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감정위원들이 전하는 옛사람들의 삶과 꿈 저자 문화재청 | 눌 와 | 2010년 10월 |
문화재를 지키는 힘겨운 싸움
이 책은 전국 15개의 국제공항 및 항만 여객터미널에 있는 문화재 감정관실에 근무하는 감정위원들이 그동안의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문화재청 홈페이지의 '문화재칼럼'에 연재한 글들을 가려 묶어낸 것이다. 우리의 전통미술을 문화재라는 시각에서 바라보고, 쉽고도 색다르게 접근하여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여러 저자들의 걱정스러운 마음과 마치 전투에 나가는 듯한 의연함이 드러난다. 일반인들에게 문화재나 우리 미술을 감상하고 소유할 수 있는 즐거움을 전하는 대신 속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과 긴장을 요구해야 한다는 것은 우리 문화와 미술을 깊이 알고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더욱 더 힘든 일일 것이다.
어떤 사물의 가치를 매겨야 한다는 것은 언제나 조심스럽고 힘든 일이다. 더군다나 매우 소중하고 귀한 것일수록, 또 그것을 탐하는 사람이 많고 그 모습을 악의적으로 베껴 돈을 벌고자 하는 사람들이 활개를 치고 있을 때는 더할 것이다. 그 때문에, 스무 명의 감정위원들이 전하는 문화재의 이야기는 우리 문화재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기보다는 힘겨운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이 먼저 묻어나오게 되는 것이다.
정소공주 묘 출토 분청사기상감초화문항아리, 분청사기 인화문항아리,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이러한 감정을 잠시 접어둔다면 이 책에는 가볍게 읽을 수 있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가득하다. 정소공주의 태항아리가 세상에 나오게 된 배경에는 조선의 위대한 왕인 세종으로서가 아니라 딸을 잃은 젊은 아비인 '이도'의 슬픔이 있었고, 조희룡의 매화서옥도에서는 벽오사 동인들의 혁신적인 기운이 숨어 있다. 신안해저유물을 발견할 당시의 스펙터클한 일화와 유명한 '안견 논쟁'을 해결해나가는 과정을 읽어나가면서는 박진감마저 느낄 수 있었다.
조희룡, <매화서옥도>, 종이에 담채, 45.1x106.1cm, 간송미술관 소장
'최전방 문화재 수비대'로서 문화재 감정위원들의 애정어린 글들을 읽으면서 머리가 복잡해진다. 각국의 정상들을 국립중앙박물관의 유물들 속에서 접대하고, 광화문을 복원하고 현판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말이 많은 요즘, 문화재에 대한 언급만큼이나 그것을 지키려는 노력이 충분히 뒤따랐는지는 더 생각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