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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좋은 그림 좋은 생각] - 좋은 그림을 통해 얻는 삶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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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그림 좋은 생각
 조정육 지음 ㅣ 아트북스 ㅣ 2011년 5월

오랜만에 서점에 들려 마음에 드는 책 한권을 사들고 나올 때, 왠지 모를 뿌듯함을 느끼게 된다. 여기 표지를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책이 있다. 제목까지 “좋은 그림 좋은 생각”이라니, 바빠서 읽지 못한다 한들 가방 속에 넣어 고이 들고만 다녀도 기분이 좋아질 것만 같다.

이 책의 저자는 이미 여러 권의 책에서 인생의 경험담을 들려주며, 연상되거나 상황에 어울리는 그림을 소개해 주었다. 이 책도 전권의 연장선상에서 그림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를 전달해 준다. 우리는 이야기 속에서  지혜와 용기를 얻게 되고 상처 받은 마음에 위로를 받게 된다. 또, 우리도 모르는 사이 작품에 대한 지식을 쌓을 수도 있으니 일석이조의 얻음이 있다.

이 책은 삶속에서 느끼는 다양한 경험을 이야기 하며 공감대를 형성하게 하는데, 예를 들면 이렇다. 저자는 길에서 파는 아기 신발을 보고는 구입하여 고등학생 아들에게 선물한다. 그리고는 이런 신발을 사줘야 할 시기에 바쁘게만 지냈던 과거를 회상하며 목이 메인다. 저자는 이러한 감정속에서 우리에게 메세지를 전달한다. 먼 미래의 행복만을 생각지 말고 지금 이순간이 행복이라는 것을. 그리고는 이 그림을 소개한다.


김정희, <대팽두부과강채 고회부처아녀손>, 종이에 먹, 129x31.9cm, 간송미술관 소장.

추사 김정희는 명문가 집안에서 태어나 부와 명예를 누렸지만 두 번의 유배를 겪은 뒤 말년에 이러한 글을 남긴다.

 좋은 반찬은 두부, 오이, 생강, 나물 (大烹豆腐瓜薑菜)
   훌륭한 모임은 부부와 아들, 딸, 손자 (高會夫妻兒女孫)
“이것은 촌 늙은이의 제일가는 즐거움이다. 비록 허리춤에 말만큼 근 황금도장을 차고, 먹는 것이 사방 한 길이나 차려지고 시중드는 사람이 수백 명 있다 해도 능히 이런 맛을 누릴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저자가 떠올렸을 이 글은 우리에게도 좋은 교훈이 된다. 로또가 당첨되지 않아도, 큰 돈을 벌지 못해도 지금 이순간이 행복이라는 것. 또, 이와 더불어 돈과 권력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이 있다는 것도 말해준다.

2010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개최되었던 <고려불화대전>, 이 전시 뒤에 숨겨진 이야기는 이렇다. 고려불화의 백미, 혜허가 그린 수월관음도는 일본 센소지의 소장품이다. 센소지에 출품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고, 작품의 존재만이라도 확인 시켜달라는 박물관의 요청에 그것만은 허락했다.


혜허, <수월관음도>, 142x61.5cm,고려시대, 일본 센소지 소장.

국립박물관장과 직원이 센소지를 찾았고 작품이 펼쳐진 순간 관계자 전원을 큰 절을 올렸다. 그 순간 기적이 일어났는데, 그 모습을 보고 감동을 받은 센소지 측에서 출품을 허락한 것이다. 그렇게 해서 우리는 이 작품을 실견할 수 있었다. 강한 권력과 돈에도 꿈쩍도 하지 않는 사람들을 움직일 수 있는 것. 바로 정성이다. 이 글은 전시 뒤에 숨겨진 이야기 이지만 저자는 이야기를 통해서도 정성과 진심의 힘이라는 메세지를 전달 한다. 

자, 그럼 이 그림에는 어떤 메세지가 담겨있을까.

   
작자미상, <신임초상>, 비단에채색, 151.5x78.2cm,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이 그림은 조선후기 문신 신임의 여든한 살 때의 초상이다. 조선시대 초상화는 터럭하나라도 다르면 그 사람이 아니라는 원칙을 철저히 지켰다. 그래서 인지 얼굴에 핀 검버섯까지 사실적이다. 이로인해 정신을 전한다는 전신(傳神)의 경지에 도달하였으며, 그림을 보는 사람을 압도한다. 이에 반해 요즘은 어떠한가. 화가가 얼굴을 그려줬는데, 점하나까지 똑같이 그린다면 되레 화를 낼것이 분명하다. 진심과 솔직함의 기교보다는 꾸며진 모습을 보이고 싶어하는 마음이 크기 때문이다. 이 그림에서 신임의 모습을 젊게 그리고 싶어 검버섯도 빼고 수염도 젊게 그렸다면 과연 신임의 초상화라 할 수 있을까. 그건 그저 그림일 뿐 우리를 압도하지 못했을 것이다. 
저자는 이 그림을 통해 또하나의 메세지를 전달한다. 명품도 흔해져서 희귀성을 상실한 마당에 개성을 존중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고.

이 외에도 소소한 일상에서 겪고 느끼는 삶에 대한 이야기를 다양한 그림과 함께 풀어나간다.  

   
이인상,<송하수업도>, 종이에 담채, 28.7x27.5cm, 개인소장.
작자미상,약리도, 112.0x66.3cm, 19세기, 개인소장.
강세황, <복천오부인86세초상>,비단에채색, 78.3x60.1cm, 1759, 개인소장.

강의를 통해 스승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보면서 이인상의 <송하수업도>를, 아들의 대입을 앞두고는 <약리도>를, 목욕탕에서 만난 할머니를 보며 강세황의 <복천오부인86세 초상>을 떠올려본다.


김정수, <축복>, 캔버스에 유채, 53.0x45.0cm, 2009.

우리도 이처럼 마음에 위로를 해줄 수 있는 작품을 찾아보는건 어떨까..  어떤 그림을 떠올려야 될지 모른다면 이 책을 통해서 라도 마음의 위로를 받길 바라본다. 책을 덮는 순간, 표지 속 바구니에 꽃송이가 가득 담긴 것처럼 마음 가득 너그러움이 채워진다.

편집 스마트K (koreanart21@naver.com)
업데이트 2024.11.13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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