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시 명 : New Olds–전통과 새로움 사이의 디자인
전시기간 : 2016.1.28–2016.4.16
전시장소 : 서울대학교 미술관
글 : 김세린(공예평론가)
전통은 현대 공예에서 지속되는 담론 중 하나이다. 사전에는 ‘어떤 집단이나 공동체에서, 지난 시대에 이미 이루어져 계통을 이루며 전하여 내려오는 사상, 관습, 행동 따위의 양식’으로 정의돼있다. 이는 ‘전통’이라는 단어에 내포된 문화의 연속성과 상징성을 뜻하다. 즉, 과거와 현재의 이음과 확산이 ‘전통’이라는 단어에는 내포되어 있다.
과거와 현재: 전통이 지닌 문화의 연속성
과거의 공예는 시대문화를 반영한 의장과 형태는 물론 생활에 필요한 모든 물품이 수공예로 만들어진 산업적 성격과 예술적 성격이 공존했었다. 그 자체가 기간산업이었기에 기물의 쓰임이 당연히 내재돼 있었고 물건의 외형은 당시 예술과 문화의 산물이 됐다. 하지만 기계가 도입되고 기존 수공예의 산업적인 측면을 기성품이 대체하면서 공예가 지닌 이런 성격은 흐릿해지기 시작했다. 특히 회화, 조각 등 미술의 다른 분야와는 달리 공예는 기술과 문화가 두루 반영돼 일상에 수용되는 ‘산업적’ 성격이 강한 분야였기 때문에 미술문화의 하나로 편입에서는 공예가 지닌 개성을 온전하게 유지하기가 불가능했다.
탈경계와 작가적 표현이 강조된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 시대가 미술의 주류를 이루면서, 전통은 단순히 전승을 넘어 전통 문화의 생존에 대한 문제까지 다루고 있다. 특히 공예는 공예의 성격 자체에 대한 다양한 견해들이 과거와 달리 치열하게 개진되고 있다. 더불어 공예품의 사용과 장식을 시각화해 공예에 적용하는 도안인 ‘도설(圖說)’은 산업혁명 이후 수공업적 공예는 물론 대량생산을 위한 도안인 ‘디자인’이라는 용어로 변모했다.
현재 전승공예로 대변되는 과거부터 유지된 공예와 디자인 전통은 유지되어야 하며, 근 70년간을 이어온 현대공예 문화 역시 간과할 수는 없다. 이들은 다시 시간의 흐름에 따라 또하나의 전통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일상문화에 온전히 적용되지 않고 있어 문화의 계승과 발전이라는 ‘전통’의 근본적인 의미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아울러 ‘공예의 일상성 회복과 온전한 전통의 확산 및 계승’이라는 화두는 현재 다수의 전시와 학술적인 연구를 통해 논의가 지속되고 있다.
과거와 현재에 대한 논의, 문화의 확산과 융화
독일 국제교류처와 독일문화원이 함께 주관한 이 전시는 이러한 ‘전통’의 담론과 맥을 함께 한다. 전시 의도는 기본적으로, 전통과 현대 도자문화의 전승과 확산 과정을 각각의 테마에 따라 비교해 담아낸 2015년 경기도자비엔날레의 ‘色: 이색, 채색, 본색(異色, 彩色, 本色)’전과, 과거와 현재의 공예를 대중문화와의 혼합을 통해 현시점에서의 전통을 반추해보고 확산의 과정을 드러내려 했던 2015년 청주공예비엔날레 ‘확장과 공존; 잇고 또 더하라’ 전에서 개진했던 담론들과 같은 연선상에 놓여있다고 할 수 있다.
전시는 독일국제교류처와 독일출신 디자이너이자 큐레이터인 볼커 알버스(Volker Albus) 교수가 기획해 순회전이 개최되는 국가의 디자이너들과 함께 독일의 현대 문화와 전통 공예의 전개 및 지속 과정을 포함해 해당 국가에서 각각의 문화와 현대 미술과 전통이 융합된 작품들을 보여줌으로서 과거와 현재의 융합과 확산을 통한 현재적 의미의 ‘전통’에 대한 시도와 해석들을 보여준다.
김자형 <OldNew..“New worth from No worth”> 2015년
양웅걸 <청화소반> 2015년
전시에 초대된 한국 작가 및 디자이너들의 작품들은 한쪽 일변도보다 융화가 두드러진다. 과거부터 내려온 기물의 형태에 현대의 금속공예기법을 활용한다든지(김자형, <OldNew..“New worth from No worth”>), 전통적 소반에 청화로 장식한 도자 상판을 얹어 재료의 변용을 보여주는(양웅걸, <청화소반>) 등의 작품이 그것이다. 이러한 작품들은 게르만 및 북방 민족의 문화, 로코코, 아르누보 등 독일 전통문화와 현대를 다양한 기법과 매체를 활용해 융합한 작품들과 어우러져 현재 전통공예에 대한 논의의 단면을 작품을 통해 보여준다.
베르너 아이스링어(Werner Aisslinger) <Books> 2007년
빅 게임(BIG-Game) <Moose, Roedeer, deer> 2004년
리하르트 휘텐(Richard Hutten) <Playing with Tradition> 2008년
또한 전시는 2015년 경기도자비엔날레나 청주공예비엔날레와 마찬가지로 ‘전통공예’와 ‘디자인’의 현재적 의미를 전승공예에서만 찾지 않는다. 전승공예가 가진 기법과 문화는 물론, 여기에 현대 공예를 함께 융화해 오늘날의 전통으로 확산하시려는 시도를 지속한다. 하지만 공예와 디자인에서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인 ‘일상성’에 있어서는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으나, 아직까지는 아쉬움이 남는다.
전통, 모든 것이 흘러간 과거일까?
‘모든 것이 흘러간 과거일까?’ 이번 전시의 큐레이터인 볼커 알버스는 이런 물음을 제기했다. 전통공예. 그것은 과연 흘러간 과거일까. 현재의 전승공예를 그저 과거의 것, 고리타분한 것, 박물관에서만 볼 수 있는 그런, 일상성을 잃은 공예문화로 인식한다면 그것은 흘러간 과거가 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러한 인식이 이어진다면 역으로 현재의 공예 역시도 미래에는 흘러간 과거가 될 수밖에 없다.
전통의 본질인 ‘연속성’과 ‘상징성’ ‘표상적 성격’을 잃게 되고 단절되어 버린다. 이를 우려하기에 일상과 함께하는 전통의 계승과 확산에 대한 논의는 중요한 화두로 지속적인 논의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전통은 ‘흘러간 과거’가 아닌 지금도 진행되고 있는 ‘현재’임을 이번 전시는 다시 한번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