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명: 짜장면박물관 상설전
전시기간: 상설
전시장소: 인천 짜장면박물관
글: 김세린(공예 평론가)
일상생활에서 우리에게 음식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배고픔을 달래주고, 입에 도는 질감과 미감이 즐거움을 준다. 특별하게 먹는 음식부터 우리의 일상식까지, 다양한 종류의 음식은 감각을 자극한다. 음식은 단순히 음식만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다. 음식을 먹고 조리하는 공간이 있고, 사용하는 도구가 있다. 이 도구들은 소위 우리가 말하는 ‘공예품’이다.
‘일상공예’와 ‘창작예술공예’, ‘전승공예’를 구분하고 있는 현대 공예의 범주에서만 놓고 보면 음식을 먹을 때 사용하는 도구들을 어떻게 ‘공예품’의 범주에 넣을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하지만, 공예가 인간의 생활에 사용하기 위한 기물의 제작이라는 본래의 출발과 역사 속에서의 내용을 돌이켜보면 이들은 충분히 공예품에 속한다. 그리고 일상의 공간으로 완전히 들어오지 못하고 있는 현대 공예에 작은 경종을 울린다.
이런 면에서 인천 차이나타운에 위치한 짜장면박물관과 이들의 전시내용 및 방법은 자뭇 흥미롭다. 19세기 말 개항기 산동지역의 중국인들을 중심으로 인천에 들어온 화교들은 현재의 인천 차이나타운에 정착을 했고, 당시 중국의 생활문화가 그 안에 입혀졌다. 이 가운데 하나가 음식이었고, 짜장면도 그 때의 산물 가운데 하나이다.
박물관 전경. 과거에 사용했던 건물을 그대로 활용했다.
(현재 걸려있는 현판은 재현된 것이며, 내부에 원래 사용했던 현판이 전시되어 있다.)
1908년 ‘산동회관(山東會館)’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문을 연 공화춘(共和春)은 현재 유행하고 있는 음식관련 프로그램들을 통해 짜장면을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만들어 판 중국집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짜장면박물관은 공화춘의 옛터를 그대로 활용해 인천시에서 2012년에 문을 연 박물관이다. 그리고 현재는 대중매체를 통해 음식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관람객이 대폭 증가한 요즘 인기가 뜨거운 박물관 가운데 하나이다.
공간을 그대로 활용한 박물관의 전시 구성.
짜장면박물관은 예전에 사용했던 공간을 그대로 활용했다. 전시배치 역시 공간을 바탕으로 쓰임을 위주로 구성했다. 건물 중앙의 계단을 중심으로 1층 좌우에 위치한 주방과 2층의 식당홀을 그대로 전시실로 사용하여, 그 안에서 활용되었던 기물들을 당시의 용도에 맞게 사진과 함께 전시했다. 더불어 당시 공화춘의 벽면을 장식했던 서화작품들도 위치했던 자리에 함께 걸어두었다. 그리고 박물관의 조성과정에서 발굴된 공예품들은 쇼케이스에 넣어 일반 박물관의 전시처럼 진열을 했다. 하지만 이 진열이 어색하지는 않다. 이 공예품들이 사용되었던 공간에 마치 처음부터 위치했던 협탁에 있었던 것처럼 전시되어 있어, 관람객들은 본 공간과 진열공간을 동시에 보면서, 당시에 사용한 식기, 주방도구, 배달통 등이 어떻게 사용되었는지를 자연스럽게 인식할 수 있다. 이러한 면이 이 박물관 전시의 장점이다.
박물관에 전시된 서화와 식기, 조리기구, 사진들
한편 전시된 기물들은 기성품과 수공예품이 적절하게 혼재되어있어, 근대기에서 산업화가 본격화되기 이전인 1960년대까지 공예의 양상을 ‘중식당’이라는 생활 속의 공간과 그 안에서의 사용을 통해 보여준다. 또한, 우리 생활에서 가장 친밀한 음식 중 하나인 짜장면이 최초로 만들어진 공간에서의 사용을 당시 사용했던 공예품을 통해 그대로 보여줌으로써, 평범한 음식과 공간이 지닌 역사성, 상징성이라는 가치를 함께 전달한다. 당시 사용된 물품들은 중국에서 우리나라로 올 때 가져온 물건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인근의 수공예 공방이나 공장에서 직접 주문하여 만든 것들이다. 배달을 위해 사용한 근대기 나무배달통은 목수가, 면기와 컵은 도공에 의해 제작이 이뤄졌다. 그리고 이들은 점차 철가방, 공장에서 생산된 그릇들로 대체되면서 현재의 면모를 갖추게 된다. 이러한 흐름 역시 이 공간 안에서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공간과 사람, 쓰임을 바탕으로 전개되었던 공예는 현재 창작과 예술, 일상, 전승으로 나뉘어 있지만 실제로는 하나의 줄기에서 시작되었다. 급격한 현대의 산업화와 제도가 공예를 휩쓸고 지나가면서 이들은 분리되었고, 균형을 이루어야 할 무게추는 한 쪽으로 쏠렸었다. 공간과 사람, 쓰임에 중점을 둔 짜장면박물관의 전시는 이러한 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