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가 그렇게 흘러가고 있는데 굳굳하게 고전적인 책이 하나가 나왔다.『한국불교미술사』이다. 한국미술 5천년 가운데 삼국이전 3천년을 떼고 나면 2천년 동안 불교미술이 주류였다. 비록 조선시대 오백년 동안 잠시 비주류인듯 밀려나긴 했지만 여전히 통주저음(通奏低音)으로 사회 저변을 받쳐온 것이 사실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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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위사 극락전의 아미타삼존불(1476년) | |
이 책은 그런 한국 불교미술에 대한 종합적인 개론을 시도하고 있다. 불교미술의 유구한 역사에 비하면 참으로 뒤늦은 개설서가 아닐 수 없다. 그동안 불교미술의 출판은 각개의 시대였다. 불상책은 불상만, 불화책은 불화만 다뤄왔다. 하지만 절에 가보면 알다시피 절집은 일주문의 사천왕상을 지나면서부터 종루의 거대한 범종, 대웅전 앞마당의 석탑 그리고 대웅전의 불상과 후불 탱화 등 그 자체가 종합 예술 아니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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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사의 괘불재에 걸린 괘불 | |
여기서는 한국불교미술 전체를 크게 세 파트로 나누어 다루고 있다. 불교 조각, 불교 회화, 불교 공예이다. 각 파트는 시대적 흐름에 초점을 맞춰 서술하려 노력했다. 시대에 따른 양식 변화가 차근차근 추적이 가능한데 곁들여 중국, 일본을 포함한 인도까지 주변국과의 영향 관계에 대해 많은 자료를 포함시켰다. 이 점은 분명 새로운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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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녕사의 복장(腹藏)의식 전경 | |
이 책에는 또다른 특징이 하나 담겨 있는데 그것은 기존의 통사나 개론서에는 쉽게 끼어들 여지가 없는 시속적(時俗的) 관심이 적극 다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불상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불화는 어떤 재료를 가지고 어떻게 그렸는가. 또 부처님 배속에는 귀중한 것들이 들어간다는데 무엇인가. 어떻게 넣었는가 등등의 소소한 흥미인데 여기에서는 이를 마다않고 친절히 장을 할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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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설예수시왕생칠경 변상도 중의 불화그리는 모습 | |
조각의 재료와 제작기법, 복장유물의 납입의식, 불화의 후원활동과 후원자들 등은 기존의 불교 미술서에서 만나기 힘든 커스터마이즈된 내용임이 틀림없다. 그리고 책 부록으로 불교미술 이해에 있어 첫 번째 방해물이라 할 불교미술 용어에 관해서도 될 수 있는 대로 자세하게 설명해 관심을 유도하고 있다.
하지만 탈책입기(脫冊入器) 시대에 이처럼 다소 무거워 보이는 개론서가 어떤 평가를 받을지, 걱정도 있다. 마음 같아서는 조용히 ‘나무관세음보살’이라고 읊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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