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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던•혼성 – 동아시아의 근현대미술] 근대의 성장통을 어떻게 극복하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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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희 | 모던•혼성 – 동아시아의 근현대미술 | 한국미술연구소 | 2014. 9


새로운 세계가 열리고 다른 시대가 도래할 때. 사람들은 과거와 전통을 어떻게 극복하는가.
그 과정에서 주장하고 부딪히고 피터지게 싸우고 수긍하고 반발하고, 그런 골치아픈 성장통을 겪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 부분을 쉽게 넘어가고 뭉기적거리면 언젠가 부작용으로 나타나게 된다. 근대 시기 중국 미술계는 어떤 치열함이 있었을까. 한국은 비슷한 환경이지만 조금은 다른 방법으로 시대를 겪어낸 듯하다. 

이 책은 1998년 이후 저자가 쓴 논문들을 하나의 단행본으로 묶은 미술사 전문서적이다. 중국과 한국의 근대미술을 연구하면서 주로 서구의 충격에 반응한 미술의 양상에 대해 주목한 저자는, 동아시아의 근대 코드가 ‘개혁’ 외의 다층적인 의미를 가진다고 여기고, 모던의 맥락 속에서 오해받았던 근대 미술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고자 노력했다. 


황빈훙 <강산산> 1930년대 수묵채색 중국미술관


우창스 <풍학운천도> 수묵 1918 중국미술관
황빈훙과 우창스는 전통화 화가로서 서법의 특성을 살려 새로운 경지의 수묵을 펼쳤다.



쉬베이훙 <구방고(九方皐)> 수묵담채 1931
공산화 이전까지 주류로서 화단을 지배했던 쉬베이홍의 사실주의 화풍. 



석도 <종환정> 《위유석두산수책》 중 제 4도 1703 보스턴미술관
중국 강남에서 17세기에 활동한 석도의 그림은 19세기 후반 청말이 되어서야 널리 알려졌고, 20세기 전통화의 새로운 화풍으로 각광받았다. 



<사령부를 포격하라> 선전 포스터
정치적 선전도구였던 문혁미술은 자체로 독특한 예술양식으로 발전한다.



김은호 <응사> 1923 비단에 수묵채색 130x40cm 개인
근대의 신여성은 지식의 습득 외에 짧은 헤어스타일, 한복이라도 길이를 짧게 한 옷 등의 패션으로 드러났다. 김은호의 <응사는> 모던 여성을 타자화한 그림. 이 현대판 미인도에서 일본 미인화의 수법도 볼 수 있다. 


책 속에는 중국 근대 수묵의 발전, 한국 근대 초기 서양화의 수용, 조선미전의 식민주의, 중국 ‘문혁’의 마오쩌둥 표상, 주요 작가론, 모던의 의미 등 다양한  논문들이 주제별로 묶여 있다. 
서문에서 저자는 “어쩌면 동아시아의 근현대미술을 서술함에 있어서 ‘혼성’이란 ‘모던’과 등가의 형용사가 아닐까 여겨지기도 한다.”고 썼는데, 이것이 이 책을 관통하는 저자의 문제의식이라도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김관호 <해질녘> 1916 유채 도쿄예술대학미술관
김관호의 졸업작품인 이 <해질녘>은 도쿄미술학교의 서양화과 학제에 따라 길러진 아카데미즘의 산물이다.


책에는 쉽게 볼 수 없는 중국, 대만의 다양한 근현대 작가의 작품 이미지가 수록되어 있다. 중국 근현대미술의 위세가 대단한 요즘이므로 한번쯤 그 맥락을 깊이 있게 짚어보면 동아시아 미술의 흐름을 파악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듯하다. 다만 중국, 대만 근대미술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다면 전문적인 본문의 서술을 모두 따라가기는 조금 벅찰 듯. 


 석도 <황산팔경> 수묵 1690 전후 스미도모 소장      류하이쑤 <연화봉> 수묵 1975 엘스워스 소장



이백 <이백시음도>                              린펑몐<매학가풍>


앞서 얘기했듯 중국의 근대미술사 과정의 논의를 살펴보면 전통의 유지 발전과 새로운 서구적 양식의 도입을 쟁점으로 하여 치열한 고민이 있었던 흔적이 보인다. 일본을 통해 서구 미술과 근대적 미술교육 양식을 들여온 것 또한 우리의 역사와 비슷한 점이 많아서, 그 공통점과 대처했던 방식의 차이가 눈에 들어온다. 특히 서구 모더니즘의 시각으로 전통을 재해석하거나 전통에서 개성을 찾고자 했던 다양한 노력은 지금의 중국 현대미술에 큰 힘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중국 현대미술의 약진을 그저 지켜볼 것이 아니라 그들이 근대를 살아남은 과정에 주목해야 될 듯하다.



SmartK 관리자
업데이트 2024.10.30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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