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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월을 담은 견고한 흙빛의 아름다움, 토기(土器)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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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 현대 한국 공예미술
디자인과 함께 생활 속의 미술로 자리하고 있는 공예를 한국미술의 시각으로 바라본 리뷰를 새로 시작합니다. 2011 청주비엔날레의 수석 큐레이터를 지낸 미술평론가 박남희씨가 조망하는 공예 현장 이야기 입니다.

 

"토기는 인류가 최초로 만든 그릇으로서 주위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흙으로 만들었고, 비교적 쉽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만든 사람의 생각이나 생활방식이 바로바로 반영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원광, 호림미술관 학예팀장)



전시명 : 호림박물관 개관30주년 특별전 '토기(土器)'
장 소 : 호림박물관 신사분관
기 간 : 2012. 3.28 - 9.28
 

세월을 담은 견고한 흙빛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토기(土器)전이 9월 28일까지 호림박물관에서 열린다. 개관 30주년을 기념하는 호림박물관의 특별전으로 마련된 이 전시는 한국 의 오래된 토기 200여 점을 선보이고 있다. 박물관의 3천여점의 토기 소장품 가운데 엄선된 200여 점의 전시 작품들은 각각 기형이나 문양장식 등 그간에 눈여겨보지 못한 토기의 수려함을 은은하게 뿜어내고 있다. 이 전시는 백자나 청자 또는 분청에 비해 더 많은 조명을 받지 못했던 토기의 진가를 음미할 기회를 제공한다.


 

흙으로 빚은 토기는 인류의 가장 오래된 도구이다. 자연 발생적으로 필요에 의해서 가장 먼저 만들어졌던 그릇이 토기이다. 주변에 있던 흙과 불로 빚어진 토기는 무수한 시간을 지나면서 인간과 자연이 빚는 자연스런 조화를 기록하는 사기(史器)이기도 하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기원전부터 통일신라시대까지 토기가 절대적 존재감을 확보하던 시기의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토기의 잔잔하고도 견고한 위엄과 가치가 저절로 베어나는 전시 공간은 역사 속 많은 서사들의 울림으로 가득하기만 했다. 신사동 분과의 3개의 전시실에서 3개의 다른 주제로 나뉘어 보여진다.

제1전시실에서는 ‘토기 바람을 담다’라는 주제로 고대의 생활상과 믿음 또는 내세에 관한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유물들이 선보인다. 배, 말 모양을 한 토기, 오리나 새 모양으로 장식한 토기 등은 공간이나 차원의 이동과 관계된 형상들이다. 동서를 막론하고 새의 형상은 영혼의 상징처럼 여겨져서 이승과 저승을 잇는 존재로 표현되어 왔다. 곡식창고를 갖고 있는 집 모양의 토기는 무덤에 넣어 죽은 자의 풍요로운 안식을 기원한 듯하다. 화살통을 가진 사냥꾼과 동물 모양의 토우 등이 당시의 생활상을 소박하게 재현하고 있다.  

제2전시실은 ‘토기, 시간을 담다’라는 주제로 삼국시대와 통일신라시대의 다채로운 토기들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보여준다. 토기의 질이 보다 부드럽거나 견고해지는 변화를 한눈에 볼 수 있다. 기왓장의 질감을 가진 와질(瓦質) 토기나 회청색을 띠는 경질(硬質) 토기의 면면이 드러난다. 술잔, 항아리, 밥그릇이 올려진 상 등 다양한 대상을 솜씨 있게 마무리한 유물들이 있다. 수 백 년 전의 이 토기들은 모던한 색감과 디자인으로 장식되어 있어서 정갈하고 세련된 풍취 그 자체이다. 시간이 만들어낸 빛깔과 무디게 손으로 장식한 간결함이 선이나 기하학적 문양에서나 도장으로 찍은듯한 꽃무늬에서나 과하거나 넘침 없이 묻어난다. 제3전시실에서는 바닥이 평평하게 얹어진 그릇받침들과 원통모양, 항아리들이 모래 위에 설치되어 실체감이 빛과 질감을 직접적으로 볼 수 있다. 모던한 공간과 형태과 더불어 모래 위라는 자연 위에 놓여진 토기는 대지와의 화합을 이루어내고 있다.


대개 토기는 질박한 소재이나 형태로 가장 오래되고 친근한 인류의 부산물로 알려져있다. 실제로 곡식을 저장하는 용기로서나 술을 담는 잔으로나 장례용구로나 다양하게 사용되었던 토기는 통일신라시대까지 거의 절대적인 매재(媒材)였다. 생활 도구로서, 의식 도구로서, 종교 도구로서 그 사용과 의미의 폭이 오늘날에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상당했다. 1000도 이하에서 구워져서 단단함의 정도가 자기에 비해 떨어지면서 역사 속에 사라진 듯 보이지만 분명 옹기 형태로 혹은 작업의 형태로 오늘날까지 지속되고 있다. 역사를 거쳐 토기가 진전되어온 좋은 사례들을 골라 놓은 이번 전시는 토기의 질료적 특수성과 역사적 추이를 한눈에 보이면서 축적된 시간이 만들어낸 내공이 무엇인지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편집 스마트K
업데이트 2024.11.21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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