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루마리, 족자, 병풍에 걸맞는 그림은 따로 있는가?
말꼬리 잇기처럼 조금 낯선 제목이 먼저 눈길을 끈다. 이야기 그림, 그림 이야기. 어느 쪽으로 끊어야할지 망설여진다. 실은 이 책은 두 가지 모두를 다루고 있다. 그림이란 단어를 공통항으로 놓고 이야기가 있는 그림을 골라서 해설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서양도 그렇지만 동양 전통회화 속에서 이야기, 즉 고사(故事)나 일화(逸話)를 다루지 않은 그림이 어디 따로 있었던가. 이 책은 약간 꼬여 있는 제목처럼 좀 색다른 시각을 제시하고자 한다. 옛 이야기를 그림으로 그릴 때 어떤 형식을 사용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가 하는 문제이다. 그 점에서 일반적인 그림 해설서와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동양 그림의 대표적 형식에 두루마리라고 하는 권, 족자인 축, 그리고 병풍이 있다. 그리고 서적 보급이 일반화되면서 삽화라는 양식도 등장했다. 이 책도 이런 네 가지 형식을 대상으로 한다.
일반적으로 그림을 설명할 때, 그림의 형식이 되는 족자나 병풍에 대한 할애는 인색한 편이다. 일화나 고사의 해석에 치중하거나 기법이나 양식적 설명에 더 정력을 기울이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여기서는 그 반대를 시도하고 있다. 즉 어느 화가가 어떤 일화를 그림으로 그리게 되었을 때 그것이 주문이든 어쨋든 연 어떤 형식을 택했을 것인가 하는 의문에서 시작한다. |