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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옛 그림 산책] - 중국회화 대가들의 삶과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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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옛 그림 산책
조송식 지음 | 현실문화| 2011. 11

우리 옛 그림을 소개하는 책이 많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적다고도 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한 방식으로 저술된 책이 시중에 출판되어 있다. 그 중에 그림을 모르는 사람도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쓰인 책은 우리 회화에 대해 관심을 갖게끔 하는데, 책을 읽다 보면 중국회화와 연관 지어 설명하는 경우를 볼 수 있어 종종 중국회화에 대해서도 궁금증이 생긴다. 그러나 중국회화 책에 선뜻 손대기 어려운 것은 ‘아직 한국회화도 모르는데’라는 생각과 ‘어떤 책부터 봐야할 지’가 고민되기 때문에 중국회화에 대한 궁금증을 외면할 수밖에 없다.

물론 중국회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국회화 관련 책을 통해 이해하는 것이 먼저일지도 모른다. 그 이유로 쉽게 저술된 책이 많기 때문에 회화에 쉽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인데, 중국회화에 대해서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책이 많이 있다면 사실 순서가 바뀌어도 큰 무리는 없다고 여겨진다.

이 책은 중국회화를 시대 순으로 설명하는 방식에서 탈피하여 주요 화가들의 삶과 예술세계를 전반적으로 소개하는데, 동양 미학과 예술의 범주에 속하는 인격, 와유, 정치, 우의. 초월에 따라 분류하여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여기에 저자의 흥과 경험, 지식을 덧붙여 유연한 방식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고개지, <낙신부도>(부분), 동진, 비단에 채색, 북경 고궁박물원 
조식 앞에 나타난 낙신의 모습

고개지의 <낙신부도>는 조식이 지은 「낙신부」를 그린 작품이다. 조식은 형수가 된 견일녀를 마음에 두었지만 곽후의 모함을 받아 견일녀가 처형된 후 낙수 주변에서 견일녀와 만난 꿈을 꾸고 시를 지어 마음을 달랬다. 조식은 자신이 겪은 사랑의 아픔을 아름다운 시로 지을 수 있었고 이 일화를 그림으로 남긴 고개지 또한 사랑하는 여인을 향한 아픔이 있었다. 고개지는 이웃집 여인을 짝사랑 했는데, 여인의 모습을 그려놓고 자신과 같은 마음의 고통을 느끼도록 그림 속 여인의 가슴에 못을 박았다고 한다. 그 다음날 이웃집 여인이 찾아와 고통을 하소연했다는 비현실적인 일화가 전해지고 있어 고개지 역시 사람의 아픔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저자는 이 작품을 설명하며 이 그림에 담긴 일화를 통해 예술이 사람에게 줄 수 있는 감동은 예술가가 겪은 경험의 깊이에서 나온다고 말한다.

 
동기창, <완련초당도>, 명대, 종이에 수묵,  111.3x36.8cm, 개인소장

그림의 격은 화가의 인격과 동일시되어 화가를 미화하는 오류를 범하게 되기도 하는데, 동기창에 대한 일화는 화가의 인격에 관해 생각해 보게끔 한다. 동기창은 중국의 산수화를 남종화와 북종화로 나눈 남북종론을 정립한 인물로 작품안의 속기(俗氣)를 혐오하고 고고한 사기(士氣)를 강조하였다. 그러나 개인적인 삶은 욕망으로 얼룩져 있었는데, 동기창의 만행을 참다못한 민중들이 폭동을 일으키고 결국 동기창이 고향을 떠나 소주로 피신한 ‘민초동환(民抄董宦)’은 동기창의 인격을 보여주는 일화이다. 그럼에도 동기창의 <완련초당도>는 중국 산수화에서 기념비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어 화가의 인격과 작품의 격을 따로 생각해 보게끔 한다.

명작은 대부분 노년의 작가에 의해 그려졌는데, 순수가 완벽함에 대한 지향이 아닐지 생각해보게끔 하는 작품이 있다. 바로 왕희맹이 그린 <천리강산도>인데, 중국 현대미술사학자 왕극문은 왕희맹의 <천리강산도>를 조백구의 <강산추색도>, 조백숙의 <만송금궐도>와 함께 송대 청록산수의 걸작으로 뽑았다.


왕희맹, <천리강산도>, 비단에 채색, 북송, 51.3x1188cm, 북경 고궁박물원

왕희맹에 관한 기록은 전하고 있지 않는데 오직 이 <천리강산도>만이 전하고 있을 뿐이다. 이 작품은 북송 말기 휘종 때 재상에 오른 채경의 기록에 의해 왕희맹이 18세에 그린 작품임을 알 수 있는데, 산맥이 끝나면 강과 만나고 강이 끝나면 산맥으로 이어지는 무한한 공간은 보는 사람의 시선을 확장시킨다.

이처럼 회화나 화가에 대한 일화가 적절히 섞여있는 작품은 한국회화나 중국회화나 흥미를 유발시켜 오랫동안 기억속에 남게 한다. 그리고 한국회화는 중국회화을 영향을 받기도 했기 때문에 중국회화가 우리 눈에 그다지 생소하지 만은 않음을 알 수 있다.   

한국회화사를 공부하고자 할 때도 잘 알려지고 작품이 여러 점 남아있는 화가에 대해서만 간단히 알고자 한다면 요점만 알 수 있고 더 알고자 한다면 광범위 하듯 중국미술사 또한 그러하다. 이 책을 통해 중국회화사를 한눈에 요약해 볼 수는 없지만 주요작가에 대한 이해와 작품에 대한 일화는 중국회화사 전체를 알고자 할 때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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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스마트K (koreanart21@naver.com)
업데이트 2024.12.02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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