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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국사 다시 가기] - 알고보면 보이는 것들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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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국사 다시가기
박종두 | 생각나눔 | 2012. 5

우리나라 사람 중 불국사에 가본 사람이 더 많을까? 안 가본 사람이 더 많을까?.. OX퀴즈만큼이나 알쏭달쏭한 이유는 참배할 목적을 갖고 있는 불자가 아니더라도 발걸음을 하는 곳이기에 그러하다.


국보 제23호 청운교(아래)와 백운교(위)

불국사는 대부분 학창시절 수학여행지로 찾은 경험이 가장 많을 것으로 여겨지는데 수학여행이라는 것이 추억을 만드는 것에 큰 목적을 둘 뿐, 그 장소는 사실 크게 중요치 않다. 그래서인지 교과서에 실린 현진건의 무영탑을 읽으며 그제야 청운교와 백운교를 봤었던가 떠올려보게 된다.


국보 제22호 연화교와 칠보교

안타까운 것은 불국사에 가 본 사람이 많음에도 석가탑 다보탑만을 떠올릴 뿐 얼마나 많은 문화재가 있는지 선뜻 얘기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그저 경주에는 유적과 유물이 많고 불국사와 석굴암을 세트로 생각하는 것 외에는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제목 그대로 불국사에 다시 한 번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데, 책을 잡고 있는 동안 그간 불국사에 있는 문화재를 제대로 발견하지 못했음을 깨닫게 된다.


불국사의 가람배치

불국사가 언제 지어졌는지는 고려 중기 일연스님이 전해오던 이야기를 엮은『삼국유사』, 영조 임금 때 간행된『불국사 고금창기』, 1708년에 중간된『불국사 사적기』에 기록된 내용을 통해 살펴볼 수 있다.『삼국유사』에는 통일신라 경덕왕 10년인 751년에 김대성이 전생의 부모를 위해 석굴암을, 현세의 부모를 위해 불국사를 창건했다고 전하고『불국사 고금창기』에는 법흥왕 27년에 지어졌다고 전한다.『불국사 사적기』에는 눌지왕 때 아도스님이 지었다고 전하는데,『삼국유사』는 이야기책이고『불국사 고금창기』나『불국사 사적기』는 뒤에 기록된 책인지라 확실한 자료라고는 할 수 없다. 다만 현존하는 석조 문화재 대부분이 통일신라시대 8세기 작품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신라에 불교가 전래한 무렵이나 바로 이후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으로 여겨진다.

  
                   1910년경 불국사전경                                   1923년 일제에 의해 복원된 불국사

불국사는 임진왜란 이후 오랜 세월에 걸쳐 중수가 이루어졌는데 1920년경 일제에 의해 보수가 이루어질 당시 다보탑 보수과정에서 나온 장엄구 등 많은 유물이 사라졌다. 이후 1970년대에 이르러서야 문화재 보수가 가능할 만큼 국력이 회복되어 대보수에 들어갔고 지금의 불국사는 1973년 보수 이후의 모습이다.


당간지주

책에서는 그 동안 눈여겨 보지 않았던 '것'이나 '곳'에 대해 설명하여 다시 불국사에 발걸음 했을때 새로운 것들을 볼 수있게끔 한다. 불국사 뜰에 들어서면 당간지주가 눈에 띄는데, 하나의 절에 당간 지주가 두 기나 있는 곳으로는 미륵사지와 불국사를 들 수 있다.

보물 1523호 석조

당간 지주 옆에 뚜껑과 함께 있는 석조는 그냥 지나치기 쉬운데, 불국사에는 이와 같은 커다란 석조가 보물 1523호를 포함하여 3기가 있다.

                 
그랭이기법으로 쌓은 석축                                                     동틀돌

책을 보다보면 불국사에 보물이 이리도 많았는지 생각해보게 하는데, 석축 또한 그냥 지나치기 쉬운 것중 하나이다. 2011년 보물 1745호로 지정된 석축을 볼 때 눈여겨 살펴볼 것은 석축 곳곳에서 볼 수 있는 그랭이기법이다. 이는 목조건물을 지을 때 나무 기둥이 울퉁불퉁한 막돌초석 위에 빈틈없이 밀착하여 미끄러지지 않게 하려는 건축기법이다. 동틀돌 또한 석축에서 빼놓을 수 없는데, 잘못쌓아진것 같지만 실제로는 단조로움을 피한 미학적인 면도 있으며 석축이 무너지지 않게 하는 기능을 한다.

                    
            국보 제27호  금동아미타여래좌상                             국보 제26호  금동비로자나불좌상

각 전각의 성격을 설명하며 그 곳에 있는 보물에 대해서도 설명하는데, 불상의 경우 예배의 대상으로 보기에 눈여겨 보기 어려우며 보물인지 모르고 지나치기 쉽다. 극락전에 안치된 금동아미타여래좌상과 비로전에 안치된 금동비로자나불은 보물로 지정되어 있는데, 금동아미타여래좌상은 왼손을 들고 있다는 점이 특이하며 금동비로자나불도 대부분의 비로자나불상이 오른손이 왼손을 감싸는데 반해 왼손이 오른손을 감싸는 흔치 않은 사례를 보인다.

                                                 
                 무설전의 김교각 지장보살상                                           무설전의 태국불상

지금은 문화재적 가치를 말할 수 없지만 다른 불상들과 달라보이는 무설전의 김교각 지장보살상과 태국불상도 하나의 볼거리이다. 김교각 지장보살상은 697년에서 794년까지 살았던 실제인물인 김교각 스님의 탄신 1300주년을 맞아 중국 구화산 화성사로부터 기증받았으며, 태국의 불상은 2009년 초 태국의 국왕 탄생일을 맞아 각국에 불상을 보낼 때 기증받은 것이다. 


관음전의 사모지붕

무설전 뒤 낙가교를 오르면 관음전에 다다르는데, 대웅전과 극락전이 팔작지붕으로 되어있는데 반해 사모지붕으로 되어 있어 특별하며, 대부분 배흘림기둥이라 하면 부석사 무량수전을 떠올리는데 불국사의 대부분 전각에도 배흘림기둥을 사용하였다는 점도 눈여겨 볼거리이다.

                     

            
                                        범종각                                                                          범종

이와달리 민흘림 기둥인 범종각은 1970년 불국사를 복원할 때 세웠는데, 이 안의 범종은 성덕대왕신종을 본 떠 만들었다고하니 비교해보는것도 흥미로울듯 하다.


대웅전에서 극락전으로 내려오는 48대원

범종각을 지나 내려오는 길에 전시된 삼존불 석좌대는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만큼 깨져있지만 우리나라에 단 두 개뿐인 통일신라시대 9세기 작품이며,  대웅전에서 극락전으로 내려오는 48대원교에 16계단을 만든 까닭은 중생이 극락세계에 왕생하기위해 닦아야 할 관문이 16가지라는 것을 의미한다는 등의 이야기는 알면 보이는 것들이기에 좋은 정보가 된다.

                     
                            극락전 현판 뒤 조각상                                                 국락전 마당의 복제상

매일 지나는 길로 마음을 가다듬고 보면 새로운 것들이 눈에 띄는데 하물며 곳곳에 역사가 살아 숨 쉬는 불국사는 들를 때 마다 새롭게 보이는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닐 것만 같다. 더 여러 번 간다면 책에 나온 것보다 더 많은 것들을 발견할 수 있겠지만 당장 167페이지 분량의 책 한권 가방에 넣고 떠난다 해도 새로운 것에 대한 흥미로운 시선 때문에 그 무게는 느끼지 못할 것만 같다.

 

편집 스마트K (koreanart21@naver.com)
업데이트 2024.11.13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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