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떻게 옷을 짓고 밥을 짓고 집을 짓는가
한경심 | 동아일보사 | 2013. 12
우리가 살기 위해 필요한 의식주와 연관된 물건을 만들어 내었던 솜씨 좋은 수많은 장인들을 잇는 후예의 모습을 한 곳에 모아 놓은 것이 바로 이 책 『우리는 어떻게 옷을 짓고 밥을 짓고 집을 짓는가』이다. 여기 나오는 아름다운 물건들은 감상을 위한 것이 아니다. 실제 생활에서 쓰기 위해 만들었다는 점에서 우리 삶과 가장 밀접한 기물인 공예품들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옷, 가구와 소반, 옹기, 발, 모시, 방짜유기. 자연스러운 멋과 과학성을 보여주는 우리 공예품을 장인 12명을 통해 소개하고 있다.
침선장 김영재의 작품. 보자기는 퀼트와 자수가 어우러진 참선이다.
때로 기하학적 문양이 들어가기도 하고, 섬세하고 우아한 자수, 또는
현대적인 감각의 자연스런 도형이 가미되기도 한다.
여의주 문양 조각보(위)와 궁보 형식의 섬세한 자수보자기.
의 : 침선장 김영재, 한산모시 짜기 방연옥, 염색장 정관채, 누비장 김해자
식 : 소반장 김춘식, 방짜유기장 이봉주, 옹기장 정윤석, 단조장 주용부
주 : 소목장 박명배, 염장 조대용, 전주장 소병진, 나전칠기장 손대현
아무리 재주가 좋아도 그 일을 지겨워하면 진정한 장인이라 할 수 없다. 이들은 믿을 수 없을 정도의 끈기로 한 분야를 파고들어 결국 자신이 만들어내는 생활 속의 작은 물건들을 명품으로 만들어내었다.
한산모시 짜기 방연옥. 모시풀의 속살을 물에 담가가며 볕에 한 열흘을 말리면
푸른 물이 빠지고 하얀 껍질만 남은 태모시가 된다. 하얗게 바랜 태모시를 물에
미리 담갔다 입으로 침을 묻혀가며 이와 입술, 혓바닥을 이용해 실을 만드는 과정
(째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한 필 분량을 째는 데 침이 석 되 들어간다는 말이 있다.
근대화라는 미명하에 옛것을 모두 밀어내 버렸던 얄팍한 몇 십 년을 겪어내고 살아남은 이 시대 장인의 초상화는 앞으로 우리가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버리며 살아야하는지 되돌아보는 기회를 준다.
알고보면 가장 흔한 것이 가장 귀한 것일 때가 많다. 공기, 물처럼. 오륙십년 전만해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밥상, 밥그릇, 누비옷, 옹기 등 전통적인 물건들이 지금은 쉽게 눈에 띄지 않고 귀해졌다. 그때는 그것의 소중함을 몰랐고, 전통이 이렇게 쉽사리 끊길 수 있는 것임을 몰랐을 것이다.
방짜유기장 이봉주의 작품. 주물을 만들지 않고 일일이 망치로 두드려
재질에 공기 틈새가 없도록 물건을 만들어 내는 기법을 방짜라고 한다.
방짜로 그릇을 만드는 기술을 가진 나라는 우리나라 밖에 없다고 한다.
본래 작은 용기는 주물로 생산해 왔으나 이봉주는 기계를 개선해서 방짜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궁중제기, 물동이, 구절판.
알고보면 가장 흔한 것이 가장 귀한 것일 때가 많다. 공기, 물처럼. 오륙십년 전만해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밥상, 밥그릇, 누비옷, 옹기 등 전통적인 물건들이 지금은 쉽게 눈에 띄지 않고 귀해졌다. 그때는 그것의 소중함을 몰랐고, 전통이 이렇게 쉽사리 끊길 수 있는 것임을 몰랐을 것이다.
옹기장 정윤석의 작품. 뚜껑과 손잡이를 갖춘 작은 단지와, 단풍잎을 넣어 만든 큰 독.
“예전에는 부자들도 기워 입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았습니다.”
작은 사물을 소중히 여기며 그것에 끊임없이 애정을 기울인 장인의 한 마디는 많은 것을 느끼게 해 준다.
작은 사물을 소중히 여기며 그것에 끊임없이 애정을 기울인 장인의 한 마디는 많은 것을 느끼게 해 준다.
소목장 박명배의 작품. 먹감나무의 자연무늬는 목수에게 영감을 준다.
머릿장 머름간과 위 서랍에는 강줄기를, 문과 쥐벽간에는 산을 담아냈다.
열 두 장인을 만나 그들의 역사를 기록한 작가의 말처럼, 명품은 낡으면 빈티지가 된다. 우리 조상들은 손 솜씨로 만든 물건들을 소중히 여기며 몇 번이고 고치고 물려서 썼다. 물건이 흔해지고 소비가 미덕이 된 현대의 군상들과 이를 비교해 보면, 조상들은 현대의 속물과 달리 빈티지의 멋을 알고 누리며 살았었나보다.
나전칠기장 손대현의 작품. 십장생을 산수와 함께 새겨넣은 사우반 다리.
섬세한 끊음질로 꽉 채웠음에도 어딘지 넉넉한 여유가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