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 현대 한국 공예미술 |
신이철은 홍익대학교와 워싱톤 주립대학교에서 도예를 익히고 왕성하게 활동하는 도예작가이다. 1991년 토탈갤러리(서울)에서 가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지난 25일 신사동 갤러리신( gallery SYNN)에서 막을 내린 < 컷팅 엣지 Cutting Edge>전까지 13차례 개인전을 가졌다. 그는 자유로운 색채와 감각적인 형태의 조형작업으로 작금의 한국 현대공예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초기에 그가 보여주었던 것은 현대사회에 대한 풍자적 유머 같은 것이었다. ‘일상에서 나타나는 여러가지 가벼움을, 패스트푸드와 모럴헤저드, 일회용품 남용을 진중한 태도로 관찰하여’ (우관호, 2012) 신랄한 농담으로 그 만의 사회 대처법을 제시하곤 했다.
이후 그는 노골적이지 않지만 드로잉과 같은 구조의 작업이나, 태토의 가소성을 꾸준히 실험해왔다. 무엇보다 그의 작업이 지닌 전형적 특성이라면, 단박에 단정 지을 수 없는 생명체의 기원적 형상이나 신체 탐구의 유기적 이미지들을 특징으로 한 조형작업에 있다. 이번 전시에서 역시 벽면 설치로 등장한 원형의 판들에는 그런 꿈틀거리는 생명체들이나 신체모티프 등이 등장한다. 조명등으로 제작되어 설치된 작업들 역시 생명체들의 이미지들과 무관하지 않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한 손에 들어올 릴만한 크기의 실제 식물들이 있는 작은 화분들이 마치 우주의 수많은 생명체들이 부유하며 순환하는 풍경을 만들어 내고 있다. 생명의 근원적 순환구조를 환기시키는 그의 원형적 모티프들이나 순환성을 드러내는 설치나 그의 질료에 대한 오랜 연마와 선택행위의 결과로 완성된 것이다. 이러한 그의 주된 작업 스타일과 더불어 이번 전시에서는 그간에 등장하지 않았던 화사한 색채들로 이루어진 기하학적 패턴의 용기(用器)들이 선보였다.
얼핏 보면 단순한 기하학적 용기와 간결한 원색 위주의 이 작업들은 세련된 형태감이나 색감으로만 다가올 수도 있다. 그러나 다시 보면, 각각의 용도가 있는 3개의 용기들은 그의 다른 작업들에서 대체로 실험하고 내놓았던 유기적 형상처럼 서로 접하는 방식에 따라 다른 이미지로 변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이런 그의 작업은 “수공과 탈수공, 인간의 손과 기계의 손, 자연과 인공, 성김과 치밀함에 대한 개인적 관심을 구체화시켰다”(신이철, 2012)고 한다. 그간 꾸준하게 드러냈던 작풍과는 거리가 있는 이들 작업들은 하나의 방법으로, 하나의 처소로 제한하지 않고 오히려 그 본질과 내면의 확장을 이어가는 방식으로 시도된 것으로 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