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그림, 불교에 빠지다』 전생에서 열반까지, 옛 그림으로 만나는 부처
조정육 지음| 아트북스 | 2014. 5
힐링!
어느 순간부터 유행처럼, 본래 익숙했던 단어인 듯 다가온 단어이다. 그리고 그에 화답하듯 우리는 ‘힐링’이 필요해졌고 ‘힐링’ 할 수 있는 것들에 관심을 갖고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그 가운데 독서는 얼마만큼 선택되었을까?.. 책 읽어주는 라디오가 생길만큼 현대인의 삶에서 독서는 끼어들 틈이 없다. 책에는 그 어느 것보다 ‘힐링’하는데 큰 도움을 줄만한 요소들이 많음에도 좀 더 즐거워 보이고 유혹적인 힐링꺼리가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림을 보는 것은 어떠할까?.. 독서보다는 덜 부담스럽다고 느껴지지 않을까 싶다.
그러한 이유로 그림을 쉽게 설명해주는 책들이 많이 출판되고 있고 전공자가 아닌 독자들에게까지 널리 읽혀지고 있는 듯하다. 그림을 보러 미술관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대신, 쉽게 접할 수 없는 그림을 보기 위해, 잘 모르는 그림을 마주하고 그냥 넘어갈 수도 있는 그 무언가를 알기위해 하는 현명한 선택이기도 하다.
또 다시 현명한 선택을 하기위해 읽을거리를 찾는 분들에게 조심스레 이 책을 추천해 보고자 한다. 서두에 구구절절 얘기했던 ‘힐링’까지 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이기도 하다. 단, 불교의 ‘불佛’자도 석가모니에 대해서도 절대 알고 싶지 않고 그런 이야기는 듣고 싶지 않다면 불편한 책이 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내가 믿고 있는 종교가 아니라도 종교나 성인에 관한 이야기에는 배울 점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현명한 사람이라면 옛 그림과, 부처의 가르침, 그리고 인생에 관해 배우고 느끼고 생각해보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그 동안 여러 권의 책을 통해 옛 그림을 쉽게 설명하며 독자들이 어렵게만 생각했던 옛 그림에 한 발자국 다가서게 했다. 거기에 개인적 삶을 그림에 투영시켜 그림을 감성적으로 볼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그림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는 저자의 책 제목처럼 마치 그림을 일방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그림과 대화하듯 그림이 말하는 것은 무엇인가 까지 생각해 보게끔 했다. 거기에 이번엔 불교까지 더해져 책을 통해 얻는 바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언제 석가모니의 일생까지 들여다보겠는가-
작자미상, <사신사호도>, 아스카시대, 일본 나라 호류지
본생담은 석가모니 부처의 전생 이야기를 기록한 책으로 547종의 설화가 알려져 있다.
석가모니 부처는 이 세상에 출현하기 전에 여러 생을 통과하며 남을 위해 희생했다.
본생담 중에 가장 널리 알려진 이야기는 사신사호도에 담겨진 일화로 과거 전담마제라는 태자일 때
일곱마리 새끼를 낳은 어미호랑이가 굶주린 모습을 보고 호랑이 먹이가 되기 위해 높은곳에서 뛰어내렸다.
사신사호도는 몸을 던져 호랑이의 먹이가 되다라는 뜻으로 석가모니 부터의 자비심은 사람을 넘어 짐승에게까지 닿아있다.
이런 자비심의 실천은 불교만의 특징이다.
이경윤, <낚시꾼>《10폭 화첩》中, 고려대학교박물관
강태공은 중국 주나라때 실존했던 인물로 은나라가 패망의 길을 걷고 있을 당시 때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주나라 왕 서백을 만나기까지 기나긴 낚시질 끝에 아내마저 도망갔으며
72살이 되었지만 은나라를 격파하고 주나라를 건국할때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저자는 아직 은퇴하기에는 이른 시기에 은퇴한 남편이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까지는 기다림이 필요하다는 개인사를 소개하며 석가모니 부처가 도솔천에서 자신의 인연에 맞는 부모를 찾아서 내려오기까지는 준비기간과 기다림이 필요했음을 이야기한다.
개인사로 시작한 글 들이 흥미를 이끈다면 석가모니 생애와 관련해 살펴볼 수 있는 옛 그림은 내용이 너무 불교적으로만 흐르지 않도록 균형을 맞춘다.
작자미상, <왕세자 탄강진하도>, 국립중앙박물관
상징적인 이야기지만 싯다르타 태자는 네 개의 성문에서 늙고 병들고 죽은 자를 보고 출가를 결심했다. 조선시대 미인의 모습을 보여주는 미인도와 여성 초상화가 드문 상황을 고려할 때 매우 귀한 작품인 복천오부인초상을 통해 생로병사에 대해 생각해보게끔 하며 사문고타마가 출가하여 스승을 만나러 다닌 후 누군가를 본받아 깨달음을 얻는 데는 한계가 있음을 알게 된 것처럼 스스로 깨우치는 것이 최선이듯 작품도 임모나 방작에도 한계가 있음을 이야기 한다.
작자미상, <석가고행상>, 인도라호르박물관
사문고타마는 음식을 줄여나가는 감식과 단식을 결행하여
손으로 배를 만지면 등뼈가 잡히고 등을 만지면 뱃가죽이 잡힐 만큼 쇠약해졌다.
그러나 고행으로는 깨달음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정조, <파초>, 동국대박물관
석가모니 부처는 29살에 출가하고 6년 고행 후 서른다섯에 득도한 후 여든 살까지 가르침을 준 후 삼매에 들었다. 마지막에 제자들에게 의문이 있으면 질문하라 했지만 이미 넘치도록 충분한 가르침을 받은 500명의 제자들은 아무도 질문하지 않았다고 한다.
작자미상, <일월오봉도>(6곡병), 19세기, 국립고궁박물관
이번 책에서는 저자의 개인사 분량이 이전의 책들에 비해 적어진듯한데 아마도 옛 그림과 석가모니의 생애까지 넣을 내용이 많아져서가 아닌지 싶다. 그래도 적재적소에 드러난 솔직 담백한 개인사는 여전히 감동과 재미를 전하며 내용의 이해를 돕고 있다. 읽고 나면 다음 책이 기다려지는 이유이다. (이 책의 2권으로는 『옛 그림, 불교의 가르침에 빠지다』가 준비 중이라고 한다.)
책에서도 부처의 가르침까지 다 담지는 못했듯이 이 글에도 책을 통해 느낀 감동과 느낀 바를 절반도 전하기 어렵다. 일독을 통해 옛 그림의 정취를 느끼고 석가모니의 생애를 통해 인생을 되돌아보고 계획해 볼 시간을 가져보길 조심스레 권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