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해설사와 함께하는 창덕궁
글· 창덕궁 문화재 해설팀 | 사진 · 배병우 | 컬처북스 | 2011.12
유네스코에 등재된, 가장 자연과 조화를 잘 이룬 한국의 궁궐 창덕궁. 몇 차례 소실되었던 아픔이 있다는 것을 잊을 정도로 아름다운 자연과 그것에 어우러지고 있는 건축물들은 조경에 문외한인 사람도 기쁨과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귀중한 문화유산임에 틀림없다.
책을 넘기면 창덕궁에 찾아드는 사계의 모습 즉, 봄꽃, 여름의 울창한 수림, 불타는 단풍 속에 자리한 정자의 지붕, 눈 쌓인 인정전과 나뭇가지의 사진이 눈을 호강케 한다.
주합루에서 내려다본 부용지 일원의 가을 풍광
취운정에서 본 낙선재 후원 풍경
창덕궁은 돈화문으로 시작하여 궐내각사, 인정전, 선정전, 희정당, 대조전, 성정각, 낙선재, 부용지, 애련지, 연경당, 존덕정, 옥류천으로 점점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가며 관람하도록 되어 있다. 책은 관람 순서에 따라 한 장면 한 장면에 멈춰서서 그 곳에 대하여 속삭여 주듯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왕실의 도서관이자 학문 연구 기관으로, 문예부흥과 왕권 확립의 기반이 되어 준 규장각
대조전 내정과 남쪽 행각. 대조전은 내전의 으뜸 건물이자,
여러 왕이 태어나고 돌아가신 역사적인 장소이다.
창호를 통해 바람과 풍경과 빛 등 자연을 끌어안은 낙선재 내·외부 공간
기억이 가물가물한 한참 전의 일이다. 창덕궁이 비원이라는 잘못된 이름으로 훨씬 많이 불리던 시절, 시간별로 해설자를 동반해야만 들어갈 수 있는 때였다. 한 시간인가 두 시간에 한 번 꼴로 한국어 안내가 있었고, 일정 인원이 넘치면 그마저도 들어갈 수 없어 30분 후에 있을 일본어나 영어 안내를 들어야 하나 생각하곤 했다. 해설자를 따라 들어간 곳은 정말 조용하고 아름답고 신비스러운 곳이었다. 폐쇄적으로 궁을 막아 놓은 것은 불만스러웠지만, 해설을 들을 수밖에 없어 더 깊이 있는 이해와 감상을 할 수 있고, 고즈넉한 분위기가 느끼고 올 수 있었던 것에 만족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부용지 일원의 부용정과 사정기비각
영화당에서 내다본 부용지 일원의 설경
2010년 5월부터 창덕궁의 전각 부분은 자유로운 입장이 가능해졌다. 그런데 그 때문에 잠깐 창덕궁을 훑어보고 떠나버리는 사람들도 당연히 많아졌을 것이다. 관람객도 많아지고 해설사들이 그 많은 사람들을 다 커버한다고 해도 문제. 『문화재 해설사와 함께하는 창덕궁』은 책제목 그대로 문화재해설사가 옆에 붙어다니며 창덕궁을 안내하듯 만들어져 그 안타까움을 조금 해소할 수 있도록 했다.
연못 옆의 관람정과 맞은편 경사지의 승재정
창덕궁의 관람 동선을 따라 적절한 시점에 주요 건축물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이야기해 주고, 그 안에 담긴 이야기들을 풀어주는 것은, 창덕궁 문화재 해설사로 일해온 여러 분들의 노하우가 담겨 있지 않다면 자연스러운 흐름이 어려웠을 것이다. 현장에서 바로 녹취하여 원고를 작성하고 그것을 수정하는 방식으로 하여 현장감을 최대한 살렸다. 이러한 방법으로 책을 만들기 위해서는 여러 노고가 뒤따랐을 텐데, 많은 손길을 거친 잘 다듬어 만들어진 책이라 더욱 반가운 책이다.
책을 읽다보면 상식적인 내용들이지만 관람객들이 설명 중간중간 질문했을 듯한 것들이 작게 설명되어 있는 것을 찾을 수 있다. 어려운 단어들을 잘 풀어주어 초등학교 고학년이면 책을 읽고 창덕궁을 감상하는 데 어려움이 없을 듯하다.
1옥류천 소요암과 그 앞으로 흐르는 곡수
안내자가 변신한 책이기에, 들고다니기 좋은 형태로 소프트커버에 손에 들어갈 수 있는 (최대한의)크기로 만들어졌고, 창덕궁 사진집을 낸 적도 있는 유명 사진작가 배병우 선생님의 아름다운 사진들이 창덕궁 곳곳에 숨어 있는 아름다운 장면을 포착해 준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사진을 좀더 크게 보면 좋을 텐데.. 아, 그러면 들고 다니기 힘들겠구나.. 동시에 드는 생각은 편집자의 고민이었겠다.
후원 북쪽 깊숙한 곳에 자리한 다래나무
책에는 뽕나무, 다래나무 등 눈여겨보아야 할 창덕궁의 나무들, 창덕궁의 연례행사, 역사 연표, 상세한 관람정보 등도 친절히 담겨 있다. 창덕궁에 가기 전에, 또는 함께 가야 할 필수 준비물로 손색이 없다. 일어 번역도 준비되고 있다고 하니 더 많은 사람들이 찾기 전에 얼른 창덕궁에 한 번 더 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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