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출어람의 한국미술]- 한국미술의 정수만을 뽑는다면
청출어람의 한국미술
안휘준 | 사회평론 | 2010. 6
‘한국미술은 청출어람이다’라고 단정짓고 시작한 글이기 때문에 읽는 사람으로서도 마음을 굳게 먹고 따라갔다. 북경 자금성의 스케일과 대만 박물관 소장품들에 조금 기가 눌렸던, 그리고 서양현대미술에서 간간이 보이는 일본 미술에 대한 그들의 동경심에 질투를 느꼈던 기억을 떠올리면서. 저자는 한국미술의 우수성이 우리에게조차 인정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거듭 표하고, 그 원인으로 식민사관의 잔재와 미술 교육의 문제를 지적했다. 그렇다면 나의 기죽음과 질투는 식민사관과 미술교육으로부터 비롯된 것일지 궁금했다.
백제 금동대향로
선사시대부터 고구려, 백제, 신라, 통일신라, 고려, 조선의 훌륭한 미술품을 신중히 골라서 자세히 그 아름다움을 설명하고, 삼국시대 이래 한, 중, 일의 미술교류에 대해서도 정리하여 설명해 주어, 한국미술에 대한 개관을 이해하고 그 아름다움을 느끼기에 충분하게 잘 구성되어 있다. 강의록을 원고로 하여 수정한 것이라 차근한 설명을 듣고 있는 기분이 든다.
일본국보1호 목조미륵반가사유상
사실 개인적인 취향을 차치하더라도 자신이 속한 역사와 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갖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보인다. 그 자긍심이 무조건적인 것이 아니라 객관적인 근거로부터 나온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저자는 무조건 우리 것이 좋다고 하고 무조건 일본은 우리 것을 배워간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는 않다. 불필요한 우월감도, 열등감도 배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일본에 미친 영향을 과대평가하고 지나치게 일본 고대문화를 경시하거나 불필요한 우월의식을 갖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마치 우리가 중국 영향을 받았으면서도 중국을 능가하는 문화국가로 발전을 해왔듯이 일본도 중국이나 우리나라의 영향을 받아서 전형적인 일본 문화를 발전시킨 대단한 나라라고 인정해줘야 됩니다.
저자는 중국이나 일본미술에서 발견할 수 없는 특징들을 찾아서 대표적인 한국미술 작품들을 하나하나 설명해주고 있으나 어느 틈엔가 쉽게 잘 소개된 한국미술사 책으로 대하게 된다. 이보다는 더 학술적이기는 했지만 영어로 된 한국미술사 교재가 떠오르기도 했다. 그쯤에서 드는 생각은 객관적으로 잘 집필된, 한국미술사도 당당히 자리를 잡은, 세계 여러 나라 학생들이 보는 동양미술사 책을 봤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나란히 이웃 나라들의 미술의 특징과 함께 우리 미술을 본다면 저절로 자긍심이 생기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