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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직물의 정형성에서 탈피한 반복적인 패턴의 유희 '오승아 Message 2012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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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장 - 현대 한국 공예미술
디자인과 함께 생활 속의 미술로 자리하고 있는 공예를 한국미술의 시각으로 바라본 리뷰를
새로 시작합니다. 2011 청주비엔날레의 수석 큐레이터를 지내고 2012 은근과해학展 전시감독,
2013 청주비엔날레 전시감독인 미술평론가 박남희씨가
조망하는
공예 현장 이야기 입니다.



직물의 정형성에서 탈피한 반복적인 패턴의 유희
'오승아 Message 2012展'

섬유작가 오승아는 반복적 원리로 독특한 자유로움과 해방감 넘치는 섬유 패턴들을 선보여왔다. 작가는 섬유의 원리적 속성을 이해하고 꾸준히 이를 넘어서서 표현의 경계를 확장해 나아가고 있다. 2012년 12월 (2012.12.18-29) 갤러리 피치에서 열린 7회 개인전 전에서는 그간에 보여주었던 작업들에서 보다 한층 자유로운 풍경을 만들어 주었다.

작가의 작업은 사람의 지문을 모티프로 한다는 점에서 인간 존재의 정체성과 개성의 표현을 의도한 것이면서도, 이를 다양한 버전으로 패턴화하여 반복적으로 재생 변형하는 과정을 거친다는 점에서 양가적인 면을 갖는다. 즉 아이러니컬하게도 인간의 독립적 개체로서의 특성에서 출발하지만, 이를 증식하는 대량생산의 매커니즘이 패턴 제작에 응용된 것이다.

이렇듯 아날로그적 감수성과 디지털적 프로세스가 용융되어 있는 오승아의 작업은 시각적이면서도 촉각적인 체험을 공유하게 한다. 다소 복잡하고 하늘거리는 색면들과 선들이 공간을 부유하며 시선을 잡아끈다. 다가서면 직물의 정형성에서 탈피한 자유로운 선과 면의 유희의 패턴들이 하늘거리고 있다. 화려한 노랑과 주홍이 어우러진 직물에선 노을 속에 꽃들이 비춰지듯, 남색이 주조를 이루는 직물에선 깊은 바다를 들여다보듯 변화무쌍한 자연의 생리와 촉감을 그대로 맞이하게 한다.

거의 모든 자연물들이 그러하듯 시간이 지나면 변화하거나 사라지고 또 다른 생명의 자양분이 되는 일체의 원리를 일깨우듯 작가의 작업들은 직물의 면이다가 실오라기로만 남아있거나 하면서 자연스러움 그 자체를 구현한다. 단풍들이 물들어 가듯, 노을에 잠긴 꽃봉오리들의 정원처럼 화사한 작가의 이미지들은 씨실과 날실이 짜아내는 실공간과 허공간의 기묘한 조합의 형식적 특성을 갖는다. 작가는 직물이 가진 연속적이고 반복적인 짜임에 대한 기대를 뒤로한 채, 균일하지 않은 면들과 실선들의 조화로 이끌어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예기치 않은 해방감이 만끽되는 섬유 작업으로 간주되는 것이다.


<전시전경>

작가의 작업이 그러한 형식적 특성을 갖게 된 데는 여타의 작업들과는 몇곱절 다른 과정이 있음을 밝히지 않으면 안된다. 작가는 꽤 오랫동안 직물에 염색하고 실크스크린 하는 작업을 해왔는데, 반응성 염료나 분무염을 사용하는가 하면 거기에 스티치를 하는 등 섬유가 가진 속성과 원리를 다각도에서 실험하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물론 작가의 손과 지문의 반복 패턴들이 기본 모티프가 되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 지문의 융선들이 반복되며 직물에 중첩되어 독특한 표현효과를 가지게 하는데, 지지대가 되는 직물의 조직이나 성분에 따라 다른 정체감으로 거듭나게 된다.

이 같은 작업의 기본 패턴이 시간이 지나면서 더 자연스러운 느낌을 부각시키는 직물의 투명성과 텍스춰의 표현으로 이어진 것이다. 즉 작가의 섬유 작업에 공존하는 실공간과 허공간 사이에는 재봉선들만 오롯이 남겨지는데 처음부터 그렇게 된 것은 아니다. 일종의 화학작용에 의한 것인데, 울 성분을 분해하면서 나온 결과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울95%와 폴리에스테르5% 합성섬유 직물에서 울이 용해되면 5%의 폴리에스테르 섬유만 남게 되는 원리가 적용되어있다. 홀치기 방염 기법 중 방사형 묶기 방법에 따라 원의 형태를 면과 선으로 표현하면, 여기에 약품에 의한 특정 성분 분해와 산성염액의 침염으로 한 색일 경우라도 다른 농도와 효과를 만들어 내게 된다. 이같은 과정은 린넨과 폴리직물에서도, 데님에서도, 폴리노방에서도 다르게 시도되고 실험된다. 작가는 디지털프린트, 패치워크, 번 아웃, 울분해 등등의 과정속에서 섬유의 속성을 보다 민감하게 응용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Message 2012-1, 100% 울, 울분해, Tie-dye, 반응성염료, 45*270cm(5EA)


Message 2012-4 , 울(50%)+폴리에스텔(50%), 울분해, 왁스염,실크스크린, 80*360cm(2EA)

작가가 1990년대 후반부터 현재까지 접근하고 있는 섬유라는 매재는 확실히 다양한 속성과 효과를 보여주는 건 사실이다. 어쩌면 작가의 실험이 때때로 무모해 보일 수도 있을 만큼 과도한 과정이 병행되곤 하는데, 이는 작가가 지속적으로 갖고 있는 직물의 표현가능성 탐구 때문일 것이다.

작가를 보면 일종의 탐구자처럼 느껴진다.직물의 속내들을 다 알아내고 여타의 것들과의 관계성을 파헤쳐서 새로운 형식적 가치를 찾아내간다. 그러한 수고로운 과정이 가장 기계적일 수 있는 매재에서 가장 수공적인 매재로 이행시키고 경계와 한계를 넘나드는 탐구를 하는 작가의 다음작업은 무엇일지 기대가 된다. 

                                                                    

글/ 박남희 관리자
업데이트 2024.11.21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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