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정, 『동상』, 다미디어, 2016. 10
누구나 죽는다. 그 조건에서 불멸은 욕망이 된다.
한 시대에 우상이 된, 우상이 되고자 하는 인물의 조형물인 동상은 우상화된 이미지와 공공의 공간에 들어선 환경조각과 역사적 기록물의 중간 어디쯤 존재하는 특별한 형태의 조형물이다.
필자는 「한국 기념조각에 대한 연구」(1999) 등의 연구를 통해 근, 현대기에 조성된 동상과 몇몇 조각가가 제작한 동상 목록을 작성하였으며 동상의 양식적 특성을 규명한 적이 있다. 이어 「이승만 동상 연구」(2005)로 정치가 미술에서 어떤 작용을 하는지 역으로 미술이 권력과 어떤 관계로 유지되는지에 대한 고찰을 시도하였고, 2009년부터는 「애국선열조상위원회의 동상 제작」을 필두로 몇 차례 걸쳐 『내일을 여는 역사』에 근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기념조형물에 대한 연재를 한 바 있다. 이러한 연구의 결과를 포함하는 이 연구서 『동상』은 한국 근현대 조각 중 양적으로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동상에 관한 첫 입문서의 역할을 할 수 있어 그 출간이 반갑다.
동상이 세워졌던 기록을 살펴보면서 역사의 상흔에 대한 탄식이 아닌 역사적 사실로서 존재했던 동상들에 대하여 고찰하고, 작품으로서 동상에 대해 관찰하고자 노력한 흔적이 엿보인다.
사회현상의 고찰 대상으로서 동상에서, 인간 형상의 작품으로서 동상에 대한 평가를 시도하여 시대가 요구하는 인간의 형상에 대한 탐구, 그리고 숨겨진 동상 제작 작가들의 이름 발굴의 의미가 돋보이는 시도라 할 수 있다.
첫 장에서는 일제강점기에 동상이라는 장르가 새로이 등장하면서 일본을 통해 그 문화가 이식되어 오다가 그 미적 특질마저 식민지 조선의 동상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보여준다. 근대적 학교나 병원 설립, 철도 건설 등에 기여한 인물 등 우후죽순으로 건립된 동상들이 공공의 장소에 나타나면서 근대 지향적인 이념이 그를 통해 현실화 되는 모습이 드러난다. 연미복이나 코트를 입고 한 손을 들어 어딘가를 가리키는 듯한 전형적 모습은 현대까지도 그 맥을 찾아볼 수 있다. 일본의 전쟁이 끝나가면서 수많은 동상들이 공출되면서 일제는 동상의 인물이 전쟁에 참여하는 것이라는 식으로 자기합리화하기도 한 흥미로운 역사를 볼 수도 있다.
모뉴먼트, 즉 기념탑이나 기념비, 동상 등은 어떤 이데올로기나 권위를 가시화하는 압력의 도구로 흔히 사용된다. 전통적인 한국 사회에서도 무형의 사건이나 시책을 형체로 만들어 기념하는, 신도비, 치적비 등으로 발견할 수 있는데, 그것은 우리가 금석문화권에 속해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동상 제작의 문화로 이어지면서 <충무공동상〉 등 역사적 인물을 가시화하여 추앙의 대상으로 대대손손 이어지도록 한 시도들을 짚는다. 사회에 기부한 답례로써 세웠던 인물의 동상처럼, 존경해야 마땅할 대상으로서 보여지는 기업가의 동상은 자본주의가 장악한 이 사회의 모습이기도 하다.
이제는 동상이 셀 수도 없이 많아지면서 근대에 그러했던 것처럼 생존한 인물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동상으로 제작되는 모습이 다시금 나타난다. 관광객 유치를 목적으로 드라마 촬영지에 세워진 주인공 역을 맡은 배우의 동상은 이제 조금은 변화한 동상의 기능을 일깨운다. 존경받는 위인, 닮고자 열망했던 순국선열이 실존 인물의 대용품으로서 대중에게 소비되는 것이다. 동상의 기능과 목적은 변화하지만 여전히 예술 조각의 언저리에서 노골적으로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