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시 명: 안승태 금속공예展
전시장소: 갤러리담
전시기간: 2014. 6. 26 ~ 2014. 7. 6
글 : 박경린 (독립큐레이터)
안국역 1번출구를 나와 골목을 쭉 올라가 왼쪽에 안동교회와 오른편의 윤보선 前대통령의 가옥을 지나가면 마치 연어가 회귀하듯 과거를 따라 시간 여행을 하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과거와 현재의 시간이 만나는 길의 끝에 담쟁이 넝쿨이 우거진 붉은 벽돌 단장을 한 갤러리 담이 있다. 그곳에서 한국과 독일에서 금속공예를 전공하고 활발하게 활동중인 안승태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안승태 작가가 만들어내는 작품 면면에는 시작부터 끝까지 기본을 지킬 때 빚어내는 아름다움과 단아함이 묻어있다. 우선 형태면에서 작가는 자연에서 오는 특정한 형상이나 무언가를 연상할 만한 작품 외적 이야기를 가급적 배제한다. 대신 점과 선 그리고 면이 잇닿으면서 빚어내는 최소한의 기하학적 형태가 작품의 출발선이다.
그림을 처음 시작하면서 흔히 접하는 직육면체나 구, 원뿔과 같은 형태의 모양과 선들이 그것이다. 이 기본형을 가지고 조합하는 결합 방식에 따라 작은 조형물이자 장신구들의 골격이 완성된다.
브로치나 목걸이 팬던트는 이런 작가의 정신을 충실하게 반영한다. 기하적 구성으로 마감된 형태미에 토파즈, 강옥 등으로 강조점을 두어 시선을 붙잡는다. 그렇지만 주목받아야 할 장식적 요소는 다시 형태로 스며들어 자연스럽게 하나가 된다. 브로치 위에 작은 삼각뿔 형태를 한 영롱한 푸른색 토파즈 장식은 기본에 기본을 얹어 형태를 만든 기본과 간단의 형식에 충실한 자기 원칙에 수렴된다.
한편 전시장 가운데에 놓인 팔찌는 이들 작품과는 조금 다른 형식으로 관람객을 맞는다. 음과 양이 맞물리고, 안과 밖이 만나는 단순하고도 명확한 둥근 팔찌 안에서 작가는 공예적 테크닉을 구사해 섬세하고 절제된 형태 속에 숨겨진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금구나 진주 등을 사용해 팔찌 장식을 만드는 과정에서 작가는 소재의 형태를 최대한 살리는 방식을 선택했다. 이 방법을 선택해 공정은 더욱 복잡해졌지만 작가가 하려는 이야기는 생생히 살아남았다.
금구를 사용한 팔찌를 보면 금구를 반으로 잘라 지름에 맞는 작은 은 파이프로 땜을 해 이를 결합시키고 여기에 다시 은팔찌와 결합될 수 있도록 두드려 접합한 다음 이를 다시 연마해 하나의 팔찌로 완성한다.
진주 장식이 가미된 팔찌는 더 복잡하다. 모체가 되는 은팔찌에 진주를 박아 넣은 것이 평범한 방법이 아니다. 각각의 진주구슬이 형태를 유지하며 그 속에서 돌아갈 수 있도록 하나씩 구멍을 내고 그 안에 관을 만들어 구슬을 꿰듯 만들었다.
토파즈에 강옥 장식을 댄 팔찌는 여닫이 경첩과 같은 형태의 잠금장치를 만들었다. 팔찌의 가운데는 텅 빈 관으로 만들어 착용시에 줄 수 있는 피로감을 줄이고 기술적 완성도는 높였다. 이렇듯 작가의 섬세함은 끝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