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림의 옛 그림과 뛰노는 동시 놀이터
신현림 | 살림어린이 | 2011.7
개인적으로 동시에 대한 작은 편견이 있다. 동시는 '아이들의 시'가 아니라 '아이들의 말을 흉내내어 어른들이 쓴, 아이들을 위한 시'인 것이니까 꾸며낸 감성이라는 생각이 먼저 드는 것이다. 어렸을 때 시를 쓰라는 과제를 받았을 때는 동시를 흉내내기만 했지 자연스러운 내 느낌을 솔직하게 표현했던가는 좀 의심스럽다.
'글짓기'라는 말이 사라지고 어른들도 시집을 가까이하지 않는 요즘, 동시집을 손에 들고는 잠시 망설였던 것은 그 때문이다. 그러나 몇 장 넘기지 않아 어린이들에게 그림을 감상하도록 할 때 동시가 얼마나 유용한 매체인지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동자가 차를 끓이고 있는 그림에는 '누구를 위해 차를 끓이는 걸까'를 상상하여 쓰고, 김홍도의 <서당>에 대해서는 '그날 읽고 외워라'는 훈장님과 친구들의 생각 하나하나의 생각을 표정을 보며 묘사하고 떠올리면서 감상할 수 있도록 해 준다.
이인문, <선동전다도>, 18세기, 종이에 채색, 간송미술관 소장
김홍도, <서당> 18세기, 종이에 채색,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영통동구>에 대해서는 '선비가 산과 하나가 되려고' 동자와 함께 산길을 한다고 시를 붙여 놓고, 아래쪽 해설에는 송도기행 중에 그린 그림이며 산과 바위에 대한 감상, 선비와 동자의 모습으로 시선이 옮겨가게끔 차근차근 아이들에게 이야기해 주듯 써 있다. 또 뒤쪽 부록에서는 서양화법의 적용 등에 대한 해설도 추가되어 있다.
강세황, <영통동구>, 18세기, 종이에 채색,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저자는 강희안의 <고사관수도>, 심사정의 <하마선인도>, 이인상의 <설송도>, 김득신의 <야묘도추>, 김정희의 <세한도>, 변상벽의 <고양이와 참새>, 남계우의 <꽃과 나무>, 전기의 <매화초옥도>, 홍세섭의 <유압도>, 장승업의 <호취도> 등 22점의 우리 그림과 함께 감상할 수 있는 동시를 짝지어 펼치고, 아래쪽에 세 줄 이내로 간단히 그림 작가와 작품에 대한 해설을 알기쉽게 써 넣었다. <설송도>에 붙여진 시 전문을 한번 보자.
이인상, <설송도>, 18세기, 종이에 수묵,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다 괜찮대요>
오늘이 즐거우면 내일도 즐겁다 지금 화 내면 내일도 화를 낸다 바로 서고 싶은 마음과 내 멋대로 굽고 싶은 마음이 소나무처럼 뻗어 가요 곧으면 곧은 대로 휘어지면 휘어진 대로 엄마는 다 괜찮대요 자연스러운 게 제일 좋다니 맘껏 굽이치며 뻗어 갈래요 |
곧거나 휜 소나무의 모습에 대해 자연스럽게 자라라는 부모의 마음을 담는다. 사실 그러한 감상 외에도 많은 감상 방법이 있을 수 있을 것이고 모든 포인트를 짚어내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아이들의 눈으로 화집이나 전시를 볼 때 아무런 안내가 없거나 딱딱한 그림해설보다는 좀더 교육적일 수도 있고, 좀더 욕심을 낸다면 감상의 참된 목적에도 더 근접할 수 있을 것 같다.
시와 그림은 서로를 보완하면서도 잘 어울리는 친구같은 사이다. 우리 그림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아이의 마음으로 그림을 보면 어떤 느낌일까를 고민했던 이의 안내를 받는다면, 뭐가 좋은지 잘 모르겠던 우리 그림도 점차 친숙해지고 좋아지게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책값도 적지 않으니 좀더 많은 작품을 실었어도 좋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