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측메뉴타이틀
  • 한국미술 전시리뷰
  • 공예 전시리뷰
  • 한국미술 도서리뷰
  • 미술계 이야기
  • On View
  • 학술논문 브리핑
타이틀
  • 수면 위로 드러난 담론의 역동적인 민낯 - 2015디자인아트페어
  • 3484      

전 시 명 :서울 디자인아트페어 2015
전시기간 : 2015.4.4.~2015.4.15
전시장소 : 서울 예술의전당 디자인미술관, 한가람미술관 제7전시장
글 : 김세린(공예평론가)

전시는 축제 분위기를 한껏 뽐냈다. 서울 디자인아트페어 2015는 메인전시, 공모전을 통해 선발한 신진작가를 소개하는 기획전 뉴제너레이션(New Generation), 특별기획전 에펠스타일(Eiffel Style), 서울 세라믹아트페어 등 모두 4개파트로 구성돼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의 출품작을 대거 선보였다. 

출품작들은 작가의 아이덴티티와 개성 넘치는 부스의 구성으로 축제를 알렸다. 레포트나 현장의 경향을 파악하기 위해 나온 관련전공 학생들에서 디자인과 공예에 관심이 있거나 예술의전당의 다른 전시를 보고 들른 일반인들까지 관람객 폭도 넓고 다양했다. 이들은 작가와의 직접적 소통을 통해 교감했다. 많은 관람객과 작가들이 뿜어내는 역동적인 에너지는 이 전시가 축제임을 실감하게 했다.


전시장 입구


전시장 전경


서울 디자인아트페어는 전공자와 관련업계 종사자들 사이에 대단한 주목을 받는 전시 중 하나이다. 작년 전시도 성황리에 마쳤고, 이번 전시장의 분위기로 봤을 때 올해 역시 마찬가지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뜨거운 관심은 아마 개인의 미감과 개성에 대한 관심 증가와 현재의 경향에 대한 기대라 해석할 수 있다.

올해 전시는 現在 공예계에서 대두되는 담론들이 현장에 반영되었을 때의 현상을 어느 정도 말해준다. 특히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부터 지속적인 논쟁이 이어졌던 공예의 역할과 범주에 관한 담론이 출품작 경향과 소비의 방향성을 통해 짐작케 해준다.  

    
전시장 내부모습


담론은 크게 두 줄기이다. 첫째는 ‘생활기능’을 강조한 담론이다. ‘공예는 기능이 우선이다. 기능이 없는 공예품은 설치나 박제에 불과하다. 작가주의적 성격이 짙은 공예작품과 기성품이 강화되면서, 실질적으로 수공예의 생활 공예적 성격은 길을 잃었다.’는 것이 첫 번째 담론의 주된 내용이다.  
이 담론은 전통공예를 연구하는 이론가들 사이에서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대두되기 시작됐다. 이는 서구의 작가주의 성격을 앞세우며 실용과 무관한 공예를 비판하는 한편 생활에서 점차 밀려나고 있는 전통 수공예를 되살리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두 번째 담론은 2000년대 중후반부터 등장한 것으로 ‘현대는 물론 전통 공예에도 생활속에 사용되는 기능과 함께 ’완상(玩賞)‘이라는 보고 즐기고 기능이 담긴 공예품도 존재했다. 전통 공예라고 해서 생활 기능만 강조한 것은 아니다. 공예는 과거부터 오늘날까지 생활과 사유(작가주의나 소비자의 수용 미감)가 공존한 예술’이라는 주장을 담고 있다. 물론 이는 첫 번째 담론에서 배제된 영역을 어느 정도 보완하는 포괄적인 이론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서울 디자인아트페어는 물론 청주 공예비엔날레와 같은 곳에서도 이와 같은 담론을 반영한 실험이 계속되고 있다.

첫 번째 담론을 극단적으로 생각하게 되면 ‘작가주의 공예는 설치일 뿐, 왜 공예로 간주 하느냐’는 반론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는 과거부터 전해 내려온 공예의 폭을 생활공예로만 한정해 그 자체를 지나치게 단순화시킬 수 있다. 이러한 단순화는 다양성의 위축과 경직된 경향으로 이어져 실제적으로 생활공예의 소비마저 위축시키는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기능을 중심으로 한 공예의 범주가 어디까지인지는 아직까지 분명치 않다. ‘공예문화의 활성화와 일상 예술로의 확대’라는 당면의 과제는 첫 번째든 두 번째 담론이든 그 맥락이 동일하다. 근래 들어 작가의 사고가 투영된 공예품과 디자인 또는 일러스트도 대중의 호응을 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 공예는 물론 일러스트를 비롯한 여타 분야 작품 가운데 상품화되어 실생활에 밀접하게 사용되는 예도 적지 않게 존재한다. 

이번 전시는 그런 점에서 공예 담론이 처한 현재적 경향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해가 거듭될수록 늘어나는 많은 수의 관람객과 판매, 서서히 두터워지는 팬층과 블로그와 같은 오픈된 공간에서 증가하는 포스팅 수가 그 근거이다. 그리고 이에 답이라도 하듯 점차 넓어지고 있는 출품작들의 스펙트럼 역시 그러하다. 

전시장 내부의 부스는 다양한 색채로 혼합되어 있지만 어색하지 않다. 부스는 아날로그를 상징하는 엠프, 아날로그 TV 등을 모티프로 제작한 조명으로 시작한다. 지극히 작가의 감성을 충실하게 담은 작품이지만, 일상공간의 탁자에 하나쯤 배치되어도 무리가 없는 자연스러운 조형을 지녔다(공모전 금상, 김재현). 별자리를 모티프로 한 일러스트 부스(정지현) 맞은편에는 책가도를 제작하는 공방(새아 궁중민화연구소)의 부스가 있다. 

재현청자와 백자, 분청사기들과 함께 현대의 요소들의 반영한 실용기와 완상기로 구성된 도예작품들이 한 공간 안에 있었다(이천도예협회). 전통적인 백자의 투각기법을 활용해 로봇형태로 만든 합은 이 작품들과 함께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다(New Generation 조원석). 생활에서 예쁘게 사용할 수 있는 초 하나에도 작가의 아이덴티티를 담고 있었다(메르뗌). 하지만 이들 모두 생활에 쓸 수 없고 작가주의 작품일 뿐이라고 성격을 한정 지을 수는 없다. 오히려 개인의 개성을 중시하고 소비에서도 이를 표출하려 하는 지금의 트렌드를 반영한 조형이었다. 







(위에서부터) 김재현,새아궁중민화연구소, 이천도예협회, 조원석, 메르뗌 작품.

이들 역시 아이덴티티 뿐 아니라 생활에서의 ‘기능’도 고민한다. 판매를 위해 내놓은 일부 작품들은 이런 고민의 흔적이라 할 수 있다.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지키면서 동시에 작품이 생활에서의 ‘기능’까지 디자인과 제작, 대중들의 호응까지 절묘하게 잘 맞아떨어진다면 이것만큼 이상적인 것은 없다. 적어도 이 전시에 나온 작가들은 이 이상적인 상황을 꿈꾸며, 대중과의 소통을 위해 나온 이들이었다.

하지만 둘이 공존할 수가 없다면 한 편을 선택하게 된다. 정체성이냐, 상업성이냐. 이것에 대한 고민은 현대 공예가들과 디자이너들에게는 숙명과도 같다. 그리고 공존, 일상예술을 모색하면서도 둘 중 하나에 더 무게를 둔다. 이번 전시에 나온 작품들도 정체성과 생활예술 각각의 색채를 가진 작품들도 많았다. 그렇다고 이들의 작품들이 극단적으로 치우친 것은 아니었다. 작품 속에는 공존의 길을 모색하는 작가들의 고민이 그대로 반영됐다. 






판매용 작품과 일러스트


전시장 분위기는 자뭇 진지하면서도 축제라는 느낌에 맞게 활기찼다. 구입을 위해 출품작을 고르고, 전시 이후의 작품 주문도 이루어지고 있었다. 출품작의 디테일을 찍으면서 자신의 작품이나 디자인에 참고하려는 기성 작가들과 미래의 작가들도 눈에 띠었다. 그렇다고 출품자들이 이를 제어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서로 의견을 나누며, 소통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작가와 이론가, 학교와 공방, 학회와 전시회 등 다양한 공간에서 공예의 범주에 대한 논의는 현재까지도 진행중이다. 혹자들은 첫 번째 견해가 주도했던 2000년대 초반에 비해 논의가 점차 비중을 잃고 논의 자체가 미진하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이후 현재까지 활성화된 아트페어와 전시, 미대들의 졸업전시 등을 돌이켜보면, 오히려 공예 작업의 현장에서는 이전보다 많은 고민과 논의가 이루어진 결과물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어 바람직한 방향으로 활성화되고 있는 양상이 확인된다. 이제 이론에서도 치열한 논의가 다시 활성화 될 때이다.(*)
글/사진 관리자
업데이트 2024.12.02 08:12

  

SNS 댓글

최근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