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산, 『간송미술 36_회화』, 컬처그라피, 2014.12
작년 말 초판이 간행된 이 책은 간송미술관이 소장한 조선시대의 그림들 중 36점의 아름다운 작품에 대한 해설이다. 저자는 현재 간송미술관 백인산 연구실장으로, 그간의 학술저서와는 다른 대중적인 접근의 시도이다.
조속 <고매서작(늙은 매화에 앉은 까치)> 종이에 수묵 100.0x55.5cm 간송미술관
저자는 인터뷰에서 ‘간송미술관이 지켜 온 연구 전통을 지키고 학문적으로 심화시켜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으나 그에 못지않게 간송미술관 소장품들이 지니고 있는 의미와 가치를 공유하고 공감받는 일에 좀더 많은 힘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지난해부터 DDP에서 시작한 전시도 그 일환. 보화각이 몇 천명이 오기에 불편하기 때문에 보다 넓은 공간에서 많은 관객이 우리의 소중한 문화재를 보기를 원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미술품을 소장하고 있는 기관으로서 대중과의 가장 중요한 소통인 전시를 소홀히 할 수는 없다. 그 역할을 최대한 수행하면서도 간송미술관 자체가 가지고 있는 본연의 모습을 잃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
윤용 <협롱채춘(나물 바구니를 끼고 봄을 캐다)> 종이에 담채 27.6x21.2cm 간송미술관
많은 이들이 알고 있다시피, 간송의 수장품은 상상할 수 없는 노력과 비용을 들여 완성된 것이다. 특히 개인의 수장품으로 조선시대 회화에 관해서는 질적 양적으로 압도적인 우위라고 말할 수 있겠다. 그 중에서 조형적으로 아름답고 대중적인 인지도가 높은 것, 조선시대의 문화와 예술을 잘 이야기해 줄 수 있는 작품으로 선별하여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강세황 <향원익청(향기가 멀수록 더욱 맑다)> 종이에 채색 115.5x52.5cm 간송미술관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해서 무턱대로 그림에 대한 정보만을 주워삼기면 제대로 된 그림 감상은 할 수 없다. 아는 것만 볼 뿐이다. 저자는 주변의 꽃을 대하듯 그림을 보고, 그 중에 마음에 와 닿아서 더 알아보고 싶은 지점에서 정보가 필요하게 되는 것이므로, 그렇게 공부가 깊어지면 아는 게 더 많이 보이게 되는 선순환을 겪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조선시대의 회화작품에 관심을 가지고 애정어린 눈으로 작품을 본 후, 바른 길로 안내해 줄 수 있는 지침서로 사용되면 좋을 듯하다.
신윤복 <이부탐춘(과부가 봄빛을 즐기다)> 종이에 담채 28.2x35.6cm 간송미술관
* 수록된 그림 36점의 목록은 다음과 같다.
신사임당 포도, 이정 고죽, 이정 풍죽, 이정 문월도, 이징 고사한거/강산청원, 조속 고매서작,
김명국 수로예구, 이명욱 어초문답, 윤두서 심산지록, 정선 청풍계, 정선 목멱조돈,
정선 단발령망금강, 정선 풍악내산총람, 정선 서과투서, 변상벽 자웅장추, 유덕장 설죽,
조영석 현이도, 심사정 와룡암소집도, 심사정 삼일포, 심사정 촉잔도권, 이광사 이영익 잉어,
윤용 협롱채춘, 강세황 죽석, 강세황 향원익청, 김후신 대쾌도, 김홍도 마상청앵,
김홍도 황묘농접, 김홍도 염불서승, 김득신 야묘도추, 신윤복 미인도, 신윤복 이부탐춘,
김정희 고사소요, 김정희 적설만산, 조희룡 매화서옥, 장승업 삼인문년, 민영익 석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