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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감각과 해체를 수렴한 色의 움직임 <2015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 리뷰 Ⅰ-초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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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시 명 : 2015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 리뷰 Ⅰ-초대전
전시기간 : 2015.4.24~5.31
전시장소 : 이천 세라피아, 여주도자세상, 광주 경기도자박물관
글 : 김세린(미술평론가)

벌써 여덟 번째를 맞는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도 이제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올해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의 대주제는 ‘색(Ceramic Spectrum)’이다. ‘이색(異色), 채색(彩色), 본색(本色)’은 이를 위한 슬로건이다. 

백토, 흑토, 황토 등 도자기가 품고 있는 태초의 색인 흙의 색. 백유, 청유, 황유, 갈유 등 표피로 발산되는 유약의 색과 장식 본능 등. 도자기가 가지고 있는 모든 색에 대한 이야기를 포괄하는 이 세 단어는 각 지역별 전시장 메인에 걸려있다. 도자예술의 파인아트와 실용예술적  성격은 물론, 다른 장르와의 협연을 통한 새로운 해석과 지평을 제시하려 하는 조직위원회의 의도는 이 단어들로 함축돼있다.


광주 ‘본색 공감: 동아시아 전통도예’ 제 1전시장 모습


전시는 이천, 여주, 광주 세 곳에서 열리며 장소마다 테마가 다르다. 광주 경기도자박물관의 전시는 ‘본색공감: 동아시아 전통도예’가 테마이다. 전시는 전통의 틀 안에서 모던의 면모를 갖춘 한국, 일본, 대만의 작품들이 선보이고 있다. 기본적인 기물의 형태를 가지고, 작가들의 개성이 유색, 질감, 장식, 소성기술의 차이 등으로 작품에 표출되었다. 


최성재 <환상체험>과 양리리의 <전통 종교행사> <봄날 좋은 시절>


한국작가 최성재의 <환상체험Ⅴ>와 대만작가 양리리의 <전통 종교행사>, <봄날 좋은 시절>은 기법과 문양의 표현이 인상적이다. 분청토와 화장토, 백토로 기물을 전체적으로 감싼 후 손으로 문양을 표현한 분청사기 제작기법, 백토의 기물 위에 청화안료를 사용하여 문양을 표현하는 청화기법을 사용한 두 작품은 전통적인 제작방법을 사용했다. 하지만 구연부와 동체 전면에 올려진 색과 문양표현이 다르다. 분청사기 백토 분장 위에 상아와 붉은 빛, 마치 큐비즘과 같은 효과가 두드러지는 배경의 표현과(최성재) 구연부의 갈유와 청화로 그린 인물의 표현은(양리리) 전통적인 기법 위에 모던을 더한다. 


오에 노리카즈 <간장용기> <주전자>

니사토 아키오의 <푸른 그릇> <빛을 내는 그릇>


일본작가 오에 노리카즈의 작품은 수가 매우 많지만, 기본적인 형태와 크기가 동일하다. 그리고 태토와 유약에서 차이를 뒀다. 동일한 형태 안에서 상반된 색채의 대비를 둠으로써, 흙과 유약의 사용에 따른 색의 효과를 가감 없이 드러낸다. 나아가 니사토 아키오의 작품은 백토를 사용해 제작한 심플한 기물에 청색과 백색 각각 단색으로만 전면에 시유해, 발색의 효과와 대비가 극대화 시켰다. 

광주의 작품이 전통적인 기법과 형태에서 보여줄 수 있는 현대적인 장식과 색을 담았다면 이천 세라피아에서 열린 ‘수렴과 확산’전에는 해체가 이뤄진다. 작품마다 형태, 색, 질감 등 각각 다른 방식의 해체가 진행되고, 이를 수렴하는 하나의 요소가 해체를 하나의 작품으로 묶는다. 

현대 도자예술에서 보이는 새로운 경향을 해체와 분절, 그리고 수렴과 통합 등으로 해석한 작품이 소개중이다. 전통에서 확장된 외연에 디지털 요소까지 더해져, 다양한 경향의 혼재로 포스트모더니즘이란 표현도 부족할 정도로 범위가 확산된 오늘의 모습을 색이라는 테마 속에 수용하고 있다. 


리비아 마린 <유목민 패턴>


도시야 미수다 <티타임><청화항아리>


마리아 오리자 <나선형공간><아이리스>


말 그대로 기물의 형태가 흘러내리며 확산을 보여주고(리비아 마린 <유목민 패턴>), 디지털 이미지를 차용해 기물의 형태를 디지털 큐브의 픽셀과 같은 모습으로 분해, 형상화 해 그 안에서 분절된 색과 질감을 표현한다(도시야 미수다 <티타임><청화항아리>). 공간 안에 색을 선으로 하나하나 분리해, 점차 확산시켜 형상이 이들을 수렴해 하나의 온전한 형태로 묶기도 한다(마리아 오리자 <나선형공간> <아이리스>). 작품들의 조각조각 분리된 색은 공간과 형태에 수렴되어 전체가 완성된다. 그리고 색은 스펙트럼에 분사된 것처럼 공간 안에서 확산된다.


 
가츠요 아오키 <거울아 거울아>, 리비아 마린 <깨진 것들>


도자기 자체가 가지고 있는 관습적인 모습인 부드러운 표면의 질감, 정형화된 색채와 장식은 유지되기도 하지만 해산되기도 한다. 관습적인 표면의 질감이 어여쁘게 유지된 가츠요 아오키의 <거울아 거울아>와 리비아 마린의 <깨진 것들>과 같은 작품들이 그것이다. 아름답게 유지된 질감은 형태와 문양에서 해체되고, 관습적인 면모를 거부한다. 

여주도자세상에서 열리는 ‘오색일화: 감각을 채색하다’는 광주, 이천에 비해 규모는 크지 않다. 대다수가 설치작품이며 다른 영역과의 협업도 있다. 이 전시는 말 그대로 오감을 요구한다.


허정은, 정운, <가라앉는 이미지들>


시작은 시각이다. 들어서는 순간 어둡다. 벽에는 청유, 갈유로 소성한 도편들이 수없이 붙어있는 오브제와 중앙에 위치한 타일이 보인다. 타일을 향해 다가가면 주르륵 툭, 물소리가 들린다. 청각을 요하는 관람이 시작된다(허정은, 정운, <가라앉는 이미지들>). 조형물을 보면서, 동시에 물소리를 들리면서, 묵직한 규칙적인 물소리는 소리의 무게와 함께 이미지가 규칙적으로 침전함을 깨닫게 한다. ‘오색일화’의 첫 번째 테마는 감각이다. 도자작품을 볼 때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시각 뿐 아니라 청각, 후각 등 공감각적 요소를 지닌 작품들이 구성돼있다.


강성연, 이성민,


여인과 새, 고양이 등 아기자기한 소재들이 하얀 바탕 위에 예쁘게 구성되어 있는 강성연, 이성민의 도 마찬가지로 시각과 후각을 동시에 요구한다. 방에 들어가면 아기자기한 소재들이 각각의 위치에 맞게 전시되어 있다. 하지만 향기가 이전의 전시실들과는 다르다. 전시를 관람하고 있으면, 전시관계자가 작품에 지속적으로 무언가를 뿌린다. 이 관계자는 작품 내에서 조향사의 역할을 담당한다. 작품에 달콤한 향을 더해, 작품을 완성시켜주고, 동시에 관람객에게 작품의 후각적인 요소를 제공한다. 


하일권 <목욕의 신>(일부)


두 번째 테마는 일러스트, 웹툰 등 다른 영역과의 협업한 작품들이다. 네이버 웹툰에서 인기를 끈 하일권의 <목욕의 신>에 등장하는 인물과 작품을 소재로 목욕중인 등장인물을 뒤에 그리고 앞에는 목욕에서 꼭 필요한 물을 물방울 단위로 제작해 <목욕의 신>의 주요 요소를 드러냈다.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의 메인 전시는 ‘색’이라는 테마에 맞춰 색의 본질, 해체에서 분절된 색의 모습과 수렴의 과정, 오감이 이끌어오는 색의 느낌을 보여준다. 광주에서 전통적인 도자예술을 봤다면, 이천에서는 해체와 확산 그리고 수렴의 과정을 통해 현재의 경향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여주에서의 공감각적 작품은 도자의 또 다른 확산과정을 보는 듯한 이채로운 경험을 제공한다. 관람순서에 따라 소주제와 전체주제의 흐름이 각기 다르게 읽히는 것은 경기도자비엔날레의 또 다른 매력일 것이다.(*)

글/사진 관리자
업데이트 2024.11.16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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