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기간 : 2015.11.23-2015.12.06
전시장소 : 서울 합정동, 여니갤러리
글 : 김세린(공예평론가)
회화처럼 평면 위에 나무와 옻으로 표현된 오브제들을 배치해 공간 속에서 하나의 장면을 연출한 것이다. 이 공간은 낯설다. 그 동안 보아왔던 옻칠공예 모습과 크게 다르다. 이 낯설음이 공간을 주도한다. 이는 작가가 의도한 회상의 장면이자 회상을 넘어 상상을 자극하는 공간의 민낯이다.
맹지은 <그 여름> 2015 나무 옻칠
배경에는 장면 장치를 통해 최대한 공간성을 부여했다. 모든 작품들의 배경 위에는 의자가 놓여있다. 의자는 사각 공간의 중심을 차지한다. 개입은 회상의 공간을 만든다. 여기에는 작가나 인물을 상징하는 어떤 것도 없다. 다만 의자가 회상의 공간, 회상을 하고 있는 이를 상징할 뿐이다.
나무 질감을 살려 투명 칠로 마감한 목재 위에는 구름이 떠있다. 그리고 왼쪽 측면에는 비어있는 크고 작은 의자가 놓여있다. 그 여름에 보았던 바다와 하늘을. 작가는 빈 의자를 통해 보는 사람을 상상이 세계로 유도한다.
맹지은
맹지은 <그때> 2015 나무 옻칠
<그때>는 더욱 적극적이다. 공간 안에 의자만 덩그러니 놓여있다. 뒤에는 구름이 걸려있다. 구름은 사각프레임 안에 놓여 있어 실내의 창문에서 보이는 구름인자 아니면 야외를 의도한 것인지는 보는 사람의 상상에 달려있다. 분명한 것은 공간과 관계없이 <그때>라는 제목과 모든 요소들을 배제하고 놓인 의자는 어떠한 추억 혹은 상상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그 여름>이나 또다른 작품인
작가는 가장 친근한 가구인 의자를 소재로 ‘끊임없이 벗어나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을, 그러나 결국 현실의 테두리 안에서 만족할 수밖에 없는 우리의 모습’을 말하고자 했다. 그녀는 색다른 공간의 낯선 느낌을 공예적 재료와 소재인 옻과 나무를 통해 평면화시킴으로서 극대화했다.
기억은 사실을 증언하면서 첨언을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실 위에 무의식적으로 반영된 상이 더해진다. 따라서 평범한 일상도 특별한 기억으로 남을 수 있고 힘들었던 시간도 현실을 위로하는 기억으로 탈바꿈이 가능하다. 맹지은 작품은 평범한 사물 속의 변용을 통해 일상을 위로하고 즐기는 하나의 법칙을 새삼 알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