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시 명 : Made 人 Korea – 문화로 산업을 창조하다
전시기간 : 2016.3.3– 3.7
전시장소 :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글 : 김세린(공예평론가)
문화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산업적 실험은 2000년대 이후 꾸준히 시도됐다. 공예 역시 마찬가지이다. 전승은 물론 현대 공예까지 포함해 오브제 또는 잔, 주전자 등 실제 쓰이는 기물들을 중심으로 일상과의 접목을 통해 공예 자체의 예술성을 유지하며 일상성을 확보해 저변을 넓혀보자는 노력이 그것이다. 이것이 젊은 작가들 사이에 확산되면서 현재는 공예의 한 경향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런 경향은 아트 페어, 박람회, 프리마켓 등 다변화된 활동 영역을 배경으로 인터넷 등을 통한 접근성 확대, 개성을 중시하며 소비문화를 주도해나가는 마니아층의 증가 그리고 대중과의 소통이 없이는 저변 확대와 수요 증가가 실제적으로 힘들다는 자각 아래 적극적으로 소통을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은 젊은 작가들의 자세에 힘입은 바가 크다. 그리고 이러한 자세로 인해 전시나 작가주의를 중심이었던 공예가 예술성을 유지하면서도 일상성을 확보하는 작품의 증가로 이어졌다. 이런 일들은 디자인아트페어, 청주공예비엔날레, 경기도자비엔날레 등에서 확인이 가능하다.
기성품이 확산되기 이전, 예술적인 면모와 사회적인 표상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면서도 동시에 사회의 기간산업이었던 공예의 본래 모습을 생각해보면, 이러한 경향은 공예 본래의 모습을 되찾으면서 한편으로 현대성을 확보하기 시작하는 단계라 할 수 있다.
‘Made 人 Korea: 문화로 산업을 창조하다’ 전은 문화체육관광부와 농림식품수산부가 주최하고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한국콘텐츠진흥원, 한식재단, 한국농식품유통공사가 주관한 전시이다. 서울전에 이에 광주와 부산을 순회할 예정인 이 전시는 ‘한국문화의 정수’, ‘한국문화의 가능성’, ‘한국문화의 진화’라는 세개의 소주제를 중심으로 공예는 물론 디자인, 그래픽, 한식 등 다양한 분야들의 현재와 융합에 대한 실험을 보여준다.
‘한국문화의 정수’ 모습 ⓒ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공예관련 전시는 목칠, 도자, 섬유 등 전통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분야의 공예품이 한식, 첨단산업 등 타분야에서의 쓰임을 통해 일상성을 모색하고 있다. ‘한국문화의 정수’에서는 한불수교 130년 특별전에 소개되었던 한복, 목칠, 도자, 디자인 작품을 다시 선보였다.
‘한국문화의 가능성’ 모습 ⓒ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한국문화의 가능성’에서는 ‘한국문화의 정수’보다 좀 더 일상 생활에 적극적으로 다가간 내용이 소개돼있다. 이곳에는 문화체육관광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에서 선정한 2014년과 2015년의 우수문화상품 공예분야의 작품이 함께 선보였다.
전시작은 기물의 용도와 조형에서 일상성을 입히면서, 동시에 문양과 기형을 통해 작가의 정체성을 더한 작품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여기에 음식을 담는다든지 등 실생활에서 사용할 때의 모습을 함께 보여줘 보는 사람에게 공예의 일상적인 모습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또한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등에서 판매하고 있는 것들도 들어있어 소비에 대한 예시를 사실상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한국문화의 진화’ 작품 일부 ⓒ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한국문화의 진화’는 첨단 산업, 전자 기기 등의 분야와 융합된 새로운 컨텐츠와 작품들을 보여주고 있다. 소개작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주관했던 ‘2015 공예트렌드페어’에서 선보였던 3D 프린터를 활용한 작품들과 맥을 함께한다. 이는 공예의 일상성과 관련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공예와 현대 산업과의 융화 및 효율성, 접근성에 대한 문제를 해소하려는 실험적인 성격이 강하다.
효율성과 접근성, 융화는 공예의 일상화와 산업화에 있어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첨단 산업과의 융합과ㅏ 수공예가 가진 효율성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실험이 지속되고 있는 상태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관련된 논의들이 지속된다면 소통과 저변에 대한 내용과 마찬가지로 서서히 대안이 마련될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이러한 모색 과정에서 효율성의 한계를 극복을 위해 ‘사람의 손과 문화를 입힌 형태와 의장의 견고함’. 즉, 공예가 가진 정체성과 장점은 놓치지 말아야 한다. 실험이 지속되고 있는 현 단계에서 이러한 공예의 정체성 유지는 어렵지만 함께 가져가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이번 전시는 기존의 아트페어와 박람회보다는 일상성에 대한 실험적인 성격이 강하다. 또한 공예에 대한 문화산업적인 성격을 전면에 내세운 만큼 현재의 결과와 미래에 대한 의견을 공개적인 공간에서 개진하려 하고 있다. 이러한 실험과 논의, 모색이 지속은 앞으로의 공예를 위해서도 고무적이다. 아트페어와 박람회, 그외 다양한 유형의 전시와 오픈공간을 통한 논의와 실험이 지속되면서 공예가 지속적으로 일상에 스며들며 공예의 본래 일상적인 면모를 온전히 회복하기를 기대한다.(*)
*이 전시는 3월18일부터 23일까지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의 전당에서 전시되며 이후 4월1일부터 6일까지 부산 벡스코에 순회 전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