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회화의 美
지순임 지음 | 미술문화 | 2012.2
한국회화의 美를 정의 내릴 수 있을까?.. 한국, 중국, 일본의 미술을 비교 연구한 맥퀸E(McCune)여사는 한국미의 특징으로 '한국인이 살고 있는 세계에 대한 깊은 감정을 나타내는 보수성', ‘자연에 대한 사랑’이라 했고, 일본인 야나기 무네요시와 독인인 에카르트A(Eckardt)에 의해 한국 조형미의 특성을 밝힌 두 권의 책이 발간되었다.
에카르트는 동양 삼국미술을 비교해 한국미의 특색을 단순성이라고 기술했으며, 야나기 무네요시는 한국의 예술은 비애(悲哀)의 예술이라고 규정하며 한국 예술은 가느다란 선(線)으로 표현했다고 했다. 그러나 한국 최초의 미학자이자 미술사학자인 우현 고유섭선생은 야나기 무네요시의 이론 중 ‘선적인 미’라는 견해에는 동의했지만 ‘비애의 미’라는 점에는 반대했으며 한국미술사를 제일 먼저 시도한 박종홍선생 또한 고구려 회화를 예로 들어 비애의 미에 대해 비판하며 한국미의 특징을 무한한 내재미라고 주장했다.
이후 많은 연구자들이 한국미술사 연구에 정초를 마련하였고 발전시켜나가며 한국미술의 미에 대해 ‘구수한 특성’ ‘질박, 담소, 무기교의 기교’ ‘선, 형, 색의 유기적인 조화’ ‘온화와 간소미’ ‘간박한 단순미’ ‘순리의 아름다움’ 등등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였다. 그럼에도 한국미술 또는 한국회화의 미에 대해 묻는다면 말문이 막히는 것이 사실이다. 아마도 그 아름다움을 깊이 있게 느끼지 못했기 때문은 아닐까..
<수박희도>, 안악 3호분 전실 동벽 벽화부분, 4세기 중엽
<수렵도>, 무용총 현실 서벽, 5세기 후반~6세기초
<신선도>, 통구 사신총, 6세기
고구려 고분벽화를 초기(안악 3호분, 덕흥리 벽화고분), 중기(쌍영총, 무용총), 후기(통구 사신총, 강서대묘)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책에서는 다양성의 통일이라는 미의 규범을 언지하고 초기에는 무덤 주인을 중심으로 삼각 대칭 구도로 안정감과 주목성을 강조했다면 중기와 후기에는 거리감과 공간감을 표현하는 사선구도를 보여 화면에 생동감과 긴장감을 보여주는 것이 고구려 회화의 특징임을 설명하였다.
이 책은 한국회화에 대한 설명을 중심으로 하는 책이라기보다는 제목그대로 한국회화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데 도움을 주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회화를 일곱 개의 장르로 나누어 그 특성을 살펴볼 수 있도록 했으며, 한국회화의 특징을 잘 보여줄 수 있는 작품들을 중심으로 하였다.
고려시대에는 불교를 건국이념으로 하여 국가 종교로 공인하면서 귀족 불교로 자리 잡게 되었고 왕실이나 귀족이 시주하여 불화를 제작하는 일이 많아졌다. 불화는 현존하는 작품이 희소한 고려시대 회화의 미를 가늠하는데 중요한 자료가 되는데, 경전 내용을 중심으로 하면서도 상징적인 그림으로 그려내어 회화적으로 의미가 있다.
<수월관음도>, 고려 1310년, 419.5x254.2cm, 일본 경신사 소장
고려시대 불화 중 <수월관음도>는 종교적 가치와 예술적 가치를 떼어놓고 보기 힘든 작품으로 고려시대 회화적 양식을 우수하게 드러낸다. 일본 경신사 소장 <수월관음도>는 한국 회화의 미를 설명하는데 대표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작품으로 완벽하리만큼 조화된 미쳬와 정교한 필선, 다양한 문양의 회화적 표현들이 운필의 탁월함과 더불어 예술적 특성을 유감없이 드러낸다.
한국회화의 근원인 고구려 고분벽화를 선두로 하여 경전 내용을 중심으로 하면서도 상징적인 그림으로 그려내어 회화적으로 의미가 있는 불화, 고려시대부터 독립된 회화로 그려진 산수화를 조선 초․중기, 조선후기, 20세기 전통산수화, 산수화의 현대적 의미로 나누어 살펴보았다.
이제현, <기마도강도>, 비단에 채색, 38.8x43.9cm, 국립중앙박물관
산수화가 독립회화로 그려진 것은 고려시대 부터이며 현재 전해지고 있는 작품은 이제현의 <기마도강도>와 공민왕이 그렸다고 전해지는 <수렵도>의 잔편이 있다.
강희안, <고사관수도>, 중이에 수묵, 23.4x15.7cm, 국립중앙박물관
물은 옛부터 지혜로운 사람들이 사색의 대상으로 삼았으며 모든 자연생명의 동적인것을 상징하였고 선(善)으로 여겨진 자연물이다.
정선, <금강전도>, 1734년, 종이에 담채, 130.6x94cm, 리움
정선의 진경산수화는 자연을 철저하게 인식하고 자연 그대로를 개체적 현상으로 보고 산수자연 각각의 성격이 다름을 파악하고 특성을 살려 진실성 있는 자연의 성정을 드러낸 산수화이다.
산수화는 우리 자연의 특성을 파악하여 표현한 회화장르로 예술가의 인격과 산수자연을 통해 관조된 정신이 조화를 이룬 예술세계라 할 수 있다. 조선 초기에는 정형산수와 북송대 이곽파 양식에 남송대 마하파 양식이 가미되는 방향으로 전개되다 안견에 의해 조선화풍으로 종합되었다. 조선후기에 들어서는 정선에 의해 독창적인 화풍인 진경산수가 완성되었으나 말기에 들어 주관적인 사의를 드러내는 남종산수화풍과 이색화풍의 작품이 제작되었고 일제강점기에는 정형산수화와 실경산수화 두 종류로 전개되었다. 이후 해방과 전쟁이라는 격변기를 겪으며 서구미술의 모방단계로 접어들게 되었지만 전통화단 1세대들이 조선화의 전통을 잇고자 노력했다.
윤두서, <자화상>, 국보240호, 종이에 수묵담채, 38.5x20.5cm
윤두서의 자화상은 예리한 관찰력과 정확한 묘사력, 그리고 초상화가 지향하는 전신의 세계를 절감하게 한다.
임금의 초상인 어진, 나라에 공을 세운 인물을 그린 공신상, 고승을 그린 고승진영, 일반 사대부들의 초상화는 어느 분야보다 규범과 형식에 따라야 했다. 그렇기 때문에 후대에 이모된 초상화를 통해서도 이전에 그려진 초상화의 면모를 살표볼 수 있는데, 대상 인물의 참모습을 그리고자 정신의 경지를 그리는 ‘이형사신’, ‘전신사조’ 를 중시했던 초상화는 전신미학을 보여준다.
윤두서, <짚신삼기>, 종이에 담채, 32.4x21.1cm, 개인소장
선비화가 윤두서가 그린 <짚신삼기>는 산수인물화에서 풍속화로 갓 전환한 작품으로 윤두서의 선비적 아취인 풍류가 느껴진다.
정선, <독서여가>, 《경교명승첩》, 비단에 담채, 24.1x17cm, 간송미술관
<독서여가>는 서정적인 분위기를 자아내어 선비들의 풍류로서 해학은 익살보다 관조적인 미로 세속을 떠나 세상 밖의 이치를 깨닫는 희열임을 드러낸다.
김홍도, <벼타작>, 《단원풍속화첩》, 종이에 담채, 27x22.7cm, 국립중앙박물관
<벼타작>은 서민들이 생업에 종사하는 모습을 회화의 주제로 승화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문자도>, 각 68.8x27.2cm, 일본개인소장
민화는 실용적 욕구와 마음속으로 희구하는 상징적 자연 사물을 선택하여 길상적, 벽사적, 교훈적인 상징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긍정적인 미의식과 자연관조적인 미의식을 드러내는 풍속화와 기층문화의 세계관과 서민들의 소박한 꿈이 가시적으로 표현된 민화는 예술의 대중화와 회화적 표현 가능성을 확장시킨다.
강세황, <사군자>, 8곡병 부분, 종이에 수묵, 각 68.9x48.3cm, 개인소장
매화, 난초, 국화, 대나무를 군자의 성정에 비유한 사군자는 그리는 사람의 교양이 작품에 화격으로 드러난다고 생각하여 자신을 수양하는 계기로 삼았으며 상징적 의미가 그림과 시, 문학에서 공통적이어서 문인들에게 각별한 사랑을 받았다.
사군자는 그리는 사람의 사상과 감정이 녹아들기에 의경(意境)의 미와 여백의 미를 발견할 수 있으며 중화(中和)의 미와 인격미 그리고 서권기를 갖춘 사람에 의해 의(意), 담(淡), 화(和), 무(無), 기(氣), 운(韻)의 미락적 의미가 내재된 사기가 드러난 회화세계라고 설명하고 있다.
사실 이 책은 저자가 연구해온 50여편의 논문가운데 한국회화에 관한 논문을 근간으로 하여 내용을 정리했기에 쉽게 읽기에 그리 호락호락 하지만은 않다. 그러나 한국의 美에 대해 알기 위해 이 글에서 소개하는 작품을 눈여겨보았고, 스쳐지나가듯 이라도 한국의 미에 대해 느낄 수 있었다면 그것이 이 책을 통해 얻은 지식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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