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명 : Contemporary Metalwork by Dukno Yoon
장 소 : 갤러리 아원
기 간 : 2014. 6. 11 (wed) - 6. 20 (fri)
글 : 박경린 (프리랜서 큐레이터)
모든 것들의 역사가 그렇듯, 기술의 발전은 우리의 삶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킨다. 그중에서도 예술의 역사는 기술의 진보와 함께, 때로는 예술이 기술의 발전을 이끌면서 작가들의 상상력과 기술을 더해 우리의 눈앞에 등장한다. 지난 6월 11일부터 오는 20일까지 소격동에 위치한 갤러리 아원에서 열리는 윤덕노의 전시에서는 작가의 손에서부터 출발해 3D 프린팅을 통해 완성되는 현대 공예의 현재를 목도할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 소개되는 작품들은 크게 3가지 형태로 제시된다. 하나는 작가가 2002년부터 지속적으로 진행해온 <날개> 연작 중 하나이다. 윤덕노는 손가락에 반지 형태로 끼워 손의 움직임에 따라 날개 짓을 하는 형태의 연작과 흔히 피아노를 연주 할 때 박자를 맞추기 위해 사용하는 메트로놈을 분리하여 응용한 작품을 선보여 왔다. 작은 건축적 구조물과 같은 형태의 <날개>(2014)는 그 중 후자의 방법으로 제작된 것으로, 마치 기계로 만든 새 같은 인상을 준다. 전시장에 쓰인 작가의 설명에서 “자연이 수많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었듯이, 서울이라는 거대도시에서 산업화의 시대에 자라난 나에겐 기계가 자연이었다. 실제로 기계는 많은 곳에서 자연을 대체하였다. 여러 가지 가축들이나 애완동물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리 인간을, 메카니즘, 기계구조의 형태를 통해 자연을 해석하고 확장하려는 시도가 내가 만드는 일련의 키네틱 조형물, 날개의 주제이다”라고 밝히는 것처럼 과거 자연을 탐구하고 이를 모방하며 각자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만들었던 예술가와 같이 지금 우리가 발을 딛고 서있는 공간 속의 시간을 기계구조의 형태로 재현한다.
마지막으로 본 전시에서 소개된 작품은 <바퀴 자 반지>(2014)다. 장식성과 기능성을 겸비한 이 반지는 마치 시계와 같은 모습한 일종의 줄자이다. 각각의 바퀴가 어떻게 결합되었느냐에 따라 형태는 가지각색이지만 두 개의 바늘이 바퀴가 굴러간 만큼의 길이를 표시해서 줄자 없이도 바로 길이를 잴 수 있다. 예를 들어 긴 바늘은 1cm에 한 칸을 가리키고, 10cm를 기준으로 한 바퀴를 돌아 최대 100cm까지 잴 수 있다. 작가의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이 반지는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줄자의 새로운 형태이자, 쉽게 휴대할 수 있으면서 동시에 구조적인 아름다움을 제시함으로써 실용성과 장식성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한 울타리에 가둔다. 여기에 작가의 번뜩이는 아이디어에 한 번 더 눈길을 돌리게 하는 것은 덤이다.
윤덕노의 전시를 돌아보면서 깨닫는 것은 그의 작품이 대변하는 그의 정체성이 공예가라고 하기에는 건축가의 모습이 언뜻 보이고, 건축가라 하기에는 개인 공작소의 발명가의 모습에 보다 가깝고, 그 팔색조 같은 모습에도 불구하고 가장 기본이 되는 금속이라는 재료에서 출발해 하나하나 공을 들여 자신의 손으로 독자적인 세계를 만들어나가는 지금 시점에서 필요한 현대 장인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하나의 단어로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금속으로 자신의 세계를 완성해나가는 공예발명가, 윤덕노의 작업은 그 모습에 보다 가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