 수 있음을 말하고 있다.
김선애 <i have enough jewelry> 2016 ⓒ 모즈갤러리
<i have enough jewelry>도 흥미롭다. 이 역시 리사이클에 토대를 두었다. 흔히 사용하는 식기들에 과하다 싶을 정도로 장신구를 그려 넣었다. 내면이 아닌 물질만으로 자신의 아름다움을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세태에 대한 직설 화법이다. 물질로 치장한 모습이 정말 아름다운지에 대한 문제의식이다.
아름다움에 대한 욕망과 그를 이루기 위한 노력은 인류 역사가 시작되면서부터 지속됐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이 나쁜 것일 수 없다. 아름답게 꾸미고 가꾸는 것은 자신에 대한 사랑이자 욕망이 가진 긍정적 면모이다. 하지만 본연의 아름다움에 대한 외면, 외모지상주의는 이런 긍정의 욕망을 퇴색시키고 있다. 김선애 작업은 근래의 현실에 대한 일침에서 시작해 아름다움과 개성을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