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운, 『(한국사를 다시 읽는 유성운의 역사정치) 리스타트 한국사도감』, 이다미디어, 2020년 12월
미술 쪽도 그렇지만 역사 분야에서 특히 인기 강사나 TV 역사예능 프로그램의 해설 역할로 나오는 전문가의 자질 문제가 드러나 시끄러워질 때가 있다. 누구나 관심을 가지기 쉬운 이야기들이기도 하고, 덕후처럼 깊게 파고들어 공부하는 사람들도 많은 분야이기 때문일 것이다. 권위 있는 전문가가 깊이도 있고 재미도 있게 설명해 주면 좋으련만, 둘 다 가진 능력자는 많지 않다보니 생기는 일인 것도 같다.
인간의 삶과 관계, 사회라는 것이 과거에서 현재까지 어떤 리듬을 가지고 반복되거나 변주되는 것이다 보니 잘 살아가기 위해 현재의 거울이자 미래의 나침반이라고 하는 역사에 대해 잘 알고 피드백을 받아야만 살얼음판 같은 현재의 삶을 그나마 지혜롭게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다. 옛 그림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한 걸음 더 나아가 그림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도 우리 역사와 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인식과 파악이 필수다. 이런 면에서 도감 형식으로 지도와 도표를 최대한 활용해 우리 역사를 되돌아 본 흥미진진한 책 한권을 휴일에 볼 책으로 추천해 본다.
일반 대중을 위한 역사 관련 단행본이나 프로그램에서 전문가의 의견을 다루는 이상적인 방식이라면 “깊이 있게, 더 살아있게, 더 흥미롭게” 정도가 될 듯하다. 크게는 시대 순으로 각 장을 나누었지만, 목차를 둘러보면 흥미로운 제목들이 눈에 띈다. “영조는 왜 10년이나 금주령에 집착했을까?” “조선은 정조 사후 왜 100년 만에 망했나?” “조선통신사는 왜 19세기에 막을 내렸나” 등 사람들의 관심을 끌 만한 질문 등으로 각 꼭지를 시작하고, 텍스트로 된 설명을 최대한 이해하기 쉽도록 연결하여 보여주는 지도와 그래픽 자료, 유명한 드라마나 영화에서 왜곡된 역사적 사실들, 최근 연구 결과를 최대한 적용한 흥미로운 정보를 담았다.
사학과 전공 정치부 출신 기자가 2017년부터 한 일간지에 연재한 칼럼을 보강한 것으로, 사회의 각종 고민과 질문을 가지고 다시 들여다 본 한국 역사라 할 만하다. 되도록 담백하게, 국뽕도, 자학도 빼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한국미술에 관심있는 사람들이라면 각 시기의 잘 알려진 그림들이나 미술계의 변화와 겹쳐보면 좋다. 그 그림들이 만들어지고 남겨진 배경에 시대별로 정권을 잡았던 사람들. 그들의 경향, 전쟁이나 천재지변, 역병과 같은 사건이 어떤 연관을 가지고 있었을지 의문을 가지고 읽어보면 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중간 중간 조선시대 회화가 참고자료로 사용되기도 한다.
저자는 이 책에 담은 바람을 마오하이젠의 역사서 『아편전쟁』의 서문을 빌어 이야기했다. “승리는 사람을 흥분시키지만 실패는 사람을 깊이 생각하게 한다. 심사숙고하는 민족은 종종 흥분 속에 있는 민족보다 더 큰 역량을 가지게 된다. 본래 역사학은 당연히 이런 역량을 제공해야 한다.” 뉴스를 보면서 흥분하지 않기란 어려운 때지만, 심사숙고하는 역량을 갖춘 국민이 되면 자부심이 조금 생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