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 현대 한국 공예미술 |
짝짓기 프로젝트 '오화진展'
한전아트센터갤러리, 1 전시실 2012.10.05 ~ 2012.10.11
작가 오화진의 작업은 오브제와 오브제의 만남으로 시작한다. 일상의 오브제들끼리 서로 만나게 하여 새로운 어떤 것을 만들어내는 작가의 작업은 변증법적 상상력의 결과와도 같다.
처음부터 정해진 무엇을 향한 목적적 행위로서가 아니라 손끝의 감각으로부터 새로운 오브제로 만들어 지며, 그리고 이들을 통한 네러티브가 생성된다. 그것이 용도가 있는 무엇이건 그렇지 않건 오브제의 변형과 스토리는 이미지와 더불어 전시(展示)라는 여정에서 다층적 이해를 가능하게 한다. 즉 오브제와 함께 평면 작업을 동반하여 이미지와 형상을 한번에 보는 입체적인 사유를 할 수 있다는 얘기이다.
섬유미술을 전공한 작가는 그간 이미지만의 전시나, 오브제의 전시에서도 모두 자신만의 네러티브가 강한 특징을 보인다. 손과 뇌가 긴밀한 상호작용을 하면서 만들어내는 오브제 또는 형상들은 순간의 직관적 판단에 의해 제2, 제3의 오브제들을 탄생시키며 전체는 오브제만의 스토리를 갖게 된다.
작가의 언어로 하면 일명 <짝짓기 프로젝트>로 이루어진 최근의 작업들은 그러한 특성을 잘 드러내고 있다. 천이면서도 단단한 규모감을 가지는 모직의 섬유와 훌라후프, 냄비, 구두 등의 일상의 예기치 못한 오브제를 만나게 함으로써 짝짓기는 출발한다. 이 때 이들의 형상화와 보형에 중요한 작용을 하는 솜이 일종의 촉매가 된다.
오브제가 갖는 외적 형태에서 새로운 형상의 단서를 발견하고 거기에 모직의 섬유가 강한 덮어 씌우기를 함으로써 기존의 형태를 지우는 과정을 수반한다. 그럼으로써 모든 생명의 잉태가 그러하듯 원초적인 DNA를 지우진 못하지만 완전한 하나의 객체를 탄생시키는 것이다. 즉 생명성이 부재해 있는 오브제의 여러 부분에 작가는 특유의 서사적 형상을 더하며 만지는 이야기 또는 이미지의 오브제화를 구현하고 있다.
“작업을 하면 할수록 느껴지는 것이 하나있다. 그것은 바로 ‘작품에도 인생과 마찬가지로 운명이 있다’는 것이다. 나는 내 운명과 작품의 운명적인 만남에 관심을 갖고 있다. 그래서 최근 몇 년 동안에는 작업을 진행함에 있어서 절대 스케치를 하거나 계획을 하지 않고 시작한다. 매순간 작품과 나는 주어진 상황에 반응하며 작업을 시각화 시켜간다. 이러한 생각에서 출발한 것이 바로 ‘짝짓기 프로젝트’이다.”(오화진, 작가 노트에서)
때때로 몬스터를 연상시키는 이들 오브제와 이미지는 어디에서나 나올법하지만 어디에서온 결코 나온적이 없다. 작가의 감각적 상상물이기 때문이다. 20세기 초 마르쉘 뒤샹이 남성용 소변기를 <샘>이라 했던 레디 메이드의 작업은 선택 행위로서의 예술이 가능할 수 있다는 선구적 작업이었다.
이후 레디 메이드의 사용과 수많은 오브제들의 결합적 작업이 있어왔다. 장르적 카테고리가 무의미한 오늘의 상황에는 이전의 역사적 경험이 가졌던 쇼크나 반발로서 레디 메이드를 사용하지 않는다. 현실적으로 너무나 많은 오브제의 작업과, 너무도 많은 이미지의 현실에 익숙해져 버린 탓에 이들의 자연스런 혼성적 결합체가 결과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작가의 명명처럼 ‘작품에의 운명’으로 인도되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글_박남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