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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 그림이다] -그림을 통해 삶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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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그림이다.
손철주 ‧ 이주은 지음 | 이봄 | 2011. 11

그림은 우리의 눈을 즐겁게도 하지만 잘 보면 우리가 인생에서 느끼는 감정을 포함하고 있기도 하여 마음에 위로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한 눈에 마음에 드는 그림이 있는가 하면 설명을 듣고 난 후 그 그림 속에 숨겨진 일화나 화가의 삶을 반추하며 그 그림에 대해 감명을 받는 경우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림은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그림에 대해 또는 그 그림을 그린 화가에 대한 공부가 도움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그림에 대해 세세히 공부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것만을 공부하는 학부나 석사, 박사과정이 있을 정도니 그리 간단하지만은 않은 것이다. 그래서 대개 쉽고 재미있게 설명해 줄 수 있는 책을 필요로 하는데 그 목록에 이 책을 더 할 수 있겠다.

이 책은『그림 아는 만큼 보인다』등의 동양미술에세이를 통해 담백하고 유려하게 그림이야기를 들려줬던 저자와『그림에 마음을 놓다』에서 서양미술을 통해 심리를 치유해주고자 했던 저자가 편지를 주고받는 형식으로 그림에 대해 설명해 주는 책이다. 책에서는 인간의 본질적인 모습인 유혹 나이, 행복, 일탈 등 10가지를 주제로 하여 동양미술과 서양미술을 설명해 주는데, 저자들의 소통은 두 그림의 소통으로 이어진다.

   
 작자미상, <서생과 처녀>, 종이에 수묵담채                      빈센트 반 고흐, <아몬드 꽃> 캔버스에 유채,
19세기, 25.1x37.3cm, 국립중앙박물관                            1980년, 73x92cm, 반 고흐 미술관
서생을 흠모하는 여인의 모습과 트로이 전생 때 그리스를 승이로 이끈 네모폰을 기다던 필리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곳에 자란 아몬드나무를 그린 반 고흐의 그림은 그리움에 대해 이야기 한다.

재미있는 것은 조선시대 그림과 서양의 그림을 번갈아 가며 볼 수 있다는 점인데, 담담한 동양의 그림과 입체적이고 화려한 색상의 서양그림은 보는 사람의 눈을 즐겁게 한다. 거기에 덧붙여진 그림설명은 그림에 숨겨진 이야기를 알고 싶어 하는 이들을 충족시키기에 충분하다.


앤드루 와이어스, <결혼>, 패널에 템페라, 1993년, 61x61cm, 개인소장

무표정한 표정으로 잠든 부부의 모습을 그린 <결혼>은 이웃집에 들렀다 노부부가 잠들어 있는 모습을 보고 그린 그림이다. 잠든 모습으로, 또는 자다가 죽어버린 모습으로 보이기도 하는 이 작품의 소개 뒤에는 이 작품에서 침묵으로 내장한 화가의 비장미를 보고는 이인상의 <와운>을 보여준다.


이인상, <와운>, 종이에 수묵, 18세기. 26x50cm, 개인소장

시를 쓰고 싶었지만 술에 취한 뒤 글씨를 쓰니 구름이 되었다는 이 작품에서 저자는 비장미를 느낀다고 설명하였는데, 아들과 딸을 앞세우고 부인마저 떠나버린 후 남겨진 이인상은 슬픔을 눌러 담는 심정으로 이 작품을 남겼을 것이다. 슬프면서도 그 감정을 억눌러 씩씩하고 장하다는 뜻을 가진 비장의 미학은 울혈이 된 가슴앓이를 표현한 듯한 시커먼 구름을 통해 알 수 있다.


장승업, <삼인문년>, 비단에 채색, 19세기, 152x69cm, 간송미술관

동양미술의 해학이란 이런 것일까?.. 나이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 장승업의 <삼인문년도>는 풍속화에만 해학이 있다는 편견을 버리게 해준다. 한 사람은 천지를 창조한 신인 반고가 벗이라 하고 한사람은 바다가 뽕밭이 될 때마다 나뭇가지 하나씩 방안에 두었는데 그 가지가 열 칸 집을 채웠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말하는 사람은 산천 년에 한 번 꽃이 피고 산천년 뒤에 열매가 달린다는 신선이 먹는 복숭아인 반도를 먹고 씨를 곤륜산 아래 버렸는데 그 씨가 곤륜산 높이와 같다고 한다. 그 아래에는 18,000년을 생존했다는 삼천갑자 동방삭이 따분한 얼굴로 앉아있어 살아도 헛산 사람이 나이 따진다는 우의를 드러낸다.


구엔틴 마시스, <그로테스크한 늙은 부인>, 패널에 유채, 1525-30, 64.2x45.5cm, 런던내셔널갤러리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서양미술 속에서도 풍자를 찾아볼 수 있다. 구엔틴 마시스의 <그로테스크한 늙은 부인>은 아가씨가 입었으면 아름다웠을 옷을 입고 있는 노파의 모습을 표현하여 나이 듦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추하고 기괴해 보일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보는 순간 풍자적이라고 느껴지는 이 그림에 비해 동양의 그림은 조금은 우회적으로 그 우의를 드러내는 듯하다.

    
             김후신, <대쾌도>, 종이에 담채, 18세기,                          주세페 아르킴볼도, <사서>, 캔버스에 유채
              33.7x28.2cm, 간송미술관                                             1566년, 97x71cm, 스웨덴 스코콜로스터 성  

술이 등장하지 않아도 술 취한 양반의 모습임을 알 수 있는 김후신의 <대쾌도> 역시 우회적으로 양반의 일탈을 드러내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한 가지 밖에 모르는 사람이 겪게 되는게 일탈이라 한다면 주세페 아르킴볼도의 <사서>는 절대 일탈 할 수 없을 것만 같이 경직된 모습으로 표현되어 있다. 그 사람에게 어울리는 재료로 사람의 모습을 표현하는 아르킴볼도의 표현방법 또한 어찌보면 일탈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김득신, <성하직리>, 종이에 담채, 18세기, 22.4x27cm, 간송미술관

그림을 보다보면 서양과 동양의 문화적 차이도 확인할 수 있는데, 여름날 짚신을 삼는 사내와 아들이 하는 일을 지켜보는 노인, 등에 매달린 손자의 모습이 담긴 김득신의 <성하직리>는 일상의 행복을 보여준다.


욥 베르크헤이데, <빵 굽는 사람>, 캔버스에 유채, 1681년, 63.5x55cm, 메사추세스 우스터 미술관

서양그림에서는 짚신 삼는 모습을 그린 그림을 찾아 볼 수 없듯이 조선시대 그림에서도 빵을 그린 그림은 찾아 볼 수 없는데, 17세기에 그려진 욥 베르크헤이데의 <빵 굽는 사람>은 빵을 구운 남자와 이 빵을 사는 사람들의 행복, 빵 굽는 향기에 행복함을 느끼는 사람들을 떠올릴 수 있다. 행복을 이야기 하는 이 두 그림은 각각의 소소한 행복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은 동일하지만 동양과 서양의 문화의 차이에 대해서도 알 수 있게끔 하여 재미를 더한다.

            
       김명국, <탐매도>, 종이에 담채, 17세기,               노먼록웰, <장난 상점주인과 소녀>, 캔버스 유채
       54.8x70cm, 국립중앙박물관                               1948년, 54.8x70cm, 노먼록웰 미술관
일찐 핀 매화를 감상하고 싶어 했던 당나라 시인 맹호연의 일화를 그린 김명국의 작품과 소녀에게  이것저것 보여주지만 만족시키지 못하는 할아버지의 모습이 담긴 노먼록웰의 작품은 취미와 취향에 관해 이야기 한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한 가지 테마를 가지고 동양미술과 서양미술을 동시에 접할 수 있다는 점인데, 이에 그치지 않고 “사람의 한평생을 70쪽 책으로 비유한다면 앞 40쪽은 본문 뒤 30쪽은 주석이다” 라고 한 쇼펜하우어의 말이나 “열 살은 과자를 좇고, 스무 살은 연인을, 서른 살은 쾌락을, 마흔 살은 야망을, 쉰 살은 욕심 따라 움직인다” 는 장 자크 루소의 명언 등이 덧붙여져 있어 스스로 삶을 되돌아보게끔 한다.

재미만을 쫒기엔 책을 통해 얻는 지식에 목마르고 지식을 쫒기엔 밀려오는 하품을 주체할 수 없는 불편한 진실 가운데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다는 건 쉽지 않은 일 일 것이다. 그 쉽지 않음을 쉽게 보여주는 이 책 한권이 마냥 반갑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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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스마트K (koreanart21@naver.com)
업데이트 2024.11.12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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