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쉼표, 불교미술 산책
김진숙 지음 | 올리브그린 | 2011.9
우리는 어딜 가도 우리의 불상들을 흔히 보기 때문에 불상에 대해 친숙함을 느끼지만 간혹 동남아시아나 인도 쪽의 불상들을 보면 그 색다름에 호기심을 갖게 된다. 상대적으로 일본이나 중국의 불상은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지만 미묘하면서도 분명한 차이점으로 또한 흥미롭다.
인도에서 중국에 불교가 전해진 것은 1세기 무렵. 일본에서도 한반도에서 건너간 이주자들을 통해 전해져 오다가 6세기 중엽에 백제에서 정식으로 불교와 경문이 건너가게 된다. 수와 당, 고구려, 신라, 백제, 그리고 일본에서 쇼토쿠 태자 시절(아스카 시대) 삼국에는 수많은 절과 불상이 만들어진다.
일본의 불교미술이 생소한 사람이라도 호류지 금당의 석가삼존, 백제관음, 고류지의 미륵반가사유상 등을 들어본 적은 있을 것이다. 대개 삼국의 문화가 일본에 전해진 증거로서 언급되었기 때문.
호류지 금당의 석가삼존상. 중존 높이 87.5cm
고류지 보관을 쓴 목조 반가사유상. 일본 국보 1호. 높이 123.3cm.
『내 삶의 쉼표, 불교미술 산책』의 전반부에는 이들을 비롯하여 일본 교토, 나라 지역의 불상을 직접 본 저자의 감상과 해설이 채워져 있다. 저자는 수년간 일본에서 불교미술로 박사학위를 따고 교토 국립박물관 등에서 일하는 동안 절과 불상들을 찾아다녔다. 문화재를 아끼고 보존하는 데는 일가견이 있는 일본인들이니만큼 일반 대중에게 잘 공개되지 않는 것들이 많은데, 전공자의 지식을 발휘, 귀한 작품들을 마주한 경험을 세세하게 기록한 책이다. 호류지, 고류지, 야쿠시지, 도다이지, 고후쿠지, 도쇼다이지, 도지 등 유명 절과 뵤도인, 33간당에 남아있는 화려한 불교미술 문화재들을 그 역사와 함께 소개하고 있다.
33간당 내부 천수관음상. 13세기 중엽(가마쿠라 시대)
교토지역의 유명 공방을 이끌었던 단케이가 1180년 무렵 불탔던 렌게오인의 천수관음을 다시 살려내기 위해 나라와 교토지역의 공방을 모두 소집하여 1,000체의 상을 조성했다.
일본미술사에 대한 지식이 없는 일반인의 입장에서는 꼭지별로 각각의 절에 찾아가는 방법, 내력, 구조, 절에 있는 문화재를 간략하게 설명해 놓은 책의 구성이 다소 답답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나라 공원 안에 있는 고후쿠지의 팔부중상에 감탄하는 내용이 나오지만, 사진으로는 그 중 아수라상의 모습만 조그맣게 실려 있어서 다른 상들의 모습이 궁금하다. 이 책을 들고 그곳을 찾지 않는다면 텍스트만으로는 저자의 감동이 전해지기 어려울 듯하다.
나라 고후쿠지의 아수라상. 높이 153.4cm.
세 개의 얼굴과 가느다란 여섯 개의 팔을 가진 기괴한 모습을 하고 있으나
얼굴은 청순하고 불가사의한 매력이 있다고 저자는 적고 있다.
후반부는 저자가 미국에서 살게 되면서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캘리포니아 지역의 미술관 중 아시아미술을 중점으로 하는 곳을 둘러본 소감을 적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시립미술관(LACMA)의 아시아 불교미술 상설전, 불교미술 특별전, 샌프란시스코 아시아미술관, 파사데나의 노턴사이언미술관, 게티센터미술관, 헌팅턴 라이브러리, 남부아메리칸 인디언박물관 등을 소개한다.
이와 함께 불교와 관련된 미국 생활에 대한 개인적인 이야기와 생각을 가볍게 풀었다. 이중에는 불교미술과는 다소 거리가 있지만 미국에 살고 있는 아들의 아시아계 친구들, 마틴루터킹, 미국 내 각 인종의 커뮤니티 등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들이 있다.
미국에 사는 한국인이자 불교신자로써, 미국내 한인이나 한국계미국인들이 이루는 공동체가 기독교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어서 발생하는 문제들도 조심스럽게 말하고 있다. 미국인들은 불교나 명상에 관심이 많아 불상과 불교미술에도 흥미를 보이는데, 오히려 한인들은 무관심한 데 대한 안타까움이다.
처음엔 『불교미술산책』이라는 책 제목 위에 붙은 ‘교토에서 캘리포니아까지’라는 말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불교미술에 대해 탐색한 것인 줄 알아서 책의 구성이 의아했다. 결국은 저자의 일본 불교유적 답사기 + 미국 서부지역 미술관 기행문인데, 좀더 흥미롭게 읽힐 수 있도록 사진자료를 더 활용하고, 덜 개인적이고 더 전문적인 방향으로 가도 좋았겠다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