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가 있는 사찰, 문화재 1,2
조원창 지음 | 서경문화사 | 2014.1
사찰은 불교신자만의 영역이 아니다. 산행이라던지 여행 등을 목적으로 하기도 하지만 수학여행 장소로 또는 힐링의 장소로 그리고 문화재를 관람하고 연구하기위한 장소이기도 하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방문했으리라 여겨지는 사찰인 불국사도 불공을 목적으로 한 발길보다 다보탑과 석가탑, 청운교 백운교를 보러 혹은 학창시절에 꼭 가봐야 할 장소로 선택되어져 찾게 된 관람객이 더 많을 것으로 여겨진다. 산과 강을 찾는 것도 좋은 여행이지만 사찰여행이 주는 재미는 아마 문화재를 봤다는 뿌듯함에 있지 않은지 싶다.
그런데 어느 지역의 어떤 사찰이 크고 유명하며 무슨 볼거리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알아보기 쉽지만 정작 왜 그 볼거리가 중요하고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까지는 알고 가기 쉽지 않다. 다녀온 후에야 더 많은 정보를 알게 되고 찾아보게 되기도 하나 자주 발걸음 하기 쉽지 않은 거리라면 알고 가서 더 흥미롭게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시중에는 여행지소개 책자나 사찰관련 책이 적지 않게 있지만 불교신자나 불교문화재를 전공하지 않았다면 이 책은 어떨까 싶다.
저자는 글을 마치며 불교문화재 전공자가 아니라 욕심만큼 쓰지 못했다고 서술하였는데 욕심이 넘쳤다면 이처럼 읽기 편한 책이 될 수 없지 않았을까 싶다. 그렇다고 해서 백제사지를 연구한 고고학자로서 전문지식을 빼놓고 있지도 않으니 모자르지도 넘치지도 않게 즐길 수 있는 책이다.
충청권 소재 사찰을 중심으로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나 주요 문화재를 소개하는 이 책은 그 지역에 대해 잘 알고 있지 않다면 소개할 수 없는 이야기들 까지 곁들여 흥미를 유발한다.
보물 150호 대통사 터 당간지주
일례로 대통사 관련 글을 보자면 일본에 불교를 전파하기도 했던 백제 성왕이 중국에서 불교를 무척이나 숭상했던 양나라 무제를 위하여 무제의 연호를 딴 대통사를 지었는데 지금은 터만 짐작될 뿐이다. 공주에 있는 작은 밥집인 대통식당은 백제시대 대통사를 알고 있었을까? 라는 소제목은 잊혀지는 대통사에 대해 새롭게 일깨워 주며 기억에 남도록 한다.
청양 칠갑산 장곡사의 통나무 밥통
이곳에 밥을 담아 놓고 사찰을 찾은 신도들에게 밥을 퍼주었다고 한다.
개태사 무쇠솥의 깨진 입 부분
예로부터 개태사 주변 마을사람들은 무쇠 솥에 초자연적인 힘이 있다고 믿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사찰에서 고기 굽는 냄새가 났고 얼마 후 이 지역에 큰 홍수가 발생해
솥이 연산천까지 떠내려 가게 되었다. 이후 계속해서 나쁜일이 일어나자 사람들은 이 모든
불상사가 솥이 사찰에서 흘러나왔기 때문이라며 솥에 돌팔매질을 파손하였다고 한다.
또 다른 이야기로는 쇠 덩어리에 욕심이 생긴 도둑이 망치로 가마솥은 깼다는 설과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이 무기 제작용으로 철을 모으기 위해 무쇠 솥을 파손시켰다는 설도 전한다.
백범 김구 선생이 심은 향나무, 마곡사 백범당 앞
임진왜란 때 승병을 조직한 갑사의 영규대사 일화나 마곡사에서 6개월 동안 스님생활을 했던 김구선생 등 인물에 관한 일화또한 사찰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마곡사에 김구선생이 직접 심은 향나무와 세조가 쓴 것으로 전해지는 마곡사 영산전 현판과 표암 강세황이 쓴 대광보전, 송하 조윤형이 쓴 심검당 현판 등은 그 곳에 가면 알게 됐기에 눈여겨보게 될 듯하다.
마곡사 대웅전 싸리나무 기둥
눈 여겨 봐야할 것들은 이뿐만이 아니다.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지만 사람이 죽어 염라대왕 앞에 가면 본 적 있는지 묻는다는 마곡사 대광보전 용마루 정상 사운데 딱 한 장 올려져있는 청기와와 아들 없는 사람이 돌면 아들을 낳고 많이 돌면 극락세계에 간다는 대웅보전 내의 싸리기둥나무 기둥, 갑사 중창 당시 불사를 도운 소를 우보살이라 칭하고 황소의 공덕을 위해 세운 공우탑은 국내 유일 소를 위한 탑이다.
역사도 정사보다는 야사가 재미있듯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는 문화재에 대한 학술적인 설명보다 문화재에 대해 다시 한 번 살펴보게끔 하고 관심 갖도록 한다. 그러한 점이 이 책의 2번째 이야기를 기대하게 한다.
2권에서도 1권에서 처럼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와 사찰문화재를 소개하는데 문화재를 보다보면 궁금해지는 기본적인 질문에 대해서도 설명되어 있다.
천안 광덕사 금강역사
사찰 입구에 자리하고 있는 해탈문이나 금강문, 천왕문(사천왕문)등은 블보살과는 달리 무서운 모습인데
이는 부처님의 말씀과계율을 지키며 이를 어기는 중생들을 혼내는 역할을 하기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사찰로 들어오는 잡신과 악귀를 물리치는 역할을 지닌다.
예를 들면 탑과 부도는 어떻게 다른지, 사찰에는 어떤 건물들이 있고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탑의 층수는 어떻게 세는지, 금강역사와 사천왕은 왜 무섭게 생겼는지 등이다. 더불어 부처와 보살에 대해서도 설명하고 있는데 이해를 돕는 이 내용이 앞 서 설명되었어도 좋았겠지만 앞 서 본 문화재들을 다시한 번 떠올려서 생각해보는것도 나쁘지 않다.
이 책의 장점 중 하나는 소제목이 내용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하고 흥미를 불러 일으킨다는 것인데 이는 내용을 좀 더 적극적으로 이해하게끔 하고 설명하고자 하는 주제를 좀 더 특별하게 부각시킨다.
예산 수덕사 목어
불구 중 하나인 목어는 마음과 몸이 게을러지면 생각하라고 한다. 이와 관련한 일화는 다음과 같다. 옛날 중국의 어느 사찰에 고승이 있었는데 많은 제자중 스승의 가르침을 무시하고 수행을 게을리 하는 제자가 있었다고 한다. 어느 날 그 제자는 병에 걸려 죽게 되었는데 그 업보로 등에 커다란 나무가 있는 물고기로 환생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로 인해 고통이 심했고 생전 자신의 게으름을 뉘우치게 됐다. 마침 배를 타고 그 앞을 지나던 스승은 물고기가 신기하여 자세히 보게되었고 자신의 제자임을 알고 등 위에 나무를 없애주었다. 제자는 스승의 꿈에 나타나 등 위에 있던 나무로 자신처럼 생긴 물고기를 만들어 두드려 달라고 했고 이를 듣고 많은 믈고기들이 번뇌에서 벗어나 해탈에 이를 것이라고 했다. 물고기는 눈꺼플이 없어 잠을 잘 때도 눈을 뜨고 있기에 목어나 목탁은 수행하는 사람에게 정진하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수행자가 아닌 사람들에게도 게으름에 대한 경종을 울린다.
괘불을 넣어 놓은 괘불함, 갑사 대웅전
내부에는 국보 298호로 지정된 비로자나삼신불 괘불도가 들어있다.
그렇다면 시끄럽고 정신없음을 의미하는 걸로 알고 있는 야단법석은 불교, 사찰과 무슨 관련이 있을까?
본래 야단은 야외에 세운 단, 법석은 불법을 펴는 자리를 의미하는 불교용어로 야외에서 행해지는 설법과 강의를 말한다. 야외에 제단을 설치해야하고 불자들이 모여드니 조용할 수가 없는것이다. 야단법석이 불교용어라는 새로운 이야기는 흥미를 불러일으키고 이는 야외에 거는 괘불에 대한 설명으로 자연스레 이어진다.
사찰은 스님들이 예불과 수행하는 곳으로 여겨지지만 천안의 봉선홍경사는 인가로 부터 멀리 떨어져 있고 산척들이 자주 출몰하자 이 절을 세운 고려 현종은 객관인 광연통화원을 짓고 행인들에게 숙소와 양식, 말 먹이등을 제공케 했다고 하며 삼천궁녀가 물어 빠졌다는 낙화암 아래 자리한 고란사에는 불로초로 불리는 고란초에서 생겨난다는 고란수가 샘솟아 백제왕이 즐겨마셨다는 일화가 전한다.
부모은중경中, 젖먹이고 사랑으로 길러주신 은혜
이 외에 욕심으로 인해 쌀이 나오는 바위틈을 후벼파자 피가 나왔다하여 욕심을 경계하게 하는 미암사의 쌀 바위이야기와 부모님께 효도하라는 불교경전인 부모은중경에 대한 이야기는 사찰문화재로의 가치 뿐만아니라 어리석음을 일깨우고 부모님의 은혜와 자식으로의 도리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끔 한다는 점에서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이 책에 언급되지 않은 사찰 문화재에 대해서도 이 책에의 설명처럼 먼저 의문을 갖고 구전되고 있는 일화로 흥미를 일깨운 뒤 학술적인 부분으로도 접근해본다면 보다 다각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것이라 여겨진다. 몰라도 되지만 알면 더 알고싶고 궁금하지 않았지만 보면 궁금해지는것이 문화재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