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시 명 : 양지운 개인전
전시장소 : 서울 통인화랑
전시기간 : 2014.5.27.-2014.6.3
글 : 박경린(독립 큐레이터)
한국 전통도자의 연리문(連理文)기법과 상감기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업을 선보이는 양지운은 수많은 채색 실험과 연마를 통해 다양한 색감으로 빛나는 부드러운 자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다양한 기법을 하나의 기형에 녹여내 다채로운 질감과 색채를 만들어내는 양지운의 자기들은 그야말로 오감을 자극하는 즐거움을 전달한다.
그 첫번째 즐거움은 색에 있다. 양지운은 매년 세계적으로 발표되는 팬톤사의 색상에 더해 작가가 직접 안료와 흙을 배합해 만들어낸 색의 조합으로 주요 부분을 장식한다. 작가의 작업실에는 마치 회화 물감이 얹어진 팔레트처럼 각 색깔마다의 조합식이 가지런히 붙여져 있다.
이 조합식으로 만들어진 메인 컬러에 버려질 뻔했던 색돌 조각을 다시 모아 제작한다. 표면을 만드는 데에는 가압 기법이 쓰인다. 틀에 바탕이 되는 색 흙과 색돌 조각을 함께 눌러 넣으면 자연스럽게 굴곡이 생긴다. 마치 시냇가에 작은 조약돌을 박아 넣은 것처럼 색으로 만들어진 물결무늬가 전면을 채운다.
여기에 상감기법을 활용하여 금을 얹어 작가의 특유한 느낌을 실어낸다. 처음 금 상감기법을 쓸 당시에는 살짝 바랜 듯한 금의 느낌을 살려 작업을 했지만, 이번 전시에서는 금이 가진 반짝임을 보다 적극적으로 보여주면서 각각의 색이 가진 아름다움을 배가시켰다.
여기에는 한 번의 공정이 더 들어가는데 금 상감을 한 뒤에 투명 유약을 발라 반짝임을 유지시켜 주는 것이다. 투명 유약이 남아있는 부분과 남아있지 않는 부분이 자연스럽게 어울리면서 금의 반짝임과 바랜 듯한 예스러운 느낌이 공존하며 원색의 색감을 보다 부각시켜준다. 화려한 색은 캐스팅으로 만들어진 자기의 백색에 대비를 이루며 자신의 모습을 팔색조와 같이 바꾼다. 색이 주는 눈의 즐거움이다.
소담하게 만들어진 컵을 두 손에 잡아보면 마치 아기피부 같이 보드라운 촉감을 느낄 수 있다. 양지운의 자기가 선물하는 두 번째 즐거움은 촉감이다. 여러 번 갈아 부드럽게 연마된 표면은 흙이 가진 고유의 색이 은은하게 드러날 수 있도록 세심하게 신경 쓴 결과물이다.
반대로 내부는 유약을 발라 반들하고 미끄러운 질감이 살아있다. 이는 자기가 가진 조형성 뿐 아니라 실용성에도 무게를 둔 결과다. 한편으로는 눈에 보이지 않는 물질이 겉 표면에 묻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내부는 유약을 발라 여러 질감을 하나의 자기에 표현하면서 동시에 보다 청결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이러한 배려 속에 작가의 고집과 사용자의 편의에 맞춘 기능성 사이의 간극을 섬세하게 조율해야 한다는 젊은 공예가로서의 생각이 배어있다.
이러한 생각은 벽걸이형 도자 조형물에도 나타난다. 캐스팅과 가압기법을 혼합한 작업 중에서도 가압기법으로 전면에 활용해 색채와 질감 표현에 보다 초점을 맞춘 작업이 이 조형물 작업이다. 다기 세트나 기형 작업과는 달리 보다 작가의 미적 취향이나 지향점을 많이 반영했지만 위쪽에 구멍을 만들어 꽃 등 장식물을 꽃을 수 있도록 만들어져 사용자의 손에서 각자의 취향으로 완성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었다.
마지막으로 우리를 반겨주는 것은 청아한 소리다. 작가는 1250℃ 이상의 고온에서 구워 만든 자기로 색만큼이나 맑은 소리를 선물한다. 작가가 만든 주전자 안에 따뜻한 물을 담아 찻잎을 우려내어 작은 찻잔에 따라 향을 음미하면서 지인과 담소를 나누고, 향긋한 야채와 소스를 잔뜩 담아 샐러드를 내고, 계절의 변화에 따라 찾아오는 꽃들의 향기를 곁에 두고 느끼는 것은 작가가 주는 것은 아니다. 사용자만이 만들고 경험하는 오감의 완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