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궁금하다고 해서 다 검색되는 게 아닌게 이 시대다. 한국 도자기에 대한 궁금증같은게 그렇다고 할 수 있다. 이쪽은 컴퓨터를 두드려도 속시원한 답변이 별로 나오지 않는다. 도자기가 한국 문화에 차지하는 방대한 지분을 생각한다면 정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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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자양각 연지동자문 완(靑磁陽刻蓮池童子文碗) 입지름 18.0cm 국립중앙박물관 | |
무슨 연유가 있는가. 컴퓨터에는 드래그해서 올리고 내리는 게 보통인데 드래그할 原소스가 없다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게 당연하지 않은가. 예로서, 도자기 쪽의 책을 보자. 한자 문맹(漢字文盲) 세대에게 국한문 혼용으로 씌여진 도자기 책은 외국서적이나 다름없다. 이것을 제외하면 일반 독자가 읽을 만한 교양서 수준의 도자기 책은 고작 너댓 권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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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고비키로 불리우는 분청사기 덤벙찻사발(粉引茶碗) 입지름 13cm 일본개인 | |
이 책은 이런 ‘실제 상황’속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도자기를 알기 쉽게 소개한 내용을 담고 있다. 원래 『차의 세계』『차인』이란 茶文化 전문잡지에 연재한 글이기 때문에 찻잔 이야기가 많이 들어있긴 하다. 하지만 청자가 만들어진 때부터 조선시대 그리고 구한말과 일제 시대까지를 포함해 도자기의 흐름을 친절하게 훝어주고 있다. 더욱 읽을거리가 되는 것은 도자기 역사 안에서만 뱅뱅 도는 것이 아니라 도자기에 보이는 변화가 당시의 사회 변화, 즉 역사적 사실 속에서 설명을 시도하고 있어 인문교양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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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모카이로 불리우는 웅천찻사발(熊川茶碗) 입지름 13.7cm 일본개인 | |
우선 하나를 들어보면 고려시대 일반 평민들은 어떤 그릇을 사용했는가 하는 문제가 있다. 기존의 도자기 책에는 이에 대해 내용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1980년대 완도 바다에서는 고려 중반에 만들어진 3만672점의 청자가 건져 올려졌는데 그중 3만점 가까운 것이 녹청자였다. 필자는 이에 주목해 새로운 시각을 보여주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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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난때 일본에 끌려간 조선도공이 만든 가츠라 미즈사시(唐津水指, 찻물 그릇) 동체지름 20.2cm 일본개인 | |
즉 고려의 평민들은 고려청자의 대명사인 상감청자 대접이나 병과는 전혀 다른 막청자인 녹청자를 생활 용기로 썼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도자사에서 말하는 것처럼, 녹청자가 통일신라시대 토기가 고려청자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과도기적인 것이 아니라 고려시대 내내 만들어 쓴 생활 용기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녹청자는 모래같은 불순물이 섞여있는 질이 낮은 도자기흙을 그대로 사용해 잿물 유약을 입혀 구운 조질(粗質) 청자를 말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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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기다완(萩茶碗) 입지름 16.5cm 일본 개인 | |
필자는 안식년 등으로 몇 년간 일본에서 연구 활동을 한 적이 있는데 그 때문인지 국내 도자기 책으로는 드물게 일본 내에서 활동한 조선 도공에 대한 자세한 내용이 소개돼있다. 이 분야는 한일 도자기연구에 새로운 테마가 될 만한 분야이기도 하다. 이제까지 국내에는 아리타(有田)도자기의 이삼평(李參平) 정도만 알려져 있었다. 이 책에는 임진왜란 이후 규슈(九州) 일대에서 조선 도공들이 만들기 시작한 가라츠(唐津) 아가노(上野), 하기(萩), 사츠마(薩摩), 다카토리(高取) 등의 도자기에 대해서 비교적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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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츠마에 끌려간 심수관이 제작한 히바카리 다완(火計茶碗) 입지름 14.2cm 심수관 집안 | |
또 일본에서 쓰이는 조선 다완의 용어는 미술사 책에서는 타부시 되고 있지만 현재 고미술상인들 사이에서 현재형으로 사용되고 있는 말이다. 이 책에는 여기에도 페이지를 할애해 번역해 놓았다. 미시마(三島)나 이도(井戶) 이외에도 운가쿠(雲鶴, 구름과 학이 든 상감문양 다완), 교겐바카마(狂言袴, 바깥쪽 원 안에 상감문양을 넣은 것), 하케메(刷毛目, 백토를 붓으로 바른 분청사기), 가타테(堅手, 백자의 질감이 단단한 것), 고히키(粉引, 덤벙 기법의 분청사기), 고모가이(熊川, 경남 웅천 제작의 다완) 등등을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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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자상감 국화문 통형찻잔 및 접시(靑磁象嵌菊花文筒型茶碗楪匙)완 높이10.3cm 접시 입지름7.6cm 개인소장 | |
그 외에 후반부 내용은 『차인(茶人)』에 35회에 걸쳐 연재한 내용을 모은 것인데 고려청자에서 분청사기 그리고 백자에 이르기까지 찻그릇의 흐름을 다룬다는 점에서 좋은 읽은 거리가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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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민왕의 왕비인 노국공주의 묘명이 들어있는 잔. 청자상감 연화국화문 ‘정릉’명 통형잔(靑磁象嵌蓮花菊花文‘正陵’銘筒型碗) 높이 17.6cm 선문대박물관. | |
이 책의 전반적인 시도는 차를 매개로 해, 도자기와 무관한 일반인을 대상으로 썼다는 점에서 쉽고 소개하고자 한 노력이 돋보인다. 하지만 군데군데 등장하는 도자사 관련용어는 여전히 전문적이어서 이왕에 베푸는 배려가 조금 더 친절했으면 하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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