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명: 한국현대미술작가시리즈 <최현칠_동행, 함께날다>
전시기간: 2016.3.11 - 2016.6.12
전시장소: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제2원형전시실
<최현칠_ 동행, 함께날다>展은 최근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진행중인 ‘한국현대미술작가 시리즈’ 의 하나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오랜만에 열린 금속공예전이다. 최현칠(崔賢七: 1939~)은 국내 현대 금속공예 1세대 원로작가로 이번 전시에서는 그의 초기작부터 최근작까지 한눈에 소개되고 있다.
이남이, <와유촛대>, <화이트프레스세트>, 조선미술전람회 16회 출품작 (1937)
근대기 한국의 금속공예계는 많은 역경을 겪었다. 이전부터 전해져 오던 금속공예의 맥이 계승되고 동시에 유기와 입사공예 등을 중심으로 수요 또한 지속되었지만, 일제의 유동 수탈과 수요층 변화, 정책적인 문제와 같은 외부적 어려움으로 인해 과거처럼 활성화되지 못한 상태였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서도 전승을 지속한 작가들과 전통적인 기법과 양식을 기반으로 서양적인 형태의 절충을 추구한 이남이(생몰년 미상) 등 활동으로 전통적인 금속공예와 현대 금속공예의 기반이 서서히 구축되었다. 최현칠은 이러한 근대기 작가들의 활동을 계승하고, 동시에 자신만의 조형세계를 완성한 작가로 평가받는다.
전시는 작가의 작품연대를 총 4기로 나누어 구성됐다. 1기 ‘탐구와 표현’은 1960-70년대 작가의 초기작들이 소개됐다. 과거부터 이어내려 온 전통적인 주조기법을 공학자 이종남(李種南: 1932-1986)과 함께 연구하여 작품에 적용하고, 다양한 기법적, 조형적 실험이 전개되는 시기이다.
최현칠, <무제>, 1969. ⓒ 국립현대미술관
완, 반, 잔, 제기, 주병, 촛대 등 기물(器物)의 형태와 지문이나 나이테 등을 표면 질감의 모티브로 활용해 주물을 떠내 완성한 작품들이 주를 이룬다. 전통적인 주조기법을 이용해 다양한 질감을 표현하고, 은, 동 등 합금재의 활용, 기물과 조형물의 결합 등 실험적인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동시에 자연물을 소재로 작품활동을 지속적으로 이어가 작가의 정체성을 구축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기 ‘형태와 문양’은 1980년대 작품들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1기에서 구축된 작품세계와 기법을 바탕으로 본격적으로 작품의 조형에 자연물이 투영되는 시기이다. 삼한시대의 소도에서부터 이어진 소재인 나무와 새의 형상을 구체화하며, 식물이 가지고 있는 부드러운 곡선의 형태를 부각하여 작가가 추구하는 형태를 만들어낸다.
최현칠, <무제> 1988. ⓒ 국립현대미술관
최현칠, <무제> 1980. ⓒ 국립현대미술관
이 시기는 은을 주재료로 사용하거나 청동에 은입사를 하는 등 은의 활용이 두드러지는 점 또한 엿볼 수 있다. 작품의 형태가 조형물에 가까워지면서도, 수저, 잔 등을 통해 실생활에 사용하는 기물에서의 적용도 함께 이루어지는 것은 1기와 마찬가지이다. 이때는 작가의 작품세계가 구체화되고, 그간의 실험이 정착되어 본격적으로 다채롭게 활용되는 시기라고도 할 수있다.
3기와 4기 ‘은유와 투영’, ‘의미와 확장’은 1990년대부터 최근의 작품으로, 1기, 2기의 실험과 구축을 통해 완성된 작가만의 기법과 모티브를 바탕으로 다양한 재료와 표현이 발현되어 완성된 작가의 작품들을 보여준다. 중소형 작품들이 위주였던 이전에 비해 작품 규모가 대형까지 다양해지고 이에 따라 꾸준히 사용된 조형소재인 기물은 물론, 설치물, 공공조형물까지 작품의 영역과 규모도 확장된다.
최현칠, <무제> 1996. ⓒ 국립현대미술관
최현칠, <무제> 2008. ⓒ 국립현대미술관
또한 기존에 사용했던 은, 청동 등의 재료와 기법은 물론 아크릴, 래커, 금박 등의 재료를 통해 작품의 색채가 더욱 자유로진다. 1996년 스티로폼을 이용해 주물을 떠내는 전해주조기법을 성공시키면서 이를 활용하여 제작기간을 단축하며 작품의 유연한 형태가 극대화된다. 최근에는 나무와 곡선을 가진 자연물을 그대로 활용하면서도, 2008년작 <무제>와 같이 작가가 추구하는 조형의 형태와 함께 무언가를 올리거나 담는, 공예가 가진 본래의 기능적인 '일상'에서의 역할을 더하여, 공예에서 예술과 일상의 조화에 대한 고민과 실험이 두드러지고 있다.
최현칠, <티아라> ⓒ 국립현대미술관
원로작가 최현칠의 이번 전시는 그가 걸어온 작품세계의 여정과 지금까지도 실험과 고민을 안고 작품활동을 지속해가는 작가의 열정을 보며, 보는 이로 하여금 ‘지금 나는?’이라는 의문과 삶에 대한 반추를 하게 한다. 또한 일상을 중심으로 더불어 함께 하려는 최근작은 물론 그가 직접 만들어 며느리에게 선물해 결혼식에서 착용했다고 하는 <티아라> 등의 작품을 통해 자칫 그 질감으로 인해 차갑게 느낄 수 있는 금속공예가 가지고 있는 훈훈하고 따뜻한 체온을 보여준다. 각박함과 차가움이 가득한 요즘 <동행_함께날다>전은 바쁜 일상 속에서 잊고 있던 열정과 따뜻함을 전해주는 전시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