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견 청자삼색(백, 흑, 암회색) 상감과 청자상감 재고찰
정양모(前국립중앙박물관장) 『소헌 정양모(笑軒 鄭良謨)선생 팔순기념논총』 2013년5월
고려 문화의 우수성을 말해주는 사례로 흔히 고려청자가 손꼽힌다. 고려청자는 전성기는 말할 것도 없이 고려가 망한 14세기 말까지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에서 이를 제작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진 나라는 고려밖에 없었다,
중복상감의 사례 1 청자상감 국화절지문 잔탁(靑磁象嵌菊花折枝文盞托)
전의 맨 가장자리에 백상감을 한 뒤에 다시 자토로 흑상감의 당초문을 넣었다.
고려청자는 9세기무렵 중국 월(越)지방(현재의 저장성 일대)의 기술을 수입해 발전시킨 것이지만 중국에도 없는 기술이 더해진 것으로 유명하다. 송나라 사신도 놀란 비색(翡色)의 고려청자는 에메랄드 색으로 빛을 발하는 유약을 독자적으로 개발해서 가능한 것이었다. 또 금속이나 칠기에서처럼 도자기에도 표면에 홈을 파 다른 흙을 넣어 문양을 나타낸 상감 기법 역시 고려청자만의 독창성이다.
중복상감의 사례 2 청자상감 파도용문 합(靑磁象嵌波濤龍文盒)
뚜껑 윗면에 검은 용을 면(面)상감으로 새긴 뒤에 눈, 입, 뿔, 비늘, 발톱 모양은 다시 백토 선으로 중복상감했다.
이 상감기법에 대해서는 고려의 독창성과 관련해 많은 연구가 있어왔다. 특히 이 기법의 발생 시기를 규명하는데 연구가 집중돼 10세기에 초기적 형태가 등장하고 12세기 중반이 되면서 본격적으로 제작됐다는 사실이 알려지게 됐다.
이런 연구 성과에도 불구하고 상감기법 그 자체에 대한 주목은 다소 소홀했다고 할 수 있다. 이 논문은 오랜 필드 조사를 토대로 상감기법 자체를 보다 분석적으로 접근해 소개한 글이다.
청자상감 파초문 파편(靑磁象嵌芭蕉文破片) 강진 청자박물관 소장
파초잎의 일부가 보이는 파편이다. 윤곽과 잎맥은 흑상감인 반면 넓적한 잎은 암회색상감으로 돼있다.
가장 주목되는 내용은 이제까지 상감기법을 통해 구현할 수 있는 색의 가짓수이다. 이제까지 상감기법은 백(白)상감과 흑(黑)상감으로 흑백 두 가지 색을 표현했다고 알려져 왔다. 그러나 실제 조사와 사례를 통해 상감으로 표현하고 있는 색은 세 가지라는 것.
청자상감 화조문 판(靑磁象嵌花鳥文板) 보물 1447호 호암미술관
백상감과 흑상감과는 확연히 구별되는 제3의 색인 암회색 상감이 넓게 표현돼있다.
논문 저자는 백색과 흑색 이외에 암회색 상감청자의 존재를 20여년 전에 처음 확인했으나 사례가 충분치 못해 이제까지 자료를 수집했다고 말하고 있다.
지금까지 확인돼 이 논문에서 인용하고 있는 암회색 상감청자의 사례는 모두 8가지이다.
청자상감 모란문판(靑磁象嵌牧丹文板) 오사카 동양도자미술관
메인 문양을 장식하는 사바으이 연꽃 문양은 흑백 상감에 이어 암회색 상감이 분명히 시문돼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호암미술관 소장의 <청자상감 화조문 판(靑磁象嵌花鳥文板, 보물1447호)>. 이 도판은 꽃이 핀 매화나무에 새 한 마리가 올라앉은 모습이 상감으로 표현돼있다. 상감 처리된 부분을 살펴보면, 새의 머리와 배 그리고 꽃은 백(白)상감인 반면 새의 몸통은 암회색(暗灰色) 상감으로 처리됐다. 그리고 몸통 사이사이의 액센트를 위해서 몇몇 깃털은 다시 흑(黑)상감으로 처리했다. 이렇게 해서 그림은 보다 사실적이고 화려한 인상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청자상감 매죽유로수금문 매병(靑磁象嵌梅竹柳蘆水禽文梅甁) 도쿄국립박물관
매화, 버드나무, 갈대가 그려진 갈대 잎을 표현하는데 흑상감과 암회색 상감이 사용됐다.
3가지 색을 나타낸 상감기법은 보편적인 것은 아니고 아무 특수한 경우에 한한다고 이 논문은 지적하고 있다. 예를 들어 고려청자 매병 가운데 매죽문, 화조문 등이 시문된 케이스는 여럿 있지만 암회색까지 포함된 3색 상감이 모두 들어있는 사례는 일본 도쿄국립박물관 소장의 <청자상감 매죽유노수금문매병(靑磁象嵌梅竹柳蘆水禽文 梅甁)>과 서울 개인소장의 <청자상감 매조죽문 매병(靑磁象嵌 梅鳥竹文 梅甁)> 등 2건 밖에 없다고 보고하고 있다.
대나무는 흑상감, 매화는 흑백 상감으로 주로 나타내고 새의 등허리와 날개, 꼬리는 암회색으로 표현했다.
또 이 논문에서는 이 세가지 색의 상감 기법은 보다 색감의 발휘하기 위해 중복상감(重複象嵌), 즉 한번 상감기법이 쓴 위에 포인트를 위해서 재차 상감기법이 사용한 사례가 눈에 띈다도 곁들어 밝히고 있다.(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