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그림 수집가들
손영옥 지음ㅣ 글항아리 ㅣ 20010년 8월
알면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니 모으게 되더라
보기에 좋은 것을 갖고 싶은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가보다. 하지만 달라진 게 있다면 현 시대에는 이익을 위해 얻고자 하는 마음이 크다는 것이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조선의 그림 수집가들의 이야기이다. 잘 알려진 수집가들이야 귀넘어 들어봤지만 조선시대의 왕들 그것도 연산군까지 서화애호가였다니 폭군으로 알려진 이면에 자리잡은 그 고상한 취미가 참 아이러니하게 느껴진다.
정선ㅣ시화상간도ㅣ간송미술관 이병연은 정선과 함께 금강산 여행을 하면서
정선과 이병연이 글과 그림을 주고받는 장면 정선이 그림그리는 모습을 시에 담기도 하였다.
왕이나 왕자들에 비해 양반 컬렉터들은 자유롭게 서화를 수집할 수 있었다. 잘 알려진대로 정선과 이병연은 시와 그림으로 뜻을 통할 수 있었고, 그 우정으로 <인왕제색도>라는 명작이 탄생될 수 있었다.
반면 이조묵과 같은 컬렉터는 왕희지의 붓 끝에 붙은 파리의 시체라는 말에 고가를 주고 구입했다고 하니 그저 사랑하는 마음만 갖기보다는 좋은 안목도 한 몫 한다고 할 수 있겠다.
심사정ㅣ와룡암소집도ㅣ간송미술관
양반컬렉터 김광수, 중인 김광수, 문인화가
심사정이 모인 날 비 갠 후의 풍경
18세기가 되면 역관이나 의관등의 직업을 가진 중인들이 부상하면서 부를 축적하게 되고 중인 수장가들이 등장한다. 김광국 같은 경우 네덜란드 동판화부터 일본의 우키요에까지 소장하고 있었다고 하니 더 폭 넓은 작품들이 모아졌음을 알 수 있다.
조선시대에도 위작이 있었기에 컬렉터들이 집 한 채 값을 넘나드는 작품을 구입하는 데에는 뛰어난 감식안이 필요했을 것이다.
정조시대 대문장가 유한준은 그림감상자를 아는사람(知之者), 사랑하는 사람(愛之者), 보는사람(着之者), 수집하는 사람(畜之者) 네 분류로 나누었다.
이 책을 읽으며 각 수장가들에게 이 잣대를 들이대 보는 것도 컬렉터를 바라보는 우리 시각에 좋은 안목을 제공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